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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은 카터인가 클린턴인가

Written by. 이상돈   입력 : 2009-08-18 오전 10: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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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을 만나고 돌아와서 기자회견을 했다. 현 회장이 방북(訪北)에 앞서 우리 정부와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내용을 정부와 교감(交感)이 없이 발표했다면 문제가 아닌가 한다.

현 회장의 방북은 얼마 전 여기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방북했던 클린턴 보다는, 클린턴 행정부 초기에 핵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방북했던 지미 카터의 경우를 닮았다. 클린턴이 자신의 방북을 인도적 견지에서 여기자들을 데려오기 위한 순수한 민간차원의 것으로 돌렸던 것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했을 때 카터의 돌출적 방북으로 협상의 지렛대를 잃어버렸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카터가 김일성으로 받아 온 보따리를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그대로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해서 제네바 핵 협정이 체결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카터의 행각(行脚)에 대해서 미국의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카터가 반역죄(treason)를 저질렀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반역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카터의 방북으로 인해 클린턴 대통령은 위신을 상실하고 말았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현정은 회장은 은퇴한 대통령이 아니라 대북사업에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그룹의 회장이다. 현 회장이 받아온 보따리가 현대에게는 좋은 선물일 수는 있으나 우리 정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개성공단에서 억류돼 있는 유씨를 석방시키기 위해선 민간특사의 파견이 필요했겠지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는 현 회장은 그런 역할을 하는데 근본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정부가 그런 사실을 간과하고 현 회장을 사실상 ‘특사’로 방북시켰다면, 우리 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서냉전 시절에 미국 옥시덴틀 석유회사의 회장이던 아맨드 해머(Armand Hammer : 1898-1990)라는 사람이 있었다. 러시아 출신의 부모에서 태어난 그는 석유사업으로 거부가 되어 소련에도 투자를 했다. 그는 레닌, 흐르시쵸프, 브레즈네프에 이르는 소련의 최고위층과 절친한 사이였다. 닉슨 등 공화당 정치인들과도 가까웠던 그는 서방과 소련간의 민간교류를 증진시켜 데땅트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역할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많으며, CIA와 FBI는 그를 집중적으로 감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면서 해머를 떠올리게 된다.(http://www.leesangdon.com/)

 이상돈(중앙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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