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주년과 남겨진 교훈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이 쓰는 말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언어를 근거로 탄생된 것이다. 그런데 마오리족 인근 섬에 사는 같은 종족인 모리오리족은 마오리족에 의해 지구상에서 멸망하고 말았다. 1500년께에 마오리족 중 한 무리가 채텀 제도로 이동해 모리오리족이 된 것인데, 생활은 풍요롭지만 싸울 줄도 모르고 무기도 없는 모리오리족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마오리족들은 그 섬을 정복하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려갔다.
마오리족은 촌락들을 습격해 1800명의 모리오리족을 노예로 삼고 저항하는 자들을 포함한 400명을 골라 모두 불에 구워 잡아먹고 말았다. 그리하여 150년 전에 모리오리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모리오리족처럼 주변의 상황을 모르고 자신의 위태로움에 대비하지 않다가는 생존권까지 박탈당하고 멸망하고 만다. 게다가 일신의 안위를 위해 적에게 협조하는 자까지 있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8월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빼앗은 수치스러운 날이 있는 달이다. 100년 전인 1910년 8월 22일 오후 5시쯤, 이완용과 그 일당은 우리나라의 국권을 불법적으로 데라우치에게 넘겨줌으로써 한일병합(韓日倂合)이 되고 말았고, 이로부터 35년간 일제의 침략과 수탈, 온갖 만행으로 3000리 강토와 2000만 백성이 도탄에 빠지게 됐다.
이때 조약 체결에 찬성, 협조했던 8명을 경술국적(庚戌國賊)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은 이완용·윤덕영·민병석·고영희·박제순·조중응·이병무·조민희이었다. 이 역적들은 한일강제병합 이후 일본으로부터 공을 인정받아 모두 작위를 받고 부귀영화를 누렸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향해 검은 손길을 뻗기 시작했을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이들이 많았지만, 우리 민족을 배신하고 일본인들의 앞잡이가 돼 일신의 안일을 꾀하는 자들도 나타났다. 우리 민족이 반만년 동안 피흘려 쌓아놓은 탑을 못된 몇몇 사람들이 밑둥을 헐어버림으로써 우리 민족은 더욱 깊은 질곡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말았다.
논란의 여지도 없이 한일병합은 매국노들과 일본이 합작해 강제로 우리나라를 빼앗은 것이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다. 그래서 올해 5월 10일, 한국의 대표 지식인 109명은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일본 지식인 105명은 도쿄 일본교육회관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병합은 원천무효’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에 반해 일본에서는 최근 공영방송 NHK가 정부의 지원 하에 한일강제병합 100주년 특집을 준비하면서 강제병합을 합법적인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하니 너무나 기가 막힌 일이다. 범죄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합리화하려는 그들이 가증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피해를 끼쳤던 자들과 일본을 나무라고 탓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열강의 반열에 들지 못하고 그들의 먹잇감밖에 되지 못했던 무능과 나약함을 반성하고 반드시 뼈를 깎는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정확히 알고 오늘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애국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해 오늘날 내게 맡겨진 역사적 위치와 소명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날 겪었던 수치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삶의 터전인 우리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다시는 겪지 않을 것이다. http://kookbang.dema.mil.kr/
이영신(육군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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