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전략적 가치와 우리의 대응
동남아의 전략적 가치
최근 들어 동남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노골화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하드 파워뿐 아니라 소프트 파워와 스마트 파워를 이용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역내 지역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2010년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본격화 된 데에는 부상국 중국과 세계 리더국 미국의 입장에서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가치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남아시아가 갖는 특유의 지정학적 가치에 기인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과거에도 열강들의 진출이 활발했다. 오늘날에도 태평양을 넘어 인도양으로 뻗어나가려는 중국이 세계 패권국인 미국의 견제와 도전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인적 및 물적 자원의 경제적 측면에서도 동남아 지역은 매우 중요하다. 인적자원 면에서는 동남아시아는 2012년 현재 약6억의 인구 규모이며 인구증가 속도, 도시화 및 소득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소비시장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동남아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주요 국가의 GDP 성장률을 보면 2012년 8월 현재, 전년 대비 인도네시아는 6.4%, 베트남은 4.4%, 필리핀은 6.4%, 말레이시아는 4.7% 성장했다.
천연자원 측면에서 동남아시아는 광물과 농산물이 풍부할 뿐 아니라, 유사시 대량 소비되는 희소성 있는 긴요한 자원, 즉 전략자원도 풍부해 미국과 중국의 깊은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석유, 천연가스, 금속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LNG 수출 세계 2위(10.5%), 고무 생산량 2위(25.35%), 주석 매장량 2위(15.4%), 구리 매장량 5위(5.7%), 석유 매장량 22위(0.3%)로 천혜의 자원보유량을 자랑한다.
미국의 동남아 전략
미국은 세계지배전략 차원에서 동남아시아를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2011년 연말에 발표된 ‘신국방전략지침’ 에서도 잘 드러난다. ‘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 라는 제하의 국방전략문서에서 미국은 세계지배전략의 축을 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길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처음부터 ‘아시아태평양 세력’임을 강조하면서, 중동에서의 전력을 줄이는 대신 동남아시아, 극동아시아, 태평양에서 전력을 강화할 것을 선언했다.
미국이 사실상 중국에 대한 견제를 공식화하기에 이른 데에는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파워와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동남아시아 해역에서의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가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국방전략지침에서 지적 했듯, 미국은 21세기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지구의 공유지(Global Commons)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방해하는 세력을 꼽았다. 미국은 대표적인 국제사회의 공유지로 상품을 자유롭게 교역 통상할 수 있는 ‘공해’를 언급하면서, ‘항행의 자유’가 위협받을 경우 동맹국 및 네트워크를 가동해 안보이익을 수호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해양팽창정책에 대한 분명한 경고를 던진 것이다.
중국의 해양전략과 동남아
중국은 2001년부터 ‘근해방어전략’에서 ‘원해작전 능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해군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까지 필리핀해와 인도네시아 해역가지 해양통제권을 강화해 이 지역에 대한 미군의 진입 작전을 차단하고, 증원 및 작전수행을 방해 또는 지연할 수 있는 능력(A2/AD)을 보유하는 것이 중국 국가방위 전략의 핵심이다.
2050년 원양해군 달성을 목표로 방어경계선, 즉 ‘열도선’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 괌을 포함한 제2열도선 내 또는 이원(以遠) 해역까지 작전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동남아시아에서의 제해권을 두고 패권 경쟁을 다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 경쟁은 동남아 지역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의 지속적인 군사활동은 중국의 의도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계심을 자극하였다.
2010년 들어서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내해로 지정하고 영토수호 및 해양안보 차원에서 강경하게 나오자, 이에 위협을 느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안보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 문제는 동남아시아 국가국인 아세안 + 미국 vs 중국의 대립구조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남중국해에서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중국의 변수가 결정적 요인이다. 물론 많은 국제전문가들은 군사적 열세를 인정하는 중국이 아직까지는 미국과 대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남중국해 분쟁은 도서 영토분쟁은 물론 해양자원의 탐사와 개발, 배타적 경제수역의 확정과 관할권 등 영유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중국의 ‘국익추구 극대화’ 정책과 민족주의가 결합될 경우 무력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아 있다.
국제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따라잡는 2030∼50년 경에 미‧중 간 군사적 분쟁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의 충돌을 불사하고 무력을 사용할 경우, 미국을 위시한 동맹국 네트워크가 지역의 안정과 경제적 이해를 근거로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의 대응
원유 수입의 99.8%, 곡물 및 원자재 수입의 98%를 이 지역의 해상교통로(SIOC)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동남아 및 남중국해 일대의 긴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교전, 봉쇄, 기뢰 부설 등으로 교역 및 수송로가 위험해지면 국민들은 당장 생필품 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구조 특성상 100일 이내에 국가경제 수출입이 전면 중단되고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경고한다. 반면에 우리는 이 지역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소홀한 편이다. 따라서 한국은 동남아시아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지역의 안보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의주시하면서, ‘예방외교’ 차원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을 제어하기 위한 다면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국방교류 협력 시, 이 지역의 방위력 개선 소요와 에너지 자원 개발 등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국방외교 측면에도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적 군사관계를 증진하고 방산협력, 비전통 안보이슈 및 초국가적 안보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등 군사교류와 협력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Konas)
이창형 (한국국방연구원)
* 출처 : 월간 자유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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