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라는 호칭의 끈끈함과 상큼함
본 내용은 12.6일 국방일보 18면 '오피니언' 난에 게재되었음(편집자 주)
“이 사람은 제 ‘전우’입니다.” 수년 전 국방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장관이 새로 부임했고, 나는 지휘관을 대신해 신임장관과 인사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모든 절차를 다 마치고, 장관님은 나를 보시더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이 사람은 ○○사단 제 ‘전우’입니다”라고 나를 소개했다.
‘전우’라는 단어를 수없이 듣고 또 말해왔지만 이 날의 ‘전우’는 정말 상큼하고, 끈끈하고, 기분 좋았다.
군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지칭해 쓰는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부하’다. “내 밑에 있었다” “내가 데리고 있었다”는 말도 자주 쓴다. 조금 생각이 깊은 분들은 “같이 근무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군인에게 있어서 ‘전우’라는 호칭을 능가할 단어는 없다고 본다.
‘전우’라는 호칭에서는 우선 진한 전우애, 끈끈한 동료애가 묻어나온다. 군인이 돈을 버는 기업인이 아니고 누군가를 즐겁게 해 주는 연예인도 아니고,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는 전사들이라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생존경쟁이 극심한 일반사회에서는 네가 살면 내가 죽고, 내가 살면 네가 죽는다. 그러나 전쟁터에서는 네가 살아야 내가 살고, 내가 살아야 너도 산다. 그래서 군인들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전우’라고 하는 것이다.
‘전우’는 상하관계를 벗어난다. 오직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장을 누비는 중대ㆍ소대를 연상케 한다. 앞에서 뛰고 뒤에서 엄호하며, 부상한 동료를 부축하면서 적진을 돌파하는 전투장면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휘하 장병들을 ‘부하’라고 부르는 부대와 ‘전우’라고 부르는 부대의 전투력은 어쩐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부하라고 부르는 지휘관은 장병들을 아랫사람으로 대할 것이고, 전우라고 부르는 지휘관은 장병들을 동료요, 동지요, 동반자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로 영웅이 그리운 이 시대에 우리 군에 진정한 영웅이 탄생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즐겁다. “죽어서도 ‘전우’들 곁에 묻히고 싶다.” 우리의 영웅 채명신 장군님은 평소에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말씀대로 1평짜리 병사묘역에 나란히 누우셨다. 8평짜리 호화 유택을 마다하시고. 돌멩이로 쳐서 무장공비를 잡으셨던 장군님, 베트남전 치열한 전장에서도 철모를 쓰지 않으셨던 장군님, 유신을 반대하시며 4성 장군을 반납하셨던 장군님, 적의 포탄이 공관 내실에까지 떨어진 사실을 일절 비밀로 하라고 엄명하셨던 장군님!
장군님을 보내는 마음은 슬프지만, 그러나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영웅이 그리운 이 시대에 진정한 영웅을 만날 수 있었기에 말입니다.
진실로 전우가 그리운 이 시대에 우리는 진실한 전우를 만날 수 있었기에 말입니다. 60만 현역과 850만 예비역의 영원한 전우이신 장군님의 명복을 빕니다.(konas)
이정호(재향군인회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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