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나는 사는가
내 나이 여든 하고도 여섯입니다. 65세부터가 노인이라고 한다 해도 나는 이미 20년 세월을 노인으로 살아온 셈입니다. 중고등학교나 대학의 동기동창들도 많이 떠났고 이제 남은 친구들이 몇 되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훌쩍 넘도록 오래 살았습니다.
“무엇을 위해 당신은 살았습니까?”고 누가 내게 물으면 대답할 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대학 교수로 살아온 40년이 오늘 생각할 때 큰 의미는 없었다고 느껴집니다. 은퇴하고 정계에 뛰어들어 4년 동안 국회의원 노릇을 했고 조그마한 당의 당수 노릇도 했지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 남아있기 어려워 손들고 나왔습니다.
말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 일에 약간 재간을 타고 난 사람이라고들 하지만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한 나의 삶이었으므로 단 위에 올라가고 학생이나 청중에게 말을 한 횟수를 대강 계산해 보니 5만 번은 되는 것 같고 책은 100권 쯤 내 이름으로 출판이 됐는데 솔직히 말해서 읽을 만한 책은 그 중에 한 권도 없습니다.
나라에 충성도 못하고 부모에게 효도도 못하고 후세에 남길만한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오늘을 맞이한 어쩔 수 없는 한 노인의 넋두리를 좀 들어 보시겠습니까? 지난 날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노인은 오늘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나는 한 평생 역사를 공부했고 역사를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마땅히 가야할 길에 대하여 일종의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길이 자유민주주의로의 길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나는 앞으로 살아서 일할 수 있는 모든 시간과 정력을 바쳐 자유민주주의를 설명하는 일에 전심전념하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 그것도 대학생이나 지식인 상대가 아니라 밭에서 농사짓는 농부들이나 공장에서 기름 묻은 옷 입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주 쉬운 말로 자유민주주의를 해설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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