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60년, 기적의 밑거름
헬기가 아파트 상공을 높이 날아 북쪽으로 가고 있다. 무더위 탓에 잠 못 이루는 여름밤, 손자들을 데리고 나온 동네 할머니들이 하늘을 쳐다본다. “훈련하는구먼!” 할머니의 판단이 정확하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라는 연례 한·미 연합연습이 시작된 것이다.
이 훈련에 한국군 5만, 미국 본토에서 파견된 인원을 포함해 미군 3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국방부는 발표했다. 우리가 훈련을 할 때면 종종 북한이 북침 전쟁을 준비한다고 트집을 잡는다. 한·미 동맹은 근본적으로 방어동맹이라는 것을 북한의 전략가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기습을 당하는 상황이다. 6·25전쟁 발발 시 우리가 호되게 당해봤던 일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 무기체계하에서 기습은 더 충격적이다. 방어체제가 순식간에 마비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서울이 휴전선 가까이 있기 때문에 기습을 받으면 치명적이다.
그래서 우리의 경우 누군가는 모든 일을 다 제쳐놓고 북한군의 움직임만을 뚫어지게 보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미연합군사령부의 한국군과 미군이 말없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지난 60년간 한·미 동맹이 오늘날 이 땅에 기적을 이룩하는 데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담당해 주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방부가 한·미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한·미동맹상을 제정했다. 이 상은 동맹을 위해 헌신한 미국인 중에서 한 사람을 선정해 수여하지만 기적의 울타리를 함께 지켜온 미국 친구 모두에게 전하는 감사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는 이 상의 이름을 백선엽상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적어도 세 가지 뜻이 담긴 이름이다. 첫째, 그와 함께 전선을 누비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혈맹의 우정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당시 29세 백선엽 준장이 낙동강 전선에서 지쳐 실의에 빠진 장병을 붙들고 “우리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 다시 진지로 올라가자. 그리고 거기서 끝까지 싸우자” “만약 내가 물러서거든 나부터 쏴라”고 설득하던 장면을 지켜보던 미군 연대장이 있었다. 미 27연대장 존 마이클리스 대령이다. 이 감동적인 장면을 목도한 그도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웠다. 그렇게 최후의 방어선을 지켜냈던 혈맹의 전우애가 이 상에 담겨 있다.
둘째, 우리 국군은 싸우면서 성장했다. 그 성장 과정의 중요한 단계마다 백 장군과 진심으로 그를 도왔던 미군들이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처럼 싸우면서 성장하던 국군과 이들을 도왔던 미국인들의 우정을 상징하는 기념탑이 서울에도 남아 있고 미 조지아주의 보병학교 교정에도 남아 있다. 이 상에는 그 우정이 깊이 각인돼 있다.
셋째, 그는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군인의 표본이다. 군에서 전역한 뒤에도 중요한 역할을 여럿 담당했지만 그는 지금도 역시 ‘나라를 지키는 노병’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서 군 후배들이 그를 깊이 존경하고 있다. 그와 같이 동맹을 위해 일했던 미국 친구들이 그를 평가하는 내용은 더 높고 또 깊다. 미 8군이 전방 기동작전 지휘소를 ‘백선엽 지휘소’라고 명명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이 상이 그의 군인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많은 이가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무덥지만 올해에도 한·미 장병은 땀 흘려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다. 한·미 동맹 60년의 경험은 다가올 새로운 60년을 위한 위대한 전진을 예고해 주고 있다. 그것은 분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통일 한국의 새 장을 열어 가는 대역사가 될 것이다.
본 내용은 중앙일보 28일자 29면에 게재된 '기고' 글 임.(편집자 주)
김재창 ( 예비역 육군대장, 전.한미연합사 부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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