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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忍)’자 하나로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3-08-19 오전 8: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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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다 붙인 ‘참을 인(忍)’자 하나로 무서운 재앙을 면한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옛날에 어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에게 간곡히 당부하였습니다. “내가 죽거든 산 넘어 사시는 김 첨지 그 어른을 찾아가 너는 그 어른이 하라고 하시는 대로만 하여라”

장례식을 끝내고 이 효자 아들은 곧 김 첨지 댁을 찾아가 부친 임종 시에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김 첨지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렇냐! 내가 네게 줄 보물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냥 줄 수는 없다. 쌀을 열 가마만 가져 오너라” 아버지의 당부도 있었고 연세 드신 훌륭한 스승의 분부인지라, 이 ‘고애자’는 그 말씀에 순종하여 쌀 열 가마를 싣고 김 첨지 댁을 찾아갔습니다.

그 당시 쌀 열 가마는 대단한 식량이었으므로 이 아들은 굉장한 것을 주시려나 기대했는데 정작 김 첨지가 건네준 것은 한지에 적은 ‘참을 인(忍)’자 한 자였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선물이라 오다가 찢어버리려 했지만 노인에게 갖다 준 열 가마의 쌀이 아까워 집에 돌아와 사랑방 벽에 풀로 붙여 놓았습니다.

그는 장가들어 신혼살림을 하게 됐는데, 일이 생겨 며칠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신부 보고 싶은 생각에 예정보다 하루를 앞당겨 집에 돌아온 신랑은 아내를 좀 놀라게 해주려고 몰래 사랑방에서 문틈으로 아내의 침실을 들여다보니 거기 누워있는 인간의 다리가 넷이 보였습니다. 그는 별안간 앞이 캄캄해지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몰래 헛간으로 가서 도끼를 한 자루 집어가지고 방으로 돌아온 이 사나이는 당장에 뛰어 들어가 도끼를 휘둘러 다 해치우려 했지만 벽에 붙인 ‘참을 인(忍)’이 눈에 띄어, 참고 새벽을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는 가쁜 호흡으로 새벽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던 새벽은 더디 왔습니다. 먼동이 틀 때 아내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너희 형부가 오늘은 오시겠구나” 그 말에 이 남편은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아내는 혼자 자기 겁이 나서 친정의 여동생을 불러와 한 방에 잤습니다. 하마터면 이 집안에 큰 재앙이 생길 뻔하였습니다. 그 ‘참을 인(忍)’자 하나가 이 집안을 살린 겁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내와 인사를 나누고 곧 재 넘어 김 첨지 댁을 찾아가 고마운 뜻을 아뢰었습니다. 김 첨지는 웃으면서, 내가 그 많은 예물을 요구했던 것은 네가 그 글자를 소홀히 여길까 염려되어 한 것뿐이다.

그는 머슴을 불러, 지난 번 이 댁에서 가져온 쌀 열 가마를 도루 실어 보내라고 하더랍니다. 좀 더 참지를 못해서 개인이 망하고 집안이 망하고 정당이 망하고 더 나아가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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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19 오전 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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