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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병 롤 모델 수기집〕나는야 네이비 밴드!

Written by. 임은성   입력 : 2013-01-30 오후 1: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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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2012년 8월 육·해·공군 및 해병대 등 현역병을 대상으로 지원입영 복무 후 취업 또는 학업에 도움이 된 사례를 모은 ‘현역병 지원입영 롤 모델 수기집’ 『내청춘에 충성』에 실린 내용임. 이번 수기집은 실제 사례를 통해 현역병 모집제도의 장점을 소개하고, 입영대상자 스스로 복무 할 군과 복무분야를 선택해서 지원 입영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편집자 주)

 총원 차렷! 눈앞의 바다가 저 멀리 보이는 연병장의 적막함을 깨운다. 이윽고 필~승! 이라는 수백 명의 아니 수천 명도 넘는 듯한 소리가 메아리쳐 바다로 향했다. 천지를 흔드는 예포가 터지고 저 멀리 제일 높은 단상위에 들어서는 대통령의 입장을 맞이했다.

 나를 포함한 사십 명의 장병은 바짝 긴장하며 신호만을 기다린다. 지휘봉을 번쩍 든 손이 신호를 나타내었고 일사불란하게 국가 원수를 상징하는 입장 곡을 연주하였다. 그렇게 대통령과 수많은 국민앞에서 해군의 위상을 보여줄 해군사관학교 졸업행사가 시작되었다.

 총기상 15분전, 총기상 15분전, 생활관대원 총원……. ‘수병님’ ‘수병님’ 총기상 시간입니다. 총기상 방송이 울리고 창가너머 벌써 출항하는 군함의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또 오늘 하루도 시작했다. 나는 대한민국 해군의 군악대 수병, 우리들끼리 말하는 네이비 밴드이다. 군을 잘 모르는 사람은 전투병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병과는 군악병이다. 비록 전투 병과는 아니지만 각종 군부대 행사를 통하여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수많은 민간행사를 통하여 군의 이미지를 높이는 임무를 갖고 있다.

 기원전부터 군악병이 존재했으니 그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벌써 예비군 3년차, 입대로부터 5년이 넘은 세월이다. 그때 당시에는 하루가 한 달 같고 한 달이 일 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지금, 이 모든 밑거름이 되어준 나의 소중한 군 생활의 경험과 추억을 적어볼까 한다.

 나는 일찍이 음악이 좋아 피아노를 시작하였다. 피아노가 마냥 좋아 하루에 7~8시간씩 피아노 연습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력이 말해주듯 예술 고등학교와 예술 대학교까지 순탄한 진학이 이루어졌다. 하루하루 연주자로서의 성공하는 꿈을 꾸면서 말이다. 대학교에 진학하여 부푼 마음을 갖고 보내던 어느 날 나에게도 입대의 시기를 결정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가 병역의 의무를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악기를 다루는 사람에게 2년간의 공백은 음악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 하루하루 해결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때, 우연히 신문기사에서‘이루마’라는 국내 유명 피아니스트가 해군 군악대에 특기병으로 입대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모집병제도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군에서는 오히려 다양한 특기를 인정하고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전공을 살릴 수 만 있다면 어디든지 지원 하겠다.’이런 마음으로 육군, 해군, 공군, 경찰 가리지 않고 모든 군악병 시험에 응시했고 계속된 실패와 반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해군 군악대에 합격하는 감격을 누리게 되었다.

 2007년 가을, 진해라는 낯선 땅을 밟게 되었고 훈련소를 거쳐 당당한 대한민국의 해군이 되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간절히 원하던 입대였지만 일반인에서 군인으로 바뀌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팔도 각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사투리를 사용하고, 생소한 군대 언어, 정해진 일과 등 모두 낯선 환경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적응하고 이겨냈던 나는 지금의 사회 환경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훈련소하면 잊지 못할 추억이 또 하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나는 여러분들을 강하게 만들고 싶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강해질수록 대한민국 국력이 강해지고 나라가 튼튼해지기 때문에 나는 더욱 고되게 여러분들을 훈련시킬 것입니다.”라고 말하던 교관이다. 사실 이때부터 시작된 강도 높은 훈련은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훈련을 이겨낸 뒤 얻은 자신감은 더욱 강한 나를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훈련소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인 군악병생활은 파란 만장한 인생 영화처럼 늘 새롭고 다이나믹했다. 이상한나라에 온 엘리스가 된듯했다. 군부대 어디를 가더라도 군악대병은 늘 주목받고 튀었다. 그럴만한 것이 물광, 불광(구두약을 불로 녹여서 닦는 기술)으로 구두를 빛내었고, 일명 칼주름이라는 주름을 오차 없이 매일 다리고 검사에 통과해야 하루가 평안했다.

 신병은 연주곡을 외우면서 행사 옷을 가공하고 수선 하는 건 기본능력이다. 예와 규율을 엄격하게 익히고 나면 나도 모르게 나이가 어린 선임일지라도 따르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기 마련이다.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런 군대정신은 사회에서도 인정한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도 예를 모르고 선임과 후임을 챙길 줄 모른다면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군악병은 많은 행사에 선두에 서서 행사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군기강의 모범이 된다. 복장부터 행동, 표정까지 많이 신경 쓰게 되는데 특히 사령관 및 대통령 행사에는 더욱 많은 준비가 요구된다. 행사 중에는 그늘 한 점 없는 뜨거운 연병장에서 무거운 악기를 들고 연주하며, 오와 열을 맞추어 행진하는 분열이 있다. 많은 군함과 군수 장비와 함께 군의 기강과 위용을 보이는 행사이다.

 이 순간을 위해 매일 낮부터 훈련하다보면 여기저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도 난다. 하지만 행사의 선봉에서서 멋지게 끝내고 나면 특기병으로 들어온 성취감과 자긍심 또 달콤한 포상휴가는 하루가 참 아름답고 귀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새로운 경험과 실력을 쌓아가며 보내는 군 생활 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계는 전역을 향하여 흘러간다.

 마지막으로 해군에 입대하여 느낀 감격적인 순간 하나를 말하고 싶다. 창원에서 열린 대규모 공연을 할 때였다. 이날은 내가 존경하고 해군에 지원동기가 되었던 이루마 수병과 함께 공연한 날이다. 리허설을 마치고 쉬고 있는 나에게 이루마 수병의 열혈 팬이 꽃다발을 전해 달라던 기억이 난다. 꽃다발을 전해주면서 많이 부럽고 질투도 났다. 나도 전역 후 꼭 멋진 사람이 되어 팬을 만들고 싶다는 질투였다. 이날 공연은 마술사 이은결 수병이 화려한 마술을 선보였고 뒤이어 해군군악대의 연주가 이어졌다.

 나는 건반과 타악기, 효과악기를 담당하였다. 특히 이날 공연의 기념사진은 교육사와 여러 곳에 홍보자료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사회에서는 스타와 팬으로서의 만남이었지만 같은 특기로 입대하여 군과 민간을 위해 연주를 한다는 것은 큰 경험이자 자랑거리가 된다. 이런 특별한 순간은 느껴본 사람만 알듯하다.

 연주자로써 꿈을 이루고 싶던 대학생 청년은 어느덧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였고 사회로 복귀했다. 지금은 복지관에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하여 점자악보를 제작하고 서울맹아학교에서 중창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남들은 두려워하고 걱정하던 군 생활을 나는 전공을 살리고 소중한 추억까지 만들 수 있는 군 생활로 바꾸었다.

 또한 군에서 배운 대인관계 예절과 동기, 선·후임 등 전우애로 뭉친 많은 사람들은 인생 재산이 되었다. 좋은 경험은 돈이나 개인 재능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도전과 노력하며 오랜 시간으로 얻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를 준비하고 전공을 살리는데 군 생활은 결코 낭비가 아니었다. 대학교에서의 공부, 사회생활, 더 나아가 직장생활까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강하게 나를 만들어라…’ 나는 네이비 밴드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많은 경험을 토대로 강해졌다. 때때로 입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과감히 도전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군이라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각기 다른 개인 특기를 살리며 공부하고 인생을 배워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이런 도전적인 자세를 갖춘 청년이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사회에 꼭 필요한 일원이 되리라 믿는다.(Konas)

임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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