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남아 골치'라서 준다면 北이 감사할까
지난 8월 22일 당·정·청 9인 회의에서 여당 대표가 대북 쌀 지원을 제안한 후 신의주 지역 수해가 알려지자 정계와 종교계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정치·군사적 대응과 인도적 지원·협력은 분리되어야 하며 대북 쌀 지원은 우리 농민을 살리고 북한 주민도 살리며 남·북의 경색 국면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들은 쌀 대풍으로 인해 쌀값이 하락하고 남는 쌀을 보관하는 창고 유지비가 막대하다는 통계와 보관 중인 쌀이 부패되고 있다는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이 우리의 대북 제재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도 사과는커녕 우리를 비난하고 있어 사정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 26일 김정일이 후진타오를 만나기 위해 방중한 그날, 압록강을 끼고 신의주와 만포를 마주 보고 있는 단둥(丹東)과 지안(集安)에서 압록강 일원의 범람으로 대부분의 옥수수밭이 물에 잠겨 있는 것을 보았다. 북한의 수해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동포가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북 제재 원칙을 지키고 북한 주민들의 재난을 외면하지 않는 상식을 함께 살리는 지혜는 없을까. 정부는 대북 쌀 지원을 할 수 없다. 군사적 도발을 하더라도 북한을 따뜻하게 포용하면서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교류·협력을 하면 북한도 중국처럼 개혁·개방하고 변화할 것이라는 대북 포용정책은 전제가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북한을 지원하는 것으로 남·북관계를 풀자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또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우리 군인 46명의 떼죽음을 잊기에도 너무 이르다.
다만 대한적십자의 대북 지원 제의에 추가하여 비(非)정부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을 열어 놓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의 대북 접촉 규제를 해제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허용되고 있는 북한 영·유아 지원과도 맥을 같이한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지금 일부의 주장처럼 우리가 쌀이 남아돌아 쌀값 하락 걱정 때문에, 또 관리비 부담 때문에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남는 쌀을 어쩔 수 없어서 북한에 주는 꼴이 되는데 북한이 받더라도 고마워할 리가 없다. 더 적반하장으로 나올 것이다. 또 쌀 재고 문제는 농정(農政)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국정 과제이다. 이를 남북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
천안함이 폭침당했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영원히 끊을 수는 없다. 국제정세도 그렇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 북한에 특사 파견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칙과 상식을 모두 벗어난다. 범죄자의 책임을 묻다 말고 돌연 북한을 먼저 찾아간다면 '자기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도 이를 아량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 지역의 세 코스를 통해 백두산을 오르는 하루 5만 명 중 한국인이 1만 명이라고 했다. 그 입장료만 하루 4억원이다. 북한 당국이 군사도발을 멈추고 핵을 포기하면 상생·공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날이 언제 올 것인지, 우리 국론은 언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백두산 위에서 상념을 떨칠 수 없었다.(http://www.chosun.com/)
송종환(명지대 초빙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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