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병영일기
본 내용은 병무청이 실시한 자원입대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으로 선정된 작품임.(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저는 2년 5개월 전 육군 현역으로 재대한 제주도에 살고 있는 27살 김동욱 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위아래 턱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 일명 부정교합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음식물을 치아로 잘라 먹는 것도 불편했고, 치아가 하나만 맞물려 있어 턱관절장애까지 와서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죠. 어느 덧 저도 군입대, 스무살 이상의 대한민국 건강한 남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받는 입영통지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군 신체검사를 받고, 부정교합으로 신체등급 4급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현역 군인이 아닌 공익 근무요원이라는 대체복무로 군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러나 저는 평소에 군입대를 하게 되면, 꼭 현역 군인으로 입대 하여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던 터라, 주변 지인들에게 부정교합 치료 후 재검사를 받아 현역 군인에 들어가고 싶다는 제 생각을 내비췄습니다.
그러나 주변반응은 몸도 불편한데 군대를 왜 가냐며 시간만 버리고 너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오히려 잘됐다는 안도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갔다 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걱정스러운 만류와 안도의 말은 저에게 달갑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 스스로 내가 나라를 지키지 않으면, 부모형제도 지킬 수 없다고 최면 아닌 최면을 걸고 현역으로 입대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마음을 다 잡고 부모님께 현역으로 입대 하겠다고 말씀드리자 부모님께서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내 감추시지 못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자식의 병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셨겠지요. 하지만 제가 이런 상황에서도 간곡히 군에 가고 싶다며 설명을 드리자 이내 부모님께서도 마음을 여시고, 제 의견을 수락해 주셨습니다.
아버지 또한 현역 공군 하사관 출신이라, 남자라면 한번쯤 군대에 갔다와야 한다는 저의 생각과 다르지 않으셨고, 다만 망설이셨던 것은 제가 군생활로 인해 몸이 더 불편해질 것을 염려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재검을 받기로 결심하고, 부정교합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정교합 치료는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긴 시간과 제 가정형편으로는 벅찬 거액의 치료비가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좀 늦게 들어가더라도 군에 꼭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에 2년이란 시간은 힘들고 길었지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상태에서 학업과 병행하며, 부정교합 치료를 마치게 되었죠. 그리하여 재검을 받으러 병무청에 갔던 날, 주변에는 저와 같은 재검을 받는 사람들이 열사람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저와는 달리 신체등급을 1급에서 4급으로 낮추기 위해 온 사람들이더군요. 유일하게 저만 등급을 올리려는 거였죠. 그것을 보며 저는 마음 한편으로 좀 착찹함을 느꼈습니다. 병무청 관계자들도 저의 이런 결심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듯 한 눈초리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그렇게 재검을 마치고, 신체등급 1급을 받고, 현역 복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인터넷으로 대한민국 육군에 군입대를 신청하여, 드디어 입영 통지서를 받게 됨으로서 고대하던 육군훈련소가 있는 논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육군 훈련소에 도착해보니, 저 말고도 군 입대하는 입영 장정들이 많더군요. 그리고 이제 정말 군입대라는 것이 그 장엄한 곳에 가니 기대 반 두려움 반이 생기면서 실감이 났습니다. 논산훈련소 내부에는 입영 장정 외에도 위로와 잠시 동안의 이별에 인사를 하러 온 가족들과 또 입영장정들의 애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만 혼자서 입대 하는 것 같아 잠깐 쓸쓸한 생각도 들었지만, 본 고향이 제주이다 보니 개의치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집합시간이 되어, 군입대라는 순간을 맞이 하게 되었죠. 그리하여 시작 된 군생활 입소대대에서 생활은 긴장 그 자체였습니다.
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갓 군입대 했으니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러나 그런 시간도 잠시 저는 군대 체질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 생활도 편해지기 시작 했습니다. 그렇게 입소대대에서의 짧은 기간을 마치고, 육군훈련소 6연대 3중대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육군 훈련소에서 적응은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육군훈련소는 입소대대와 달리 조교들이 엄하게 교육했고, 힘든 훈련과 얼차려는 이제 정말 군대에 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간간히 군대에 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꿋꿋이 훈련을 해나갔습니다.
육군 훈련소에서는 여러 가지 훈련을 했었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훈련이 아닌 추위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저희 동기들 중에는 교육훈련을 받다가 발에 시퍼렇게 동상이 걸리고 손이 얼어 기왕증이 오는 훈련병들이 간간히 발생했습니다. 집에 있을때는 몰랐는데 추위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군대와서 느끼게 해준 첫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집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가 시간을 쏜 화살 같다고 했던가요. 그렇게 해서 어느 덧 6주란 시간이 훌쩍 지나 자대를 가기 전에 주특기학교에서 발칸포라는 대공포 주특기를 받고, 3~4주 동안에 교육을 받음으로서 한 단계 발전된 군인에 모습으로 자대로 갈수 있었습니다.
자대에서의 첫날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첫날 밤, 고참들의 짖굳은 장난, 엄한 분위기에 아! 드디어 진짜 군대에 왔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일병이 되었을 때, 군생활은 사회에서 생각한 것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현역군대에 꼭 입대하고 싶었던 저조차도 사실 괜히 군대에 왔구나 이런 곳에 내가 왜왔지, 이런 생각이 든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번은 올 곳인데, 내가 나라를 안 지키면 부모형제가 편히 이 땅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살아 갈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꿋꿋이 힘든 군생활을 버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러 병사의 장, 병장이란 계급을 달게 되고 선임분대장이란 소대에서 가장 윗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병장이 되면 쉬워 보였던 군생활은 막중한 책임이 더해져 더욱 더 어려워졌고, 간부님들의 간섭과 질책도 많이 쏟아졌죠. 그렇게 군생활에 회의를 느낄 때쯤 신병 한명이 저희 소대로 들어 들어왔습니다. 그 신병은 각을 잡고, 선임들 대하기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처음 자대에 배치 받은 것을 떠 올려 봤습니다. 그땐 나도 저렇게 어려워하고, 힘들어 했었지 하면서요.
그로 인해 이젠 군생활도 얼마 안 남았는데 힘내서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더 다짐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 신병한테 각별히 더 잘 챙겨주고, 같이 PX가서 맛있는 것도 사주며, 소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 신병으로 인해 군생활에 대한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고대하던 전역 날, 저는 말년휴가를 보낸 뒤 복귀 날이 전역 날이었지만, 기상악화로 항공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집에서 전역증을 받게 되었죠. 그렇게 저의 군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금 사회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군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힘들고 지친 날들도 많았지만, 제 생에 있어서는 다시 그런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날이 몇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훈련소에서의 고된 훈련, 전우들과의 정, 이 모든 것이 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군대에 갔다 온 것이 이제까지 해왔던 결정 중에서 가장 위대했던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군대를 가실지 말지 고민하시는 여러분, 망설이지 말고 현역 군인으로 당당히 입대하십시오. 여러분 인생에 정말 큰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리하여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도 배우고, 부모님과 집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될 것입니다.
분명 남들과 달랐기에 힘든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로인해 남들보다 더 성장했고, 멋진 인생에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한 남자로서...(Konas)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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