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인사 바로잡는 게 국방개혁의 출발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 "우리 군은 창군(創軍) 이래 변화하지 않은 것 같다. 군 변화의 핵심은 인사(人事)에 있다"며 군 인사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회의에서 자신이 민간 기업에 근무할 당시 인사철마다 쏟아지는 청탁 때문에 고심하던 끝에 청탁이 들어오면 그 내용을 인사기록 카드에 기록했더니 청탁이 사라졌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군 인사를 철저히 공정하게 하는 것이 군이 사는 길"이라고도 했다.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앞으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의 연구·검토 내용을 넘겨받아 올 연말까지 국방개혁 과제로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육·해·공(陸海空) 3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군 조직 개편 방안과 육군 위주의 합참 조직의 틀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군 조직과 운용·예산, 군 장성(將星) 수 등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통령은 바로 이런 일을 추진 중인 사람들에게 "군 인사 혁신이야말로 군 변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군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나라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강군(强軍)이면서 동시에 낭비와 비효율을 최소화한 정예의 군대다. 그러나 우리 군은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올 들어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계 각국은 최근 불필요한 군 조직을 통·폐합하고 장성 수를 줄여 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국방부는 지난 8월 군 장성 보직 50여 개를 없앴고, 영국·독일도 군의 군살을 잘라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 군 역시 낡은 편제(編制)를 바꿔 현대적인 의미의 강군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며, 북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는 군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군 장성 숫자를 감축하는 문제도 피하지 말고 검토해야 한다.
과거 정권들은 군 조직·예산 문제를 섣불리 손댔다가 군 안팎의 반발 때문에 그냥 덮어버리곤 했다. 국방 개혁을 추진하려면 그 방향이 옳고 현실적이어야 하는 것 못지않게 군 안팎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이 군 개혁의 출발점으로 군 인사 혁신을 꼽은 것은 옳은 방향이다. 인사(人事)를 바로잡는 것이 국방개혁에 필요한 국민과 군의 지지를 얻는 데 필요한 일이겠지만, 아무리 군의 편제를 바꿔도 능력을 갖춘 인사가 그 자리에 갈 수 없다면 군 개혁작업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종 연(緣)에 얽힌 인사가 만연했던 군의 인사 풍토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군 개혁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조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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