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정부와 야 5당, 찬성파와 반대파 간에 첨예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야 5당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단은 일시중단과 사업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국방부는 추진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강정마을의 주민을 포함하여 반대하는 외부세력까지 합세한 시위 때문에 추진 중인 국책사업이 중단상태에 있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면서 반대자들을 종북세력이라고 공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국책사업 추진을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첨예한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고 있어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되었던 사업으로 2008년 9월 확정되었으며,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하여 주요한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이었다. 그런데  항만공사 계약 체결이후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사업비 9776억 원 중 1405억 원이 집행되었으며, 반대 집회 등으로 33%의 공정률에 그치고 있다. 공사 중단으로 10개월 간 월 평균 약 60억 원의 예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남방해역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사시 부산이나 진해 목포 등 해군기지에서 출동하는 것보다 뛰어난 작전의 신속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과 일본해군의 견제, 해군기지로서 손색없는 깊은 수심 등 양호한 입지조건, 주변의 이용 가능한 보조항구나 항공시설, 태평양과 연계되어 대양해군 건설의 이점 등을 들고 있다.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해서 마한(A. Mahan)이 강조한 해양력(Sea Power) 배양론을 인용하고 있으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전략요충지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위해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제주해군기지는 미 핵항공모함의 전초 지원기지화되고, 미국의 중국 통제용으로 이용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 고래 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꼴이 될 것을 우려한다. 또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우리나라가 일본과 동시에 참여하면 중국을 자극할 것이라고 한다.

 강정항은 문화재보호구역이며, 인근 해역의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과 해양보호구역을 파괴하여 생태환경이 훼손된다고 한다. 또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평화적 거주권이나 생존권이 침해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2005년 1월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찬성과 반대 입장에 대하여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지적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다만 원론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두 가지 가치가 충돌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 강조하는 가치는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강대국으로부터 국가의 자율성, 생태환경보호, 지역주민의 주거권과 생존권이라는 가치다. 양쪽이 주장하는 가치는 모두 다 중요하다. 공동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이다. 어느 가치가 다른 가치보다 항상 우선한다고 일반화하기 곤란한 부분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가치판단 기준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정마을 주민들의 개인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요구하는 것은 절박하고도 강렬한 것으로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의 승인, 어업보상과 등기이전 완료, 공사가 이미 1/3 진척된 국책사업, 2007년 4월 제주도민(찬성 54.3%)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찬성 56%)를 물었다는 등을 내세워 강변만 하지 말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아량을 보여야 할 것이다.

 공동체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충돌할 때 가치갈등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은 국제사회에서 영원하게 변하지 않는 생존가치라고 간주하고 있다. 분단국가이면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교차점에 있는 우리나라는 국가안보를 조금도 소홀하게 다룰 수 없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이익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주민들이 양해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반목과 대립이 이념갈등으로 발전해서는 안 된다. 맹자는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군사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입장 차 때문에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가안보에 전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konas)

홍득표(인하대 교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