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이후의 우주 정책은?
1월의 마지막 날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러시아와 함께 우주개발을 하자는 협정을 맺은 2004년부터 따지면 9년, 1차 발사를 했다가 실패한 2009년부터 따지면 4년 만에 묵은 체증(滯症)이 확 뚫려나가는 것이다. 3차이자 마지막인 이번 발사마저 실패했다면 우리는 얼마나 절망했을까. 북한은 지난 해 은하-3호 발사에 성공했는데. 그래서 ‘삼 세 판’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가 보다.
그런데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일부 언론이 나로호 1단은 러시아가 제작했다는 것을 이유로, ‘나로호는 국산 발사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는 러시아가 만들고 있는 앙가라 로켓을 시험발사해준 것이라며, 한국은 제 돈을 들여 러시아 로켓을 개발해줬다고도 비판했다. 그 언론은 그 사실을 이제 처음 발견한 것인가?
18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12년 12월 16일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3차TV 토론에서 “2020년 달에 우주선을 착륙시켜 태극기를 펄럭이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고 시비를 걸었다. 우주개발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무조건 비판만 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나로호는 발사에 성공했는데.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해보자. 우주개발은 노무현 정부의 치적이다. 나로호의 골격은 노무현 정부 때 짜여졌다는 뜻이다. 우주개발은 오랜 세월이 걸리기에 앞에서 결정해 놓은 것을 뒤에서 바꾸기 어렵다.
우주 개발의 핵심은 1단 로켓 개발이다. 노 정부의 애초 생각은 능력을 갖춘 나라와 공동으로 1단 로켓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공동 개발을 하면서 1단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기술을 주지 않으려 했다. 오직 러시아만 주겠다고 했다.
1단 로켓에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쓰는 것과 케로신(등유)을 연료로 쓰는 것이 있다. 힘은 액체수소를 쓰는 것이 좋은데, 가격은 액체수소 쪽이 훨씬 더 비싸다. 그리고 은하-3호처럼 질산 계통을 연료로 쓰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 로켓은 힘이 약해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부적합하다. 러시아는 케로신 연료 로켓 개발에 경쟁력이 있다.
한국이 생각하는 우주발사체는 초대형 위성을 올리는 것이 아니니 값비싼 액체수소 로켓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2004년 9월 21일 모스크바에서 한국의 오명 과학기술부장관(부총리 겸)과 러시아 우주청장이 한러우주개발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공동으로 케로신을 연료로 쓰는 1단 로켓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간섭이 들어왔다. 러시아 의회가 러시아 우주개발 기술 보호를 이유로 러시아 의회에서 이 협정을 비준 받으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에 로켓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비확산에 신경을 쓰니 로켓 기술을 갖는 나라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처음 맺은 협정을 들고 가면, 기술 민족주의로 돌아선 러시아 의회에서 비준을 받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양국은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 핵심인 1단은 러시아가 만들고 나머지 부분에서 양국이 협력하는 쪽으로 협정을 바꿔 2006년 한국 과학기술부장관과 러시아 우주청장이 새로 서명했다. 2007년 이 협정을 러시아 의회가 비준해주었다.
한국은 1단을 공동개발해줄수 있는 짝을 찾는데 애초부터 실패했던 것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나로호 개발인데 이제 와서 공동개발을 하지 않았다고 야단을 치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1단은 자력으로 개발해야 하므로 이제부터 추진해야 한다. 러시아는 그들 나름의 생각이 있었기에 미국의 반대를 물리치고 우리와 사업을 같이 한 것이다.
한국이 러시아와 우주개발을 같이 하기로 한 2000년대는 우주개발 트렌드가 바뀐 시기다. 미국에서 스페이스-X사란 우주개발 회사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의 우주개발에서는 강력한 힘을 내는 큰 1단과 그렇지 않은 2단 이상을 따로 개발했다. 1단용 로켓은 크게 만들고 2단 이상은 작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1단의 힘이 부족하면, 주위에 부스터라고 하는 작은 로켓을 추가로 붙였다. 때로는 1단용 엔진을 여러 개 붙인 1단을 만들기도 했다.
1단 따로, 2단 따로, 부스터 따로 식으로 여러 개의 로켓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로켓 중 어느 하나가 고장 나 작동하지 않거나 터져 버리면 발사가 실패한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좋은 로켓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각각의 로켓을 다 잘 만드는데 매진한 것이다. 그때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2000년대 등장한 미국의 스페이스-X사가 한 순간에 깨버렸다.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 것이다. 이 회사는 멀린(Merlin)이라는 이름의 65t 추력을 가진 케로신 로켓 하나만 개발했다. 그리고 이 로켓 네 개를 묶어 1단을 만들고 한 개로 2단을 만들어 위성을 쏘아 올렸다. 큰 위성을 발사할 때는 아홉 개로 1단을 만들고 1개로 2단을 제작했다.
여러 개의 로켓을 만들지 않고 한 개만 만들어 다양한 조합으로 크고 작은 위성을 올리게 한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2단에 멀린 로켓을 한 개만 쓴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기술자들은 성능 좋은 멀린 엔진 하나만 개발하면 됐다. 이 엔진은 대량생산을 할 수 있으니 발사체 제작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스페이스-X사는 이렇게 만들 발사체를 ‘팰콘’ 시리즈로 명명했다. 팰콘은 멀린 로켓을 몇 개로 조합했느냐에 따라 팰콘-1, 팰콘-5, 팰콘-9, 팰콘-헤비 등 다양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쏘아 올리는 위성의 무게에 따라 조합을 달리 하니, 주문자가 원하는 시점에서 쏘아 줄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스페이스-X사는 돈을 벌었다.
러시아는 한 발 늦게 이 트렌드의 가치를 알아챘다. 그들은 170t 추력의 로켓을 개발해 스페이스-X사처럼 다양하게 묶어서 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생각했다. 이 로켓을 그들은 앙가라로 명명했다. 한국과 나로호 사업을 하면서 앙가라를 염두에 두고 나로호 1단을 제작했다. 나로호 1단의 추력은 170t으로 앙가라와 같다.
때문에 나로호 3차 발사가 성공하자 러시아에서는 바로 앙가라가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는 앙가라 개발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기에 애초 계약에도 없는 나로호 3차 발사에 동의했던 것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생각이 있었기에 한국과 나로호 사업을 같이 한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가 그러한 생각을 했기에 한국은 나로호를 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이러한 친구가 없었다면 한국은 발사체를 어떻게 조립하고 어떻게 발사하며 어떻게 추적하는지 알기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다. 물론 외국에서 공부한 학자를 불러들여 만들면 되겠지만, 선생을 모셔놓고 배우는 것보다는 못하다. 외국에서 공부한 학자들도 실전 경험은 없기에 역시 선생을 필요로 한다. 나로호 발사를 통해 한국은 1단 제작을 제외한 모든 분야를 배우게 됐다.
나로호를 제작하면서 한국도 우주발사체의 트렌드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스커드-B에 쓰이는 30t 추력의 로켓 네 개를 묶어 1단을, 한 개로 2단을 그리고 그 위에 더 작은 로켓을 3단으로 올린 형태로 은하-3호를 제작해 발사했다. 나로호를 제작하면서 한국은 75t 추력의 로켓을 개발하기로 했다.
은하-3호용 로켓은 질산 계통을 쓰지만 이 로켓은 앙가라와 같이 케로신을 사용한다. 그리고 다양한 조합으로 우주발사체를 만든다. 일단은 이 로켓 네 개로 1단을, 하나로 2단을 구성한 KSLV-2라는 발사체를 제작해 2017년쯤 1.5t 무게의 실용위성을 띄워본다. 이것이 성공하면 더 많이 묶은 1단으로 2020년 달까지 가는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것이다.
75t 추력의 로켓을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2020년 달 도착은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이미 한국은 추력 30t의 로켓을 개발해 지상실험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얻은 기술을 75t 로켓에 적용한다. 문제는 돈과 정책의 일관성이다. 예산이 충분하면 많은 실험을 빠르게 실시해 성능 좋은 75t 추력의 로켓을 조기에 개발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지하세월이다. 나로호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발사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나로호 개발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노 정부가 시작한 탓인지, 돈을 벌지 못하고 쓰기만 하는 사업인 탓인지 이명박 정부는 우주개발에 부정적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이었다면 한국은 벌써 75t 추력의 로켓 개발을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우주개발은 오랜 시간 동안 ‘돈 먹는 하마’로 있다. 개발 기간과 투자비용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우주를 개발하지 않으면 우리는 의미 있는 선진국으로 가지 못한다. 주변국들은 모두 우주개발 강국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우주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부터는 그 방법을 찾는데 노력해야 한다.
우주개발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정신이 들어가야 한다. 미국은 개발해온 우주발사체에 주피터, 새턴, 아폴로 등 그리스 신 이름을 붙였다. 중국과 일본은 그들 신화 속의 인물 이름을 붙이고 있다. 나로호는 우주센터를 만든 외나로도에서 따온 것이라 상징성이 약하다. 우리도 주체성 있는 이름을 붙였으면 한다. 우리는 단군 이래 천손(天孫)족을 주장해왔다.
우리의 지도자 중에는 하늘과 통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단군, 해모수, 고주몽, 박혁거세 등 건국자들은 하나 같이 하늘과 통해서 인간계에 내려왔다. 그렇게 하늘과 통하는 인물들을 로켓 이름으로 정하면 어떨까.
75t 추력 로켓을 영어로 적기에도 좋은 해모수로 이름 지으면 어떨까. 이 로켓을 조합한 발사체 시리지를 환웅으로 이름 짓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러한 이름 짓기는 동북공정을 펼치는 중국에 맞서는 운동도 된다. 민족정신도 살리고 우주도 개발하는 일석이조의 우주정책을 펴나갔으면 한다.(Konas)출처:월간자유
이정훈 (월간조선, 주간조선, 시사저널, 신동아 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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