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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위협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위기”이다
Written by. 최경선   입력 : 2010-05-04 오후 5: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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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국가 위기관리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점을 살펴보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한국위기관리연구소 한광문 기조실장(육사 27기)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위협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위기”라며 국가위기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토론회는 4일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위기관리연구소(이사장 도일규)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한 실장은 국가위기관리 법령체계의 문제점으로 “법령별 위기개념이 서로 다르고, 전시법령과 평시법령이 연계되지 않아 위기상황 대처에 비효율적이며, 국가위기관리를 위한 모법(母法)으로서의 기본법이 없고, 위기관리기능의 분산으로 업무의 통합·조정과 일원화가 구조적으로 곤란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 한국위기관리연구소 한광문 기조실장(왼쪽 두번째)이 국가위기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konas.net

 조직 및 행정체계에 있어서도 “위기관리업무를 조정통제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 상위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역할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중앙정부와 광역시·도 및 시·군·구 등 지자체의 위기관리관련 조직 편성과 운영이 상이해 평소 수직·수평적 업무수행과 협조는 물론 위기발생시 일사분란한 대응과 조치가 구조적으로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 실장은 위기관리 연습 및 훈련, 인적·물적 자원의 관리 및 운용의 중요성에 덧붙여, 우리의 국가위기관리체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현재 중심적인 사고, 국민들의 사고와 행동의 이중성” 등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 사회적, 문화적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위기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들었다.

 이러한 문제점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실장은 국가위기관리 체제 발전방안으로 “군과 정부차원의 확고한 안보태세 확립, 일원화된 법률의 제정,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조직 재정비, 위기관리 훈련 및 자원운용의 통합(위기관리연습과 훈련의 연계 통합, 전·평시 자원의 통합관리 및 운영), 위기관리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인식 제고, 위기관리 전문인력의 양성” 등을 제시했다.  

 ▲ 국방대학교 허남성 명예교수는 '민주주의의 성숙도와 국격은 사고의 뒷면에서 드러난다"며 천안함 사고 뒷면의 언론과 정치권의 행태를 비난했다.ⓒkonas.net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국방대학교 허남성 명예교수는 “천안함 침몰사건에서 언론과 정치권의 천박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알권리’를 외치며 군사기밀까지 누출한 언론과 정치인들을 겨냥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는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모를 의무’도 중요하다”며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천박한 호기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전략의 요체는 freedom of action으로 내 행동의 자유는 확보하고 상대방의 행동은 제약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북한이 자유를 확보한 반면 우리가 자유를 제약당했다”고 말하고, 그 이유를 “우리가 대응해야 할 순간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쟁은 전쟁을 무릅쓸 각오 없이는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쟁사의 교훈”이라며, 우리의 대안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공조 할 것과 혼자 할 것, 공개 할 것과 비공개 할 것, 시급히 할 것과 천천히 할 것 등의 4가지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술적 실패를 전략적 승리로 귀결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토록 미국에 압박을 가하거나, 전작권을 통일이 될 때까지 연기해야 하며, 교역을 차단하는 등 직접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군사적 타격만으로 속이 시원해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가장 아파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하나씩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풍선보내기를 막을 것이 아니라 물밑으로 지원하고, 대북방송을 재개하며, KBS에서도 대북방송을 강화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천안함 사고조사위원장이 군인에서 민간인과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돼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이 자기 부하를 확인사살하는 행위”라며, “국방을 위해서는 가장 비경제적인 논리도 감수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 아담스미스의 말을 인용했다. 
  
 숭실대 정찬권 초빙교수도 토론에서 “안보문제를 정쟁으로 삼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비난받아야 한다”며, “시스템이 작동하기 보다 대통령 1인 중심의 위기관리와 언론매체·국회의원·군당국의 무분별한 비밀공개 행태, 국가위기관리 Control tower의 불분명”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정부주도의 위기관리에서 기업과 시민사회(NGO), 자원봉사자 등이 정부와 함께 참여하는 체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날 토론회의 주최자인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이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konas.net

 이날 토론회의 주최자인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은 “위기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문제”라며 “그동안 국가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재빨리 잊어버리는 바람에 늘 그 문제가 반복됐다. 가장 확실한 대책은 잊지않고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 국민들의 안이성을 지적했다.

 한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대표위원은 인사말에서 “2006년경 북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발표하자 일본은 수상이 새벽부터 비상회의를 했는데 우리나라 청와대에서는 다음날 관계장관이 국회에 와서 ‘우리는 매뉴얼에 의해 대비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했다”며 “당시 무기력감이랄까, 절망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사회에 국가안보의식이 많이 해이해 졌다면 정치인들의 책임이 없는가 생각해 본다”며, “정치인들의 정치적 수사(修辭)는 공짜가 없고 다 대가가 있는 것이므로 신중하게 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천안함 침몰 사고 와중에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소식은 우리를 걱정하게 한다”며, “천안함 사고의 원인 규명과 북한 핵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일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데 중국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므로 우리가 공짜로 해결하려 하면 해결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가 당면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대표위원은 인사말에서 "과거 정부에서 '북한은 동반자, 남북한간에 전쟁은 없다'고 한 말이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쳐 안보이식이 해이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치인의 말의 신중성을 강조했다.ⓒkonas.net

 박희태 前 대표도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불가피하게 위기의식이 점점 사라져간다”며,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100년이 가도 대응이 가능한 이런 시스템을 가동할 수는 없는가”라고 실질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몽준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해 박희태 前 대표, 이상득 前 국회부의장, 장광근 前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김영선 국회정무위원장, 정양석 대표비서실장, 이주영·정진석·허천·김소남·임동규·나성린·김영우·안형환·이애주·김옥이 의원 등과 前 육군참모총장 도일규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이사장이 함께 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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