改憲 할 때와 안 할 때
개헌은 정족수가 채워져야 할 수 있고, 여-야가 합의해야 할 수 있고, 여론이 모아져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지금은 불가능해 보인다. 야당에 미끼를 주면 된다고 하겠지만 야당이 바보인가, 이명박 대통령 좋아할 짓 하게. 누이 좋고 매부 좋게 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 골탕 먹이는 걸 더 좋아하게 되어 있지, 함께 잘 삽시다 하게 되어 있지 않다. 여론도“웬 개헌?”할 가능성이 크다.
개헌은 또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다. 반년 이상 법석을 떨어도 잘 안 될 일이다. 온 나라가 개헌, 개헌하며 허구 헌 날들을 지새우며 보낼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개헌은 사전 연구와 토론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임기 말에 이르러“개헌하자”하는 건 무엇보다도 우선 너무 생뚱 맞다.
1987년 체제는 물론 2000년대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체제로 언젠가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총선과 대선만 해도 벅찬 일정인데 거기다 개헌까지 앞세운다는 건 우리 현실이 감내하기엔 너무 힘겹다. 하려면 차기 후보 또는 후보들이“당선되면 임기 초에 개헌논의 할 터”라는 공약을 내걸고 시작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개헌논의는 위험부담도 안고 있다.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우리 체제와 안보를 훼손하려는 측이 개헌안에 지뢰를 묻으려 할 것이다. 언젠가 개헌논의를 하더라도 이 위험부담만은 충분히 고려하고서 논의해야 한다. 이건 결코 간단히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개헌 명분 자체는 교과서 같은 말씀의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개헌은 또한 권력의 관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거짓말이다. 모든 개헌 논의는 권력투쟁의 측면을 안고 있다. 이 측면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집착은 오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에 그런 오해를 사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좋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봉사는‘순탄한 마무리’다. 평지풍파는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 번 TV 대담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올바른 원칙을 천명했다. 그 기조로 끝까지 가면 된다. 4대 강 사업 등 경제 분야에서도 좋은 업적을 쌓았다. 그렇다면 그냥 그대로 잘 유종(有終)의 미(美)를 장식하면 될 것 아닌가?
과식(過食) 하면 체하고 토사광란 한다. 개헌 특공대로 이재오를 내세우면 될 것 같다고 보는지? 야당은 고사하고 박근혜 진영이 아마“아이고 이 징한 것, 너 잘 만났다”며 반갑다고 밤송이로 등판을 확 확 긁어 줄 것이다.(cafe.daum.net/aestheticismclub)
류근일(언론인, 전 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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