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공정사회'로 가는 길

원칙과 상식이 존중받는 사람중심의 사회..법이 지배하는 사회여야 한다.
Written by. 정운종   입력 : 2011-01-09 오후 1:53:16
공유:
소셜댓글 : 0
facebook

  한동안 ‘공정한 사회’가 화두로 제기된바있다. 그러나 요즘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언제 그런 말이 나왔던가 싶을 정도로 무관심하게만 느껴진다.

 ‘공정사회’ 과연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나라가 시끄럽고 어지러운 현실이지만 국기를 튼튼히 한다는 차원에서 다 함께 성찰해 보아야 할 국정과제로 중시돼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우리 사회를 공정치 못한 사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우리사회가 공정치 못 한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할 것이다. 환자의 병을 고치는데도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하듯이 우리사회가 그토록 공정치 못하다면 그 공정치 못한 이유를 찾아 하나하나 치유해 나가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첫째는 상식과 순리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상식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그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말한다. 억지가 통하지 않고 이치대로 돌아가는 것이 곧 순리다. 상식을 부정하고 순리가 통하지 않을 때 그 사회는 바른 사회가 아니다. 공정한 사회란 쉽게 말해 상식과 순리가 지배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원칙과 상식이 존중받는 사람중심의 사회
 
 둘째로 지적되는 것은 양심(良心)이 지배하는 사회가 못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해 볼 때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일단 건강하고 공정해 질수 있다고 본다. 부정한 방법으로 남을 딛고 일어서려는 지나친 이기주의나,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독선이 지배할 때 그 행동 주체의 양심은 올바로 설수 없고 이런 빗나간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공정 사회를 기대한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셋째는 뭐니 뭐니 해도 준법정신의 결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은 공정과 공평이 생명인 동시에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법을 어기고, 또 그 법을 어긴 사람이 더 잘 살고 큰소리친다면 누가 법을 따르고 존중하겠는가. 법이 엄격하게 집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법을 지키고 존중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준법정신을 생활화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돈이면 무슨 일이고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져 왔다. 급행료다 뭐다 해서 안 될 것도 되고 시간이 걸려야 할 것도 돈을 주면 빨리 즉석에서 해결되던 때도 있었다. 뇌물을 바치면 더 어려운 일도 쉽게 풀렸으며 인사에서, 모든 인허가에서 돈이면 원하는 대로 다 되는 사회, 이런 사회는 정말 병들대로 병든 불공정사회의 극치 그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란 말도 있지만 돈이면 죄지은 사람도 풀려나고 돈 없으면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일은 없을 것이다.

 법이 지배하는 사회여야 한다

  법치사회, 정의사회는 바로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법은 또 공명정대하게 적용돼야 한다. 누구는 법 위에 있고 누구는 법의 가혹한 심판대 위에 서는 불공평은 법의 신뢰와 권위를 실추시킨다.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는 어떤 사심(私心)도 작용해선 안 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논리는 법 앞엔 성역도 없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같다. ‘형평의 원리’ 그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 곧 정의의 실천과 가치관의 회복이다. 민주주의를 가리켜 법치주의라 정의하고 있지만 위로는 국가권력에서부터 아래로는 국민 개개인의 생활 구석구석까지 법과 질서에 따라 모든 것이 행해질 때 민주주의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법이 있어도 있으나 마나라면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이기는커녕 무법천지나 다름없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화 과정에서 야기된 지역 간· 산업 간· 부문 간의 불균형 성장과 빈부격차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겪어왔다. 정직한 사람이 존경받고 주위로부터 대접 받으려면 모든 부문에서 경쟁과 창의가 중시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다시 말해 페어플레이 정신이 존중되고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해야한다.  우리가 수없이 목격하는 크고 작은 갈등도 따지고 보면 서로가 불신상태 속에서 의심을 갖고 생활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내 돈 가지고 내가 쓴다고 마구 사치하고 낭비하는 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상식이 아니다. 절제와 검소한 생활기풍의 확립도 따지고 보면 상식적인 삶을 살아가는 행동철학이다. 이런 덕목들은 어릴 때부터 생활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가정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하나의 생활규범으로 지키겠다는 인식이 보편화돼야 한다. 자기절제와 자기통제를 모르고 사는 사람에게서 공동체 의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만 아는 일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일본의 예를 들어 어떨지 모르나 일본 사회에서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더 중요시하는 교육을 펴고 있다. 첫째는 가까이 있는 소집단에 참가하고 집단의 합의 형성에 참여하는 것에 만족하는 의식, 둘째 화(和)를 존중하여 대세에 순응하고 개성을 희생하기도 하는 집단본능, 셋째 조직에 참가하여 조직의 상 하 서열을 지키고 온몸을 다 바치는 것을 성실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이 곧 학교 교육에서 강조하는 ‘집단본능’이다. 이런 집단본능은 자기절제나 자기통제 없이는 생활화하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학교 외의 활동도 학생에게 협조행동을 가르치는 교육의 일부로 중요시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내외에서의 경험이 졸업 후 기업 안에서나 사회활동에 그대로 반영될 때 그 사회나 직장 분위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만 하다. 지능이나 재능보다는 조직에 대한 기여도와 경험을 보다 높게 평가하는 인식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협조·협동심을 고양하는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만하다.

 지역주의와 귀속주의가 남긴 폐단도 많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연고주의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생긴 파벌과 극단적인 이해갈등으로 인한 정체와 퇴영적 부패구조는 또 얼마나 심각했는지 생각해 보자. 동창, 친인척, 학연 등의 유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나머지 이들 사이의 일이라면 설혹 그것이 불법적이고 위법적이고 탈법적인 것이라도 오히려 용인되고 합리화시켜 주는 풍토 하에서는 준법정신이 강조되고 법치주의가 가능해질 수 없다. 끼리끼리 사회의 병리는 쉽게 말해 사회를 이중 삼중으로 분열시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능력, 업무의 효율보다 연(緣)'을 대기에 바쁘고 철저한 보신주의가 싹트게 마련이다.

 안보(安保)는 국민정신 전력이 요체 

 언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한 국가가 패망하는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를 들었다. 그 하나는 국론이 분열됐을 때이고 둘째는 정부공직에 있는 사람들의 부정부패이며, 셋째 그 나라 청소년들의 정신이 유약, 무력했을 때, 넷째 국민과 정부 사이에 불신감이 조성되었을 때, 말하자면 국민총화에 균열현상이 일어났을 때 그 나라는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이다.

  나라의 안보란 군사적인 전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정신전력도 국가 안보의 중요한 기틀이 된다. 국민의 정신전력이란 특히 건전한 국민정신에서 샘솟는다. 국민의 정신자세가 이완되고 온갖 부조리와 무사안일로 나라의 기강이 해이해 진다면 아무리 현대화된 무기로 무장한다 해도 그 결과는 보나 마나다.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 북한의 단말마적 도발을 보면서 국가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이다.(KONAS)

정 운 종(시사문제연구소 소장, 전 경향신문논설위원)

*** 이 칼럼은 월간 '자유' 2011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26.10.1 목요일
안보칼럼 더보기
[안보칼럼] 강한 국군이 곧 평화의 조건이다
매년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우리는 이 날을 맞을 때마다 ..
포토뉴스 더보기
핫클릭 뉴스
깜짝뉴스 더보기
베트남에 북한군 참전 기념물 설치…北국방성, 제막식 참석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북한 인민군 참전 군인들을 기리는 기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