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고백
이제로 내 나이가 만 85세가 되었습니다. 평안남도 맹산의 심심산촌에 태어나 평양에 나와서 학교에 다녔고 해방 된 뒤에는 38선 넘어 월남하여 줄곧 서울에 살면서 나이를 먹고 또 먹어 이렇게 어쩔 수 없는 노인이 되었습니다. 남들은 나를 향해 늙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조르지만 내가 늙은 것만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사대불가피(四大不可避)’라고 하는 생로병사(生老病死) 중에서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마지막 한 단계 뿐입니다. 나는 서구의 합리주의(合理主義)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 사고방식만은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생활도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이제 떠나가는 일 한 가지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날마다 영국 시인 테니슨(Alfred Lord Tennyson)의 마지막 시인 ‘백조의 노래’ ‘Crossing the Bar’를 읊조립니다. 그 시를 내가 우리말로 이렇게 옮겼습니다.
해는 지고 저녁 별 반짝이는데
날 부르는 맑은 음성 들려오누나
나 바다 향해 머나먼 길 떠날 적에는
속세의 신음소리 없길 바라네
움직여도 잠자는 듯 고요한 바다
소리거품 일기에는 너무 그득해
끝없는 깊음에서 솟아난 물결
다시금 본향 찾아 돌아갈 적에
황혼에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그 뒤에 밀려오는 어두움이여
떠나가는 내 배의 닻을 올릴 때
이별의 슬픔일랑 없길 바라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파도는 나를 멀리 싣고 갈찌나
나 주님 뵈오리 직접 뵈오리
하늘나라 그 항구에 다다랐을 때
테니슨의 마지막 시 한수로 나는 나의 신앙고백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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