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들을 땅에 묻지 않으려면…
평시에는 아들이 아버지를 땅에 묻는다. 전시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땅에 묻는다. 통상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부모 먼저 가는 것이 최고의 불효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인륜으로 따져 최고의 불행, 최상의 불효가 전시에는 일상화된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가고, 아버지가 아들을 땅에 묻는다. 그러기에 전쟁은 인간에게 최악의 선택이요, 최후의 수단인 것이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전쟁의 총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인류역사상 잠시나마 총성이 그친 시기는 비스마르크시대 3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19세기 이후 근대사만 봐도 제1차 세계대전에서 840만명의 군인이 전사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1400만명이 전사했다. 2차대전 이후의 크고 작은 전쟁에서도 100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사실상 인류는 이미 3차 세계대전을 치룬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평화를 사랑하면 전쟁을 피해갈 수 있다고? 총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면 평화가 찾아온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한다. 전쟁의 유령은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만을 찾아간다. 전쟁을 각오하고 전쟁에 대비하는 자만 피해간다.
우리는 60여년전, 6․25전쟁을 겪었다. 여기에서 500만명의 국민들이 희생되었다. 지금도 북한은 청와대불바다 운운하며 전쟁의 유령을 불러 들이고 있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5백만을 훨씬 넘어서는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한번 강조하건데 전쟁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전쟁을 예방하는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 5천만 국민이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터에 뛰어들 각오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有錢入隊, 無錢免除, 有權入隊, 無權免除의 풍토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네 아들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그중 막내 쿠엔틴은 독일군과의 공중전에서 전사했다. 6․25전쟁때는 현역장병의 아들만 142명이 참전했고 그중 35명이 전사 또는 부상했다.
중국의 모택동 아들은 6․25전쟁에 참전해서 전사했다. 영국에서는 상류층 자제들만 입학하는 이튼스쿨이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이튼스쿨 졸업생만 2000여명이 전사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6․25전쟁 전사자의 명단에는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혹자는 개탄한다. 6․25전쟁은 예정된 것이었고, 또한 우리가 자초한 것이라고...
목숨걸고 기꺼이 전쟁터로 뛰어드는 분위기, 여기에는 국민적 보훈의식도 크게 작용한다. 지난 7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은 트로이 페트리 상사의 목에 미군 최고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걸어주었다. 페트리 상사는 아프간 전투에서 두 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동료들에게 떨어지는 수류탄을 낚아채 밖으로 던지려다 폭발하여 오른손을 잃었다. 이날 CNN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이날 아침 국내 모 일간지는 이렇게 제목을 달았다. “미국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미국을 만든다.”
이스라엘에서도 감격적 사건이 있었다. 지난 10월 18일, 이스라엘 국민들은 위대한 결정을 내렸다. 무장테러집단 하마스에 포로로 잡혀있는 길라드 샬리트 상병을 데려오기 위해 1,027명의 포로를 돌려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샬리트 상병이 텔노프 공군기지에 내리던 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및 정부 주요관료들은 공항까지 나가서 샬리트 상병을 포옹했다.
며칠 전 국내 주요 일간지에는 한 베트남참전용사의 죽음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던 한 참전용사가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아마도 세상을 비관하여 자살한 것 같다는 내용이다.
병역은 의무이기 전에 권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병역을 권리로 이해하는 풍토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군대 안가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전쟁터에서 돌아온 용사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국민적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쟁이 일어나면 너도나도 전장터로 뛰어드는 병역풍토가 조성될 것 아닌가? 그때에야 비로소 아버지가 아들을 땅에 묻는 비극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김덕봉 (국방일보 전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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