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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여, 용사여 그대 이름은 학도의용군!

이름도 군번도 없다, 이 한목숨 스러져 가는 조국 대한민국 위해 바칠 터... ‘포화 속으로’ 주인공 故 김춘식 학도병 등 48위 추모제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3-08-20 오전 1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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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을 이름 하여 학도병이라 부른다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어머님 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1950년 6월 북한 김일성의 불법남침으로 국가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하자 책과 씨름하던 학생들이 자진하여 일어섰다. 징집대상이 되지 않던 14세에서 19세의 어린 나이 학생들, 이름 하여 계급도 군번도 없는 ‘학도병’이다. 무려 30만 학도들이 나라위해 총칼을 거머쥐었다.  

 수많은 전투가 이어졌지만 학도병 참여 전투 중 유명한 전투가 2010년 6월 영화로도 개봉된 ‘포화 속으로’의 포항전투다. 당시 육군 제3사단 소속 김춘식 학도병 등 71명은 1950년 8월 낙동강 최후 방어선인 포항에서 인민군을 맞았다. 낙동강 방어선마저 뚫리면 북한군은 포항을 장악해 경주, 울산을 통해 부산으로 가는 길을 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학도병들은 북한군의 공격을 4차례에 걸쳐 온몸으로 막아냈지만 김춘식 학도병 등 48명이 전사하고 23명만 살아남았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학도병 전투이기도 했다. 이들 꽃다운 청춘의 희생으로 3사단 후방사령부를 포함한 병력이 반격의 시간을 벌일 수 있었으니 영원한 이 땅의 수호신이 되었다.

▲ 8월8일 서울 동작구 효사정공원 현충비 광장에서 열린 제57회 故 김춘식 등 48위 전몰학도의용군 추념식에서 경서호 대한민국학도의용군회 회장이 현충비에 헌화 분향하고 있다.ⓒkonas.net

 학도병 얼 계승한 6․25전적지 답사 대학생 국토대장정 단 

 2010년 7월3일 오후 3시가 넘어선 시각 경북 포항시 용흥동 탑산 아래 위치한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앞마당.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땀에 절은 모습으로 자신의 머리 위를 훌쩍 넘긴 커다란 배낭을 둘러맨 채 들어오기 시작했다.

 10여일 전인 6월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6․25전쟁 60주년 기념식 참석 후 10박11일 간의 6․25전적지 국토대장정(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에 나선 전국 대학생 답사단의 행렬이었다. 햇볕에 그을려 새까맣게 변색된 140여 명의 얼굴과 온몸은 후줄근한 땀으로 7월의 무더위를 더 덥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한여름의 뙤약볕과 쏟아지고 멈추기를 반복한 10여 일간 습한 장맛 길 고행에 몰골은 파김치처럼 절여 보여도 140여 20대 젊은 건각(健脚)의 끓는 열기는 60년 전 자신들 보다 더 어렸을 선배 학우들의 눈망울이 그렇지 않았을까를 미루어 생각하게 했다.

 그 날 필자는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입구에 서서 남‧녀 대학생들이 땀에 절은 배낭을 짊어지고 속속 들어서는 정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더불어 탑산공원 충혼탑 앞에 섰다.

 아! 나는 거기서 보았다. 가슴에 비수처럼 파고드는 15세 어린 소년, 학도병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중략)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날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어머님 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살아서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그럼

 - 1950년 서울 동성학교 3학년 이우근 학도병(15세) 8월11일 전사 -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처절할 정도의 비명과 공포에 떨어야 했을까,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었으며 가슴 절절한 그리움으로 안타까웠을까? 정화수(井華水) 떠놓고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죽음이 무섭지도 않고” “한달음에 달려가 어머니의 품에 안겨 그립고 정겨운 냄새를 실컷 맡고 싶었을 터인데. 하지만 그의 편지는 더 이상 써지지 않았다. 보고 싶은 어머니의 얼굴도, 그리운 형제들과의 만남도 다음 생으로 남겨두고 말았다.

 탑산공원에 새겨진 이우근 학우 ‘편지 碑’와 국토대장정 대학생들과 만남은 늘 머리에 간직되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흐른 8월8일 오전 11시, 이번에는 서울 마포구 한강이 한눈에 조망되는 유서가 긷든 효사정공원 내 ‘학도의용병 현충비’ 앞에 섰다. 백발이 성성한 연로한 어른들이 유난히 폭염으로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말없이 정좌한 채 묵상에 젖어들고 있었다. 현충비 앞에는 하얀 국화가 수북하게 쌓이고 헌화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 학도의용군회원들이 추념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onas.net

 다시 생각하는 학도병, 그리고 학도의용군동지  

 대한민국학도의용군회(회장 경서호) 회원들이 학우요, 동료이자 전우이기도 한 군번 없는 용사로 포항지구 전투에서 유명을 달리했던 고(故)김춘식 등 48위 추념식을 갖는 자리였다. 고(故) 김춘식 학도병을 비롯한 71명 호국의 (義人)들, 그들은 1950년 8월11일 포항여중에서 나라 위해 몸을 바쳤다. 71명 중 무려 48명이 ‘호국의 별’이 되었다.

 ‘포화 속으로’의 주인공이자 호국의 별들을 위한 추모제는 전투의 진원지인 포항에서 매년 8월11일 개최되지만 서울에서도 효사정공원 현충비 앞에서 전국의 학도의용군 출신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되고 있다.

 추모행사가 끝나고 학도병 회원 한 분이 필자를 향해 이런 말을 전했다. “열여섯, 열일곱 먹은 그 때 우리들이 뭘 얼마나 알았겠어요. 전쟁이 그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지요. 하지만 학생이라고 해서 책상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우리도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지요. 당연히 박차고 일어섰지요. 학도병을 지휘하고 보살펴 주신 김석원 장군님(당시 3사단장으로 6.25전쟁에서 큰 공훈)은 군인이기에 앞서 우리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로 절대적인 존경을 받았습니다. 여기 이 현충비도 장군님께서 세우신 비석입니다.”

 전체 30만 학도병 중 17, 18세를 전후한 학도병 5만 여명이 직접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으며, 이 날 추모제의 주역들인 리더자 고(故) 김춘식을 비롯한 포항여중 전투 71명 학도병들또한 죽음을 불사하는 각오로 대규모 침략군과 맞섰다.

 온다던 아군 지원군 소식은 막막 두절된 채 3면이 포위된 가운데서도 본부를 사수하라는 부대의 명령을 학도병들은 끝없는 적의 포화에도 장장 11시간을 견디어 후방지휘소의 기밀문건과 영일만의 보급물자를 후송케 하고 군사작전의 효율적인 전개를 위한 귀중한 시간을 벌게 하였다.

 이 날 경서호 학도의용군회장은 “나라를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후방지원이 끊긴 채 대규모 적군의 파상공세에도 4차례에 걸쳐 맨몸으로 막다 장렬히 산화한 그 때 동료전우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며온다”며 ‘학도병 정신의 계승’을 강조하며 그 때 그 시절 그리운 학우들을 추모했다.

 유사 이래 국가의 흥망성쇠는 당시대의 젊은이들이 어떤 가치관과 사고를 향유하느냐에 따라 달랐다. 대한민국이 바람 앞에 등불 격이던 63년 전 1950년 8월11일 포항여중 교정 전투현장에서는 이 시대 대한민국의 위대한 영혼으로 길이 빛날 참 ‘호국의 별’이 존재하고 있었다.

 국방부장관과 국가보훈처장,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서울시교육감 등 각계에서 온 화환이 8월의 그윽한 국화 향과 어우러지던 날, “열다섯 그 나이에 나는 과연 무엇을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를 떠올리자니 자연스레 가슴이 먹먹해져 옴을 지울 길 없었다.(konas)

 이현오(칼럼리스트. 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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