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관련 언론 시각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생각이 바뀐 이유(조선일보 사설)
이명박 대통령은 28~29일 영국 BBC,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데 대한 사전 조건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며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돼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6일 "만남을 위한 만남, 원칙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했던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생각이 보다 전향적(前向的)으로 확 열린 느낌이다.
이 대통령은 작년 11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핵 포기에 도움이 되고, 인도적 입장에서 국군포로, (납북자 등) 납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을 전후해 남북이 개성에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관련 비밀 접촉을 갖고 북한 핵,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법을 논의했으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전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이번 언급이 남북 접촉에서 이 3가지 문제가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처럼 다뤄졌던 상황의 변화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김태영 국방장관이 최근 "북한의 핵 공격 의사가 분명하면 바로 타격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군사상 일반론을 밝힌 원론적 얘기"라고 했고, 북한 붕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의 건강도 회복됐고 북한 붕괴가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이 읽히는 대목들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줄곧 "남북관계를 정상화(正常化)시키겠다"고 말해 왔다. 대통령이 말하는 '정상화된 남북관계'는 남북 간에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 적용돼야 하고, 과거 두 정권처럼 북한의 특수성을 앞세워 북한을 구슬리기 위해 뒷돈을 주거나 국민 세금으로 북한에 퍼주기식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선 권력 핵심 측근들이 정부 공식라인도 모르게 뒤에서 북측과 접촉을 벌였고 북한은 이것을 남쪽이 정치적 이유로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것으로 해석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는 것만으로 막대한 현금과 각종 대북 지원을 챙겼다.
대통령이 이렇게 북한에 대한 말 한마디, 표현 하나까지 신경 쓰는 데도 북한은 연일 대포(大砲)를 쏴대고 남측을 향해 '보복 성전(聖戰)' 운운하는 공갈을 늘어놓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 정상화'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국민들이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한 대통령 생각의 변화를 외신(外信) 회견을 통해 전해 듣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통령이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키로 결심한 데는 그만한 배경과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구상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정부가 좀 더 냉철해야 할 이유(동아사설)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외신 회견 발언과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에 미묘한 차이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영국 BBC방송에 한 발언은 몇 가지 전제를 붙이긴 했지만 ‘연내 정상회담 가능’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김 대변인이 대통령 발언이라고 국내 언론에 전한 내용은 한발 물러선 원론적 표현으로 읽힌다.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7500만 민족의 삶과 직결된 중대사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다. 이런 사안에 대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의 언급은 토씨 하나라도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이 뉘앙스가 다르게 전달된다는 것은 이유가 어디에 있든 좋지 않은 일이다.
청와대는 어제 “과거처럼 일회성으로, 정치적 이벤트로 회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근원적 반성에서 출발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수시로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 발언의 진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당초 발언이 세계로 알려진 이상, 설사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 하더라도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다. ‘수시로 만나’라는 부연설명도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추진 상황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국민이 모르는 ‘막후(幕後)’가 많을수록 정부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은 과거 김대중-김정일, 노무현-김정일 회담 때보다 냉정하게 그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10년 좌파 정권의 대북정책에 심대한 문제의식을 느껴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국민은 남북정상이 만난다는 이유만으로 환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1차의 6·15선언이나 2차의 10·4선언이 내포한 결함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크게 실망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회담을 한다면 반드시 ‘북핵 해결’을 전제로 해야 하고, 이를 비롯해 남북 간에 걸린 본질적인 현안들을 푸는 데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는 회담이어야 한다. 만약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정상회담 분위기가 만드는 플러스 효과보다 그 결과에 따른 마이너스 측면이 더 클 수 있다. 우리 대통령이 이번에 또다시 평양으로 간다면 그것만으로도 불만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 내용의 중요성이 더하다. 정부가 회담 성사를 우선시해 부실하고 불리한 회담을 감수한다면 그 후유증이 오히려 정부를 궁지로 몰 우려마저 없지 않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좀 더 냉철해야 할 이유는 이처럼 많다.
혹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국내의 국면 전환을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유혹을 느낀다면 그런 생각은 적중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실용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회담이 아니고는 과거 남북정상회담이 불러일으킨 일시적 열기도 기대하기 힘들다.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많이 냉정해졌음을 정부도 잘 알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필요하나 실질논의 이루어져야(중앙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은 ‘연내’라고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면서 “사전에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까지 밝혀 정상회담 개최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관련 부서 당국자들은 대통령 발언을 왜곡하거나 불 끄기에 여념이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정부가 뭔가를 감추고 있구나’ 하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다. 정교하게 추진돼야 할 정상회담이 이렇게 혼선을 빚는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
우리는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이번엔 이 문제를 포함해 뭔가 가시적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비롯해 인도적 문제, 대북 지원 등에 대해 남북 정상이 만나 논의하고 설득하는 것은 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6자회담 재개 논의가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의지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은 성과와 함께 부작용도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불투명하게 막대한 대가를 북한에 줬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이어서 감당하지 못할 합의에 무작정 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 정상적인 방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차원보다는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한 정치적 이벤트를 만들어 내려는 의도가 개입됐다는 분석도 있다.
2년 이상 경색돼 온 남북관계가 앞으로도 이런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북핵 문제를 비롯한 남북 간 현안들이 쉽게 해소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남북 최고당국자가 만나 이들 문제를 논의해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가치가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도 남측의 진정성을 믿어야 한다. 연내 적절한 시점에 정상회담이 열려 실질적인 논의를 하고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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