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각] '생각의 차' 달라도 이리 다를 수가?
11일 아침, 지하철 역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봄 가뭄이 한창일 즈음 전국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산불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비가 내려 마른 대지를 적셔주기를 바랐지만 장마철도 아닌 때에 한꺼번에 100mm가 넘는 비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함에 '가뭄해소'라는 반가움 일면에 편치 않는 속내가 일어 크게 반갑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발걸음을 바삐 해 지하철을 탔다. 평소 습관대로 입구에 놓인 무료신문 한 부를 집어 들고 눈길을 고정하던 중 한 지면에 시선을 끄는 기사가 있어 퍼뜩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 심중으로 파고 든 탓이다.
지난달 14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27개 탈북자 단체로 구성된 연합회 회원 150여 명이 모여들었다. 4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될 수 있기를 촉구하고, 또 이 법안 통과에 여·야 의원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임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뜻을 온몸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사전에 언론사에 알린 보도자료를 통해 연합회 대표들이 법안통과 여망을 관철하는 의미로 삭발식을 갖기로 해 기자들 또한 취재에 기대감을 갖는 모습이기도 했다.
회원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인권에는 이념·국적·인종·성별·종교가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을 지키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아닙니다. 지난 연말에도‘깽판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이들의 목소리는 차라리 절규에 가까운 것이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이미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 독재자 김정일을 압박하고 있는데도 유독 한민족이면서도 김정일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채 정작 해결해야할 절대다수 주민의 인권은 도외시하고 있는 야당과 반대세력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그 날 행사에서는 북한인권법 저지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 대표에 대한 성토와 박 의원 이름을 빗댄 삼행시와 "박지원 의원은 김정일의 1등 후원자"라고 쓰인 피켓도 있어, 그에 대한 탈북 회원들의 분노와 원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케 했다.
그리고 1주일여가 지난 24일 서울에서는 8회 째를 맞는 '북한자유주간'행사가 국회와 서울역, 프레스센터, 명동일대와 광화문, 탈북자 교회와 발산동 성당 등지에서 집회와 세미나, 전시회, 납북자 이름 부르기, 기도와 간증 등 다양한 행사, 많은 국내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어졌다.
수잔 솔티 미 디펜스포럼 회장과 파란 눈의 외국인도, 일본의회 의원과 학자들도 우리 국회와 시민단체 모임에 참석해 "왜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않는지,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만은 꼭 법안 통과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탈북자들과 국내외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의 북한인권법안 통과는 또 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역시나'로 끝나고 만 것이다.
북한민주화를 위해 대북전단을 날리고, 소리 높여 법안 통과에 주력했던 관계자들의 허탈함과 자괴감이 어느 정도 일 것인지, 취재기자로서 다는 알 수 없다해도 명치 끝에 와 닿을 아픔이 어떨 것인가는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침 무료신문에 난 '여의도 말풍선' 지면에는 오는 13일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마치는 박지원 대표의 "집시법을 지켜서 1500여명의 촛불 민주시민들을 전과자로 만들지 않았고, 때로는 험한 인신공격과 별소리를 다 들으면서 북한인권법을 저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이 번지르르 하게 실려 있었다.
4월28일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화 중 "그래, 나는 종북주의자, 빨갱이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 박 의원의 발언이 새삼 떠오르기도 한 순간이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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