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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독재 비판 잠재우려는 北음모 배격해야

2.12~14 남북 고위급 회담을 보고
Written by. 홍관희   입력 : 2014-02-16 오전 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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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집요한 대화 제스쳐에 따라 2월 12~14일 두 차례 이뤄진 남북고위급 회담은 (i)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차질 없는 추진 (ii)상호 비방ㆍ중상 중단 (iii)회담의 지속 등 3개 사항에 합의하고 마무리됐다.

 이번 회담의 특징은 북한의 거듭되는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점, 북한이 청와대와 국방위원회 간 직접 접촉을 희망한 점, 북한으로서는 썩 내키지 않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한미훈련기간 중 불가’라는 그들의 원칙을 양보하면서까지 수용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아울러 핵문제에 관한 한 북한의 의제(議題) 배제 입장과 韓美연합훈련에 대한 예민하고 강한 거부 반응 등이 그대로 표출됐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상호 비방 중상”과 “최고 존엄 모독” 중단을 강하게 요구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이 한국사회 내부 언론 및 민간단체의 대북 비판과 전단 송출에 커다란 두려움을 갖고 있음이 재확인되었다. 그만큼 각종 SNS(소셜네트웤서비스)의 확산으로 북한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평 불만이 늘어나 ‘수령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미훈련보다 우리 사회의 대북 비판을 더 경계한 나머지, 이번 회담에서 청와대와의 직접 소통으로 이를 막아보려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다행히 우리 측 김규현 대표가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을 인용하면서까지 자유민주사회의 언론 자유 불가침성과 정부도 어쩔 수 없음을 설명하면서 북한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다만, 빈말이라도 ‘상호 비방 중상 중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언질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는 바, 만의 하나 앞으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날리기를 음(陰)으로 방해한다거나 가뜩이나 위축된 국방부의 대북 심리전을 더 축소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북한의 교묘한 계략에 말려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상호 비방 중상’은 수령독재, 인권유린, 그리고 핵ㆍ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정당한 비판을 잠재워보려는 반대논리로 개발된 것이다. 따라서 ‘상호 비방 중상’에 합의했다 해서 북한의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더욱이 북한은 지금까지의 남북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남 비방 중상을 주도해왔고 그 수준도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신기루에 휘둘려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되는 배경이다.

 또한 합의사항의 세 번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회담을 지속할 수 있다는 조항에도 유의해야 한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통 큰 용단” 모양새를 연출한 후 한국 여론의 반전(?)을 등에 업고 한미훈련 중단, 금강산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그리고 특히 대규모 물적 지원을 앞으로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북대화에 임하는 정부 당국이 한시도 마음을 늦추지 말고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을 냉철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부드러운 말(言)과 웃는 표정(교언영색, 巧言令色)에 넘어가 북한정권의 실체를 잊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과 그 세력을 잔악한 방법으로 무참히 처형했으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사실상 주도했고, 지금도 핵ㆍ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면서, NLL 인근 전력(戰力)을 증강하고 있는 인물이다. 말과 표정이 아닌, 증거와 행동으로 북한정권을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북한은 3대 세습정권의 포악함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거의 잃었고 특히 中北관계도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안으로는 외부로부터 자유의 바람이 지속적으로 유입됨에 따라 3대 세습정권의 ‘유일적 영도’ 체제가 근본적인 체제 존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머지 않은 장래에 급변사태가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한편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김정은 등 북한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나 특별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2월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정도로 김정은 정권의 ‘反인도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인내의 한계점에 달해 있다. 북한 스스로 변하지 않고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한국을 징검다리로 삼아 보려는 술책에 우리가 이용당해선 안 된다.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지속해 나아가되, 진정한 북한 변화를 촉구하고 자유사회의 힘을 북한변화를 위한 확고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출범 초부터 강조해 온 북핵 불용 및 북핵 고도화 차단 전략은 대북정책에서 일관되게 최우선 순위에 놓여져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한미공조의 원칙과 한중 전략대화를 위해서도 미중 양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이번 회담은 오랜만에 남북 당국 간 ‘격의 없는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일말의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근본적인 입장 및 행동 변화가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Konas)

홍관희 (향군 안보문제연구소장 /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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