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국 아이들에겐 빨간 줄무늬 모자가 필요해요"
지난 8월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앞으로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성시윤(18)·류한슬(17)·임채원(17)양 등 3명은 "우리의 실험 주제가 아이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23쪽짜리 과학보고서를 첨부했다.
보고서는 '빨강·흰색 줄무늬에 파리 퇴치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이 단체의 '모자 뜨기 캠페인'에 관심이 있었다는 이들은 "아이들의 체온 유지도 중요하지만 파리로 인한 전염병과 환경오염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아이들을 위한 모자에 빨간 줄무늬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07년부터 진행하는 '모자 뜨기 캠페인'은 후원자들이 모자를 뜨는 데 필요한 털실도구 키트를 구입, 스스로 완성해 보내온 모자를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 신생아에게 전달하는 운동이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모자 약 80만개를 접수해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신생아들에게 보냈다.
성양 등은 지난 2월 학교 '과제연구' 수업 과제로 파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무늬와 색깔을 나눠 파리가 모이는 정도를 관찰하니 빨강·흰색 줄무늬의 파리 퇴치 효과가 흰색 민무늬 바탕보다 70%가량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처음에는 끈끈이를 붙이고 집 쓰레기통과 학교 쓰레기장, 바비큐장에서 파리를 모아 연구했다. 이후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이 필요하다는 한 전문가의 조언으로 나중에는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집파리 200마리를 후원받아 색깔과 문양을 넣은 아크릴 통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실험했다.
지난 8월에는 이런 연구 결과를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해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나름대로 자신감을 얻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를 세이브더칠드런에 제안했다.
성양은 10일 "어릴 때 TV에서 눈가에 앉은 파리를 쫓을 힘조차 없어 그대로 두는 저개발국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빨간 줄무늬가 있는 옷이나 담요를 주면 따뜻하고 파리도 덜 붙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양은 "처음부터 누굴 돕겠다고 시작한 연구는 아니었지만 현장에서도 효과가 있다면 정말 기쁜 일"이라며 "나눔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살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달 말 모자 뜨기 캠페인 시즌7을 시작한 세이브더칠드런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캠페인 안내 책자에 소개했다. 그리고 키트에서 빨간색과 흰색 실을 최대한 늘렸다. 이 모자들은 내년 3월 이후 잠비아, 에티오피아 등으로 보내진다.(연합)
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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