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으면서 의술뿐 아니라 공부법도 배웠습니다. 몽골에 돌아가면 제가 느낀 걸 모두와 공유하고, 나아가서는 저만의 '좋은' 병원을 세우고 싶어요."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에서 만난 몽골인 아마르자르갈(38·여)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앞으로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몽골에서 내과의사로 일하던 아마르자르갈 씨는 2008년 남편과 7살, 5살 난 두 딸을 남겨두고 홀로 한국 땅을 밟았다. 평소 한국 의료시스템에 관심이 있던 차에 한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할 기회를 얻어서였다.

 한국에 온 첫해에는 어학당에 다니며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고 이후에는 경희대 의학과 김성수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했다.

 아마르자르갈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몽골과 한국 의대의 교육과정이 많이 달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홀로 학업과 씨름하던 그는 딸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정착하면서 힘을 얻었다. 일 때문에 몽골에 머무는 남편은 한국을 오가며 부인을 응원하고 있다.

 3년 반에 걸친 공부 끝에 아마르자르갈씨는 작년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 김효종 교수 밑에서 임상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공부하며 쓴 대장염 치료에 관한 논문이 영국의 온라인 과학전문지 '바이오메드 센트럴-의학'(BMC Medicine)에 실리는 성과도 냈다.

 그는 한국에서 받은 박사학위와 논문 게재 실적 등을 인정받아 지난 8월 몽골 최고 의학교육기관인 국립의과학대학에 교수로 채용됐다. 내년 중 임상교육을 마치고 나면 고국 강단에 선다.

 그를 지도한 김효종 교수는 "조급해하지 않고 끈기 있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며 "배움에 대한 열정과 자녀 교육에 헌신하는 모습에서는 우리나라 1960년대 어머니들의 강인함마저 느껴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르자르갈씨는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시스템과 의대생들의 '스스로 공부법'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한다.

 그는 "몽골 의료계에서는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편인데, 한국 의사들은 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연구도 많이 병행해 기술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교수가 알려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내용을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몽골 의사들이 기술력은 부족해도 환자와 대화하고 세심하게 살피는 '진단'을 참 잘한다"며 "한국 의사들도 기술 자체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런 기본 진료에 더욱 신경을 썼으면 한다"고 한국 병원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도 건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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