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옛날, 유교적 도덕과 윤리가 지배적이던 시대에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고 합니다. 곧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 네 가지가 기준이었던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신수가 훤한 사람이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말 잘하는 사람, 글 잘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려서 신동(神童)이라고 칭찬 받는 똑똑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배우고 익히고 노력해야 다다를 수 있는 인생의 고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현대인의 기준은 간단명료합니다. 그것은 ‘돈’입니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은 잘난 사람이고 돈 못 버는 사람은 못난 사람입니다. 운동선수는 물론 연예인들도 스스로 ‘몸값’을 운운합니다. 얼마짜리인가 따지는 것입니다. 야구 선수 추신수의 몸값은 얼마이고 축구 선수 박지성의 ‘몸값’은 얼마인가 묻습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저명한 연예인이 자기의 ‘몸값’ 운운하다가 나에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무심코 그런 말을 썼겠지만 그건 자기 자신을 모욕하는 말로 내 귀에는 들렸습니다.
‘몸값’이란 화류계의 타락한 여자들 사이에서만 쓰이는 말이었는데, 오늘 국민의 존경과 흠모의 대상인 운동선수나 가수, 탤런트의 ‘몸값’이 말이 됩니까. 자본주의가 이렇게 타락에 타락을 거듭하면 마약 중독과 자살 소동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돈은 필요한 것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상은 마땅히 타파돼야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돈 때문에 망조가 든 21세기를 향해 한 마디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선인들이 간직했던 ‘신언서판’의 낡은 기준이 다시 되살아나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보다 건강한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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