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의 관용과 배려, 나눔의 덕목
“서독인들은 통일 이후 그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관용과 배려, 그리고 나눔’을 강조했다. 이 덕목은 분단시기에도, 통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또 통일이 된 후에도 꼭 필요한 것임을 독일인들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북한연구소와 북한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2009년 하반기 학술회의에서 동국대 정용길 교수는 ‘통일전 독일인들의 서독으로의 탈출 및 이주’ 제하의 발표를 통해 “1989년 동독인들이 대거 서독으로 탈출할 때 서독정부가 어떤 정책으로 대처했는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한 말이다.
정 교수는 “동독이 수립된 1949년부터 독일이 통일되던 1990년 6월 30일까지 무려 520만 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이주했고 서독인의 동독으로의 이주는 47만 1천 명이었다”며 이들의 이주 동기를 밝혔다.
먼저 “1961년까지의 이주 동기는 정치적 원인이 56%, 가정적․개인적 원인이 15%, 경제적 원인이 13%, 재정적 원인이 10%, 기타 6%였으나, 1983년부터 86년까지 동독을 떠난 8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독에 있는 가족과의 동거 목적이 37%, 정치적․경제적 이유가 26%, 동독의 억압과 차별이 22%, 독자적인 삶 설계가 11% 순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정치적 동기에 의한 탈출은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동독 주민들의 불만”에서 비롯되었으며, 경제적 동기는 “소련식 사회주의를 표방한 동독의 계획경제와 농업과 공업 분야에서의 집단화 시도에 따른 갈등, 만성적 생활필수품 부족, 과업 미달성에 대한 책임추궁, 의료공급의 부족, 국내 및 외국여행 제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생산공정의 단절, 임금 및 봉급인상 수준에 대한 불만” 등으로 분석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동독 탈출 이주자들에 대한 서독 정부의 다양한 대책으로, 정교수는 먼저 “서독의 국적법과 기본법은 동독지역에 살고 있는 독일인들이 서독으로 오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1937년 말 당시 독일의 영토에 살았던 모든 자와 이들의 배우자 및 자손을 독일인으로 포함’”시키고 있었으며, “서독으로 넘어 오는 동독인들이 야기할 수 있는 사회, 경제적 문제를 고려해 1950년 8월 22일 ‘긴급난민수용법’을 제정해 탈출 동독인들이 서독의 기본법이 정한 국민의 모든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서독 정부는 정치범의 비밀석방거래, 서독으로 추방된 동독 정치범의 동독내 가족 서독 이주, 탈출로 인해 동독에 남겨진 가족들의 서독이주 주선, 동독인들을 서독으로 탈출시키거나 그러한 일을 돕는 서독인의 행위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탈출지원을 기본권에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로 보아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정교수는 또한 동독인들의 서독으로의 탈출과 이주문제를 북한의 탈북자 문제와 비교했는데, “북한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에 비해 탈출하기 위한 지리적 조건이 매우 나빠 탈출 규모나 방법에 큰 차이가 있고, 동독인들처럼 남한을 여행할 수도 없고 바깥세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동독과 북한 주변국들의 입장차이”를 들었다. 즉, “동독 탈출자들이 중간지점으로 선택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는 UN난민협약에 의거 동독의 탈출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했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 본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도록 도와주었지만, 북한 탈북자들의 유일한 탈출구인 중국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예외없이 ‘음식과 돈을 구걸하기 위해 경제적인 목적으로 국경을 넘어 온 불법체류자’로 규정해 다시 북한으로 돌려 보내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정 교수는 독일의 탈동독인 문제가 우리의 탈북자 문제에 주는 교훈을 도출했는데, 우선 “인권과 인도주의를 최상의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독 통일정책의 근간은 ‘접근을 통한 변화’였고, 이 ‘접근’은 정권의 이익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인권과 인도주의적 접근으로, 탈북자 문제도 인권과 인도주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독은 국적법에 의해 독인인으로서 서독 영토나 각국의 서독대사관, 영사관에 들어오면 서독인의 대우를 해 주었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방황하는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입국을 희망하면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체면이나 명분보다 인권과 인도주의를 더 높은 가치로 설정해야 국제사회로부터 더 큰 호응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독은 국적법에 따라 탈출한 동독인이 서독 국적을 얻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법에서도 거주이전의 자유를 두었고, 탈동독인들을 위해 긴급난민수용법을 만들어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지원했다”며, “우리도 북한 급변시에 탈북자가 급증하면 한반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계획이나 대책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는지 점검 필요가 있고, 서독이 ‘2+4회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처럼 탈북자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와 같은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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