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군인에게도 향기가 있다
매주 수요일 국방일보에 ‘할리우드가 본 6·25전쟁’이라는 제목하에 6·25전쟁과 관련한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전쟁만큼 영화나 소설에 다양한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 또 있을까? 삶과 죽음, 선과 악, 사랑과 우정, 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비참함,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 희망에 대한 기대와 절망의 고통 등 인간의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이성과 갈등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이다.
나 또한 군과 관련된 영화를 좋아하지만 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괴팍한 성격의 퇴역장교가 주인공으로 나온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그의 멋진 대사 때문이다.
제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 영화에는 수류탄 사고로 실명한 퇴역군인 프랭크와 장학생이며 모범생인 찰리 심슨이 서로를 이해하며 인생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프랭크가 자살을 위해 계획한 뉴욕여행에서 찰리는 프랭크의 내면에 감춰진 외로움과 고독을 이해하고 자살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온 찰리에게 교장은 목격한 비행을 밀고하지 않은 처벌로 퇴학을 결정한다. 이때 프랭크는 찰리의 보호자 자격으로 학교를 찾아가 교장의 부당한 요구와 처우에 대항해 외친다.
“이 학교 교훈이 뭐요? 밀고해라, 급우의 비행을 숨기면 너희를 화형에 처하겠다.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누군 달아나고 누군 남아요. 찰리는 위기와 맞섰고 조지(비행을 저지른 학생)는 아버지 주머니 속에 숨었죠. 그런데 어찌 됐죠? 조지에겐 상을 주고 찰리는 파멸시킨다고? 이 아이의 영혼은 순수하고 타협을 모릅니다. 그건 바로 순결함이고 용기죠. 그게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오.”
영화 속 프랭크는 군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나자 삶의 의욕을 잃고 냉소와 독설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으로 자살까지 시도하지만 순수한 한 영혼이 어른들의 이기심과 위선에 의해 희생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프랭크는 인간으로서의 삶도, 군인으로서의 삶도 모두 실패한, 인생의 패배자인 듯하지만 그는 군인으로서의 명예심과 자부심, 정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부당함에 대해 완강히 저항한 진정한 군인이었다.
장님인 그가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향기를 통해 여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듯이, 나는 그런 그에게서 원칙과 신념을 소중히 여기며 불의에 굽히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군인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렇다. 군인에게도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눈으로 볼 수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EBS 교육방송 국어담당 교사인 장 모(여, 38세) 교사는 인터넷 수능 강의에서 군(軍)을 ‘살인자 집단’으로 매도했다. 네티즌들은 발빠르게 그녀를 '군살녀'란 닉네임까지 붙여줬다.
그녀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를 제공하는 집단의 존재를 부정하는 막말을 했다. 나는 20년이 넘게 군 생활을 했고 자녀를 두고 있다. 그녀에게 자식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그 힘든 산고를 견디고 낳은 내 자식을 죽이고자 20년 넘게 군에서 살인기술을 연마한 극악무도하고도 비정한 어미가 된다.
군대 없이 평화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약한 민족은 살아 남을 수 없다. 과거 위대한 문명을 자랑하다가 힘이 없어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민족을 우리는 역사속에서 볼 수 있다. 그렇게도 대한민국을 과거의 역사 속으로 묻어버리고 싶은가?
지금 성하의 무더위 속에서 장교든, 병사든 군인이 되기 위해 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땀은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흘리는 고결한 땀이다. 뙤약볕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단련시킨 그들이 군인의 향기 물씬 풍기는 '평화의 수호자'로 태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군복을 입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