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제2"天地 開闢 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강)을 거쳐 남부 산업지대인 장쑤성 양저우 까지 논스톱 순회 방문한 것을 두고 갖가지 기대감과 추측이 난무한다. 그러나 김정일의 이 지역 방문은 중국과 함께 연출한 제2의“천지 개벽(天地 開闢) 쇼” 라는 데서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2일 중국의 김정일 초청이 중국 경제발전을 모델로 삼도록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일이“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 초청했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원 총리의 말대로 김정일이 중국 발전을 모델로 삼기 위해 중국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김정일이 개방·개혁을 거부하며“주체”경제 속에 백성들을 굶겨 죽이는 것은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고 중국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다.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무려 6번이나 중국을 들락거렸고 이번 까지 7번째이다. 작년 3월 천안함 공격 이후만 해도 3차례나 중국을 찾아갔다. 그 중에서도 2001년 1월 방중 때는 상하이(上海)에 들어가 중국의 개혁·개방에 관해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토해냈다.
그는 상하이를 방문, 황푸(黃浦)강변의 푸둥(浦東) 지구 등을 둘러보면서“천지 개벽할 변화”를 이루었다고 감탄하였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수행원들에게‘상하이 같은 도시를 하나 건설할 수 없느냐“며 능청떨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 석상에서 "천지개벽할 거대한 변화는 중국 공산당이 채택한 개혁·개방 노선이 옳은 것이었음을 증명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래서 당시 국내외 언론 및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상하이 방문을“개혁 현장 견학이고 중국식 개방을 굳힌 듯 하며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시동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그 후 10년이 지났지만 오늘 날 까지 문을 안으로 굳게 걸어 잠근 채 그 이전 그대로 이다. 김정일이 내 뱉은 "천지 개벽할 변화"란 말은 단지 중국 수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한 능갈 맞은 "천지 개벽 쇼" 였을 뿐이었다.
김정일은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금년 동북 3성 - 장쑤성 양저우 시찰 이 후에도 결코 개방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다만 개성공단, 신의주, 나선처럼 고압 전기 철조망을 치고 경제특별구역을 더 만들어 외화만 빨아들이는 것으로 그칠게 뻔하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김정일은 북한체제를 개방할 경우 동독처럼 한국에 흡수통합 되던지, 아니면 루마니아의 니콜라이 차우셰스쿠 처럼 성난 민중에 의해 체포돼 처형된다고 두려워한다는데 있다.
특히 중동의 튜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정권이 민주화 혁명에 의해 붕괴되었고 반정부 시위열풍이 리비아, 예멘, 바레인,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중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바로 이 민주화 열풍 속에 김정일이 원자바오 총리의 말대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발전에 활용”하기 위해 나 설 턱은 더욱 없다. 자해 행위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김정일의 방중 목적은 다른데 있음이 분명하다.
첫째, 김정일의 방중 속내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지원이 없어도 중국과의 경제협력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인상을 자아내기 위한데 있었다. 김정일은 집중 개발중인 동북 3성으로부터 산업 심장부 남부까지 열차로 논스톱 여행, 자신의 동선을 언론에 각인시키고자 했다. 13억 중국과의 무한대한 경제교류 잠재력을 과시함으로써 한·미 양국의 경제지원 없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려 꾸민 것이었다. 한국은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를 포기하고 북한에 다시 머리 숙이며 기어들어 오라는 간접적 시위 였다.
둘째, 김정일의 방중은 북·중간의 관계가 그 어느 때 보다도 견고하다는 것을 실증해 주기 위한 데 있었다. 작년 3월 북한의 천안함 공격 이후 한·미 양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은 격화되었다. 여기에 김정일은 1년 사이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양국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과시하려 했다. 한·미가 북한을 얕잡아 보지 말라는 시위였다.
셋째, 김정일의 방중은 중국의 외교적 위상 과시용이기도 하다. 중국은 1년 사이 김정일을 세 번씩이나 불러들임으로써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선전하려 하였다. 한·미를 비롯한 서방국가에 중국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데 있었다.
넷째, 김정일의 방중은 자신의 건강을 만 천하에 과시하기 위한 건강 자랑 여행이었다. 그는 70세의 늙은 나이로 호텔에서 자지 않고 30시간을 논스톱 여행함으로써 자신이 건강해 졌음을 보여주려 했다. 남한에서 흘러나오는 김정일의 돌연 병사와 체제붕괴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을 차단하기 위한 2000km 강행군이었다.
다섯째, 김정일의 방중은 2012년 4월‘강성대국’원년을 앞두고 중국 수뇌부와 잦은 첩촉을 통해 경제 및 정치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데 있다. 든든한 후원자 확보를 위한 친선외교 행각의 일환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김정일의 방중이 원자바오 총리가 공언한 대로 중국의 경제발전 방식을 배우러 간 것은 아니다. 김정일이 10년 전 상하이에서 벌였던“천지 개벽 쇼“의 재판에 불과하다. 김정일의 주연에 중국이 조연을 맡고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은 김정일과 중국이 함께 짜고 벌이는 음습한 쇼에 놀아나지 말고 명석하게 대처해야 한다.(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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