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러일전쟁, 한국 입장에서 재평가해야
“실패한 역사에 대한 회피보다는 재조명을 통한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후대의 일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과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권영빈)이 공동으로 주최한 ' 경기도 근현대 전쟁관련 기억ㆍ기념과 동북아평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국방군사편찬연구소 심헌용 선임연구원은 “치욕의 역사는 아픔을 수반하지만, 역사는 성공한 역사만이 존재할 수는 없다”며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역사의 재정립을 강조했다.
22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근현대 시기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그리고 3ㆍ1운동과 6.25전쟁 등에 관련된 유적과 기념시설 등을 한ㆍ중ㆍ일ㆍ러시아 등지에서 어떻게 인식하며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국가 또는 민족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상징하는 유적과 기념시설의 현황을 파악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유익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먼저 아주대 김태승 교수는 ‘중국에서의 애국주의 역사인식과 근대 동아시아 전쟁의 기억-‘기억관광’을 통한 동북아 평화모색은 가능한가?’란 발제에서, “1990년대 초에 중국에서 시작된 애국주의 역사 캠페인이 국가 권력의 정통성과 중국공산당 권력 독점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논리였으며, 중국 역사교과서의 청일전쟁 내용 역시 이런 논리에 의거하여 서술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1989년의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이 직면한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당에 대한 신뢰’ 등 3종류의 위기에 대해, 당은 애국주의 교육 강화로 대응한 반면, 대중은 노스텔지어(nostalgia, 향수․회향병)라는 문화적 현상으로 대응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중국 공산당이 선택한 애국주의 교육 강화란 “공산당 비판세력은 반애국주의로, 공산당 지지세력은 애국주의로 단순 분류하는 이분법적 논리”로서, 계급투쟁을 통한 사회주의 중국 건설을 중시한 과거의 역사교육에서 중국 근대 100년을 ‘수치의 역사’로 정리하고 그 수치를 극복할 수 있었던 근간을 공산당에 두는 논리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중국의 애국주의 역사교육은 역사 서사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는데, “‘가해자’에서 ‘피해자’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 역사교과서 속의 청일전쟁을 살펴보면 “전쟁의 무대였던 조선에서 청정이 시행한 각종 폐해나, 청정이 조선에 출병한 과정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성찰적 서술이 전혀 존재하지 않고, 일본을 악(惡)으로 중국을 선(善)으로 규정하고 피해자로서의 중국만 상세히 설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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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 교수는 중국공산당이 애국주의 역사학을 통해 위기에 대응한 반면, 민간에서 문화적 저항으로 나타난 ‘노스텔지어’ 현상은 “‘기억의 조작을 통한 과거의 미화’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애국주의 역사교육은 중국사회의 변화과정 속에서 다양한 미디어와 경쟁하면서 감성적 소통이 중시되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에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에서 노스텔지어 정서에 호소하는 관광상품이 대중의 인기를 얻자 ‘홍색관광(紅色觀光)’을 애국주의 역사교육의 매개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홍색관광’이란 중국 공산당의 역사와 관련된 지역을 답사하는 것인데, 금년 2월22일자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홍색관광에 참여한 인원은 연인원 10억여, 총 수입은 4천억 위안(한화 70조가 넘는 액수)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노스텔지어 현상은 중국 관변 애국주의 역사학과 대치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항성을 갖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것이 관광 상품화되어 시장에서 소비되면서 국가의 애국주의 역사교육은 오히려 감성을 통해 탄력을 받게 되고, 혁명적 전설에 대한 대중의 감성적 수용이 오히려 중국 사회를 보수화하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리고 김교수는 역사기억이 감성과 결합할 때 설득력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역사 이해의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목한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역사분쟁을 넘어서서 아시아에서 평화공존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역사연구, 국가의 역사교육, 대중의 정서라는 3가지 층위에 대한 상호 이해와 교류가 필요하다”며, 이 중에서 ‘대중의 정서’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즉, 중국에서 활성화된 ‘홍색관광’이라는 기억관광의 영역을 동아시아 전역에 적용할 수 있고, 역사학이 그 자원의 개발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한, 중, 일 각각의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기억관광의 영역을 확장해 동아시아적 기억관광 루트를 발굴해 내는 작업이야말로 동아시아의 평화적 ‘기억의 터’를 발굴함으로써 공존의 기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 가능성의 일례로, 프랑스가 1999년부터 기억관광 업무를 다루기 시작하자 EU가 유럽적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 다국적 공간을 아우르는 기억관광 노정을 발굴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국방군사편찬연구소의 심헌용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러일전쟁 기억 ․ 기념과 한국의 인식’의 발제에서 러시아가 러일전쟁을 어떻게 기억·기념하며,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 바람직한 역사상을 정립해 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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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러시아 정부가 러일전쟁 발발 100년을 맞아 자국 병사들의 전과(戰果)를 추모, 선양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그렇치 못한 현실과, 러일전쟁 당시의 대한제국 민초들의 독립의지와 열망이 어떻게 민족운동을 발현되었는지 발굴해 선양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러일전쟁의 발발은 중국의 여순이 아니라 1904년 2월 8일(1. 26) 오후 인천(제물포) 앞바다의 월미도와 팔미도 사이였음을 지적했다. 즉 전쟁이 청일전쟁과 마찬가지로 선전포고없이 일본의 기습에 의해 시작됐다고 밝혔다.
국제관례상 유례없고 예상치 못한 일본의 기습으로 러시아함대는 패했지만 전리품으로 함정과 병력을 일본에 넘기지 않으려 자폭, 수장하는 용기를 발휘했고 그같은 행동에 러시아는 큰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새롭게 해석했다.
아울러 러일전쟁에서 보여준 러시아 병사들의 용맹성과 헌신적인 애국심은 러일전쟁 연구가 러시아 학계 정체의 변동에 따라 이념적 판단의 유동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차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현재까지도 전쟁사의 주요 기념일을 애국심 고양을 위한 사업으로 기념하고 있으며 각종 학술실천회의, 교육, 전시회, 상훈제정 및 수여 등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는 한국의 러일전쟁 인식 부족을 지적했다. 전쟁 승패에 따라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되는 최대의 희생자가 됐지만, 러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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