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바닥에 땅굴을 만들어 놓고 인근을 지나는 지하 송유관에 파이프를 꽂아 기름을 빼돌린 일당이 검거됐다.

 9일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북 임실경찰서는 기름을 빼내는 지하시설을 설치해 거액의 석유제품을 훔친 혐의 등으로 모 주유소 대표 김모(33)씨와 이모(46)씨 등 2명에 대해 최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석유관리원과 대한송유관공사로부터 단속 정보를 제공받았다.

 송유관공사는 지난달 전남 여수에서부터 경기 성남시 판교저유소까지 연결된 송유관에서 압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감지하고 전남 곡성군 일대를 의심 지역으로 점찍었다.

 석유관리원은 이 지역 내 주유소의 수급거래자료와 법규 위반 이력을 분석했다.

 거래가 수상한 주유소 몇 곳으로 대상을 압축한 뒤 잠복 감시를 진행한 끝에 영업 부진으로 1년여간 휴업 중인 알뜰주유소를 임대받은 사업자가 고가의 지하탱크 설비를 신설하는 등 비상식적인 영업을 벌인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과 석유관리원은 단속에 들어갔다. 현장 조사 결과 이 주유소는 사무실 바닥에 깊이 3m, 길이 25m의 땅굴을 파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땅굴은 주유소에 마련된 지하탱크와 인근 국도변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로를 파이프로 연결시키기 위해 뚫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등은 3차례에 걸쳐 송유관로에서 1억1천여만원 상당인 유류 6만2천ℓ를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주유소를 정상 영업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사실상 가짜석유를 판매한 정황까지 적발됐다. 송유관에서 훔친 휘발유를 상대적으로 값이 싼 등유와 섞어 보관했는데, 이는 가짜석유 판매 수법에 해당한다.

 석유관리원은 지난달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훔친 기름을 빼돌리는 행위를 단속할 권한을 확보했다.

 김씨 등은 석유관리원이 이 법령에 따라 유류 절도 행위를 적발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고 석유관리원은 설명했다.

 경찰과 석유관리원은 김씨 등의 부탁을 받아 파이프 등 기름을 훔치는 시설을 설치해 준 업자를 추적하는 한편 빼돌린 기름을 판매한 다른 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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