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서 평양까지
송도(松都)에 황진이(黃眞伊)가 있었고 서경(西京)에 정지상(鄭知常)이 있었습니다. 오늘에 이르러는 남과 북을 통틀어 여걸도 남걸도 찾아보기 어려운 듯합니다. 모두가 박색(薄色)추녀(醜女)는 아니겠지만 황진이 같은 여인은 찾아보기 힘들 듯합니다. 모두가 졸장부(拙丈夫)는 아니겠지만 정지상 같은 영웅호걸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나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여 가고 아니 오노메라”
황진이의 작품이라고 전해집니다. 다시 읊조리는 우리들의 가슴이 흐뭇하기도 합니다.
개성공단의 문을 닫아야 할 이유가 뭐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대답할 말이 없었나 봅니다. 그러던 북의 당국자가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 봅시다”라고 하여 우리 모두가 희색(喜色)이 만면(滿面)입니다. “그럽시다”라며 즉시 응하는 우리들의 심정은 “속는 셈 치고 또 만나 보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압니까? 고향을 떠난 지 오래 되는 탈북자 노장들이, “죽기 전에 고향 땅을 가 보게 되었으면”하는 허망한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나 이제 일어나 능라도 버들 사이로 가리라” 예이츠의 시를 멋대로 옮긴 겁니다. 개성공단으로 끝내지 말고 그보다 열배는 더 큰 평양공단으로 만듭시다. 속는 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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