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유지 및 자유를 찾아서 탈북해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주민 상당수가 정작 같은 동포인 조선족에 의해 인권침해 및 유린을 당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4일 사단법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 대표 김태진)는 통일부의 후원으로 2011년 5월부터 8월까지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 1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24일 (사)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2011 중국내 탈북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오선영(가명)씨 등 3인의 증언을 들었다.ⓒkonas.net

 ‘2011 중국내 탈북자 실태조사’(조사팀장 김정연)에 응한 중국 내 탈북자 126명 중 61명(48%)이 탈북을 도와준 사람으로 조선족을 꼽았으며 ▶없음 24명, ▶기타 14명, ▶선교사 13명, ▶친척 9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이 탈북자들에게 탈북을 돕는 조력자로 조선족이 꼽혔으나, 인신매매를 경험한 조사결과를 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조사에 응한 126명 중 64명이 인신매매를 경험했으며, 특히, 인신매매를 경험한 64명의 탈북자 중에서 조선족이 개입해 인신매매를 경험한 사람은 45명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126명 중 119명이 여성으로 94%에 달했으며, 연령대 별로는 30·40대가 60.2%를 차지하고 있어, 인신매매에 취약한 여성을 노린 상당수의 조선족들이 탈북 조력자 행세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월에 美 국무부가 발표한 ‘2011 연례 인신매매실태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도 이러한 관측을 입증해 주고 있다. 보고서는 조선족과 북한 남자들로 주로 이뤄진 전문조직이 부정부패가 만연한 북한측 국경수비대와 짜고 북한주민들을 중국에 팔아 넘기고 있다면서, 중국 북동부 지역엔 현재 이런 식으로 팔려온 북한주민이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가운데 70% 가량은 여자라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3명의 탈북여성들은 중국에서 자신들이 직접 겪은 인권유린 및 매매에 대한 참상을 폭로해, ‘2011 중국내 탈북자 실태조사’의 조사결과를 뒷받침했다.

 오선영(가명)씨는 “특별히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같은 동포 민족이지만, 중국 한족보다 우리 교포들(조선족)이 더 악착같다”라고 증언했다.

 오씨는 자신이 탈북 당시에 39살이었고 북한에 두고 온 남편과 아이들이 두 명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 조선족들이 선자리에 나가지 않는다고 매질을 했으며, 그 때 당시 매질로 치아가 모두 손실됐다고 폭로했다.

 오씨는 또한 중국에서 강제북송돼 북에서 고문을 당한 사례도 폭로했다. 오씨는 고문으로 손톱이 빠져나가 바람만 불면 손톱이 시리다고 말했다. 오씨는 “중국 땅에서 설움 당한 것보다 고향 땅(북한 교화소)에서 설움이 더 컸다”고 흐느꼈다. 이어 조효민(가명)씨와 이민선(가명)씨도 오씨와 별반 다르지 않은 참상을 증언했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한 강제북송과 관련한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126명 중에서 69명이 강제북송을 당했으며, 북송된 후 짧게는 구류소 1개월에서 길게는 61개월간 수감돼 사상교육, 강제노동, 고문 등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사)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김태진 대표 ⓒkonas.net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의 김태진 대표는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재중 탈북자들을 구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적어도 10만 이상의 탈북여인들이 중국 공안의 단속에 떨고 있으며, 이러한 탈북자의 취약점을 악용해 중국 내에서 많은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이, 어느 때인데 우리 딸들이 팔려가는가? 우리 민족, 여인들의 고통이 알려져 구조의 손길이 벌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