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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문예물공모전④〕어머니,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Written by. 김다인   입력 : 2012-12-15 오전 11: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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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2012년 보훈문예물 공모전』에서 「수필」 중고등부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김다인(포항 중앙여자고등학교) 학생의 글임. (편집자 주)

 예전에 ‘포화 속으로’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었다. 그 영화는 6.25 전쟁 당시 어린 소년병들인 학도의용군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었다. 나는 그 영화가 내가 살고 있는 포항에서 일어난 일이고, 내 친구들이 많이 졸업한 포항여중이 배경이 되었다는 것을 듣고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그냥 막연한 호기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던 그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나는 한참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저렇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니…. 그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우리 집 바로 옆이어서 항상 지나쳤던, 단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학도의용군 전승 기념관’이라는 이름의 표지판이었다.

 며칠 뒤 나는 그 기념관을 방문했다. 거기에는 전쟁이 진행되었던 과정을 상세하게 나타낸 글과 사진뿐만 아니라 전쟁에 참여했던 학도의용군의 사진과 학도의용군들이 부모님께 보낸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된 사진들이 영화 속에서 보았던 장면들과 겹쳐지면서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내 또래쯤 되었을까? 전시관에서 학도 의용군들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앳된 얼굴이었다. 한창 공부에 매진할 나이인데 연필 대신 총을 들고 잔인한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그 잔혹함 속으로 뛰어들어 전쟁을 치러야 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부모님이 보고 싶지는 않았을까? 눈앞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데 그걸 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죽을지도 모르는 데 무섭지는 않았을까? 갖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왔다.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 때마침 다른 사람들이 없었기에 실컷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착잡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기념관 뒷쪽의 산책로를 따라 산길을 올라갔다. 계단을 따라 한참 올라가는 동안 아카시아 향기가 마음을 달래 주었다.

 뜻밖에도 그 계단의 끝에서 나는 충혼탑과 마주할 수 있었다. 사진 속의 메마르고 새까맣게 얼굴이 탄 친구들은 지금 굵고 건강한 팔뚝의 강인한 철인으로 되살아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탑신을 어루만지는데, 문득 탑과 동상이 아직도 뜨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상의 인물들은 내게 우리는 아직도 조국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꿋꿋하게 서 있노라고 외치는 듯했다. 그러면서 내게 묻는 듯했다. 넌 조국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문득 듬직한 그 모습 앞에서 내가 마냥 울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그 친구들에 비해 정말 쉽게 살고 있었다. 공부하기 힘들다고, 학교가기 싫다고 짜증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과연 내가 그 당시에 살고 있었다면 저렇게 용감하게 싸울 수 있었을까? 동상과 나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탑 건너편의 벤치에 기대어 동상과 마주한 채 과거와 만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동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얀 국화꽃이라도 들고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나는 탑을 내려왔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에 많은 호국 열사들이 후손들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다는 것을 잊고 살아간다. 해마다 반복되는 6월 25일에는 과거의 이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교문 위 플래카드에는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자’는 말이 한 달째 걸려 있었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

 학생들은 언제부턴가 한국의 역사를 단순한 암기과목으로 여겨 그저 외우기만 할 뿐 어떤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다. 국기를 게양해야 하는 날에도 귀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다. 아마 현대인들에게 총과 칼을 주며 참전하라고 한다면 자신의 몸이 상할 것이 두려워 어디론가 숨어버 릴 것이다. 자신이 왜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야 하냐며 역정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은 수많은 열사들의 땀방울과 피, 그리고 눈물이 섞인 곳이다. 그분들은 단지 애국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다 바쳐 끝까지 나라를 지켰다. 나는 현대인들이 언제나 그 분들을 향한 존경과 감사를 지니고 그 분들의 애국심을 본받아 언제나 우리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

 영화속 주인공이 했던 대사가 생각난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 지도 모릅니다. 어머니, 죽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볼 거라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꼭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 꼭 살아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죽을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했던 이 소년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자기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드는 전쟁이라는 이 지독한 상황 속에서 피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끝까지 목숨을 바쳤던 71명의 학도병들과 수많은 열사들. 돌아오는 6월 25일에는 이들의 아름다운 투쟁을 기리며 묵념을 보내고 싶다.(Konas)

김다인 (포항 중앙여자고등학교)

*국보법개정서명바로가기 : http://konas.net/event/signature.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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