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결과에 대한 분석
국방부는 지난 15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비공개로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접촉에서 우리 측은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김기웅 통일부 정책실장, 문상균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이, 북측은 김영철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을 단장으로 리선권 국방위 정책국장, 곽철희 국방위 정책부국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북측이 이날 접촉에 대해 비공개를 강하게 요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대변인은 “북측은 지난 7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 함정간 ‘사격전’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긴급 군사당국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했다”면서 “우리측이 이에 동의했으며 남북이 서로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당시 이런 내용이 담긴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명의의 전통문을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이날 북측이 소위 ‘북측이 주장하는 서해 경비계선 내에 우리 함정의 진입금지, 민간차원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언론을 포함한 비방 및 중상 중지’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우리 측은 북측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존중·준수해야 하며, 자유 민주주의의 특성상 민간단체의 풍선 날리기와 언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 측은 모두 발언에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은 인신공격성 비방에 대해서도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대변인은 “이번 접촉에서 남북 상호간의 관계개선 의지를 갖고 진지하게 협의를 했지만, 처음 접촉하는 것인 만큼 상호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종결됐다. 접촉의 성과는 앞으로 계속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차기회담 일정이나 별도의 합의사항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쟁점별 남북의 입장은?
① 북측이 주장하는 서해 경비계선(界線)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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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은 그동안 주장해온 해상경비계선을 우리 함정들이 침범하고 있다며 진입금지를 요구했다. 특히 지난 7일 교전 때 우리 함정이 단순 대응사격이 아니라 북측 함정을 조준해 격파사격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주장하는 경비계선은 제4차 남북장성급회담(2006.5.16~18)에서 제시한 것으로 1999년에 일방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에서 많이 북상한 선이다. 북측 주장을 분석하면, 해상경계선을 서해5도 근방에서는 NLL을 소폭(1~2km) 남하하고, 소청도~연평도에 이르는 수역에서는 북한으로부터 영해12해리(22km)를 적용하여 NLL을 많이 남하하여 그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북한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공동어로구역을 NLL과 경비계선 사이에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영철(소장)은 제7차 장성급회담(2007.12.12~14)에서 수석대표로 나와 우리 측에게 경비계선 수용을 강요했었다.
우리 대표단은 “NLL은 북측도 사실상 인정해온 해상경계선인 만큼 계속 지켜져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 같은 논쟁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서해 평화수역 설정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 공세를 통해 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② 북측이 주장하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
북측은 대북전단 살포는 2004년 남북 간에 합의한 심리전 중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항의하고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대표단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특성상 민간단체의 풍선 날리기 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고 맞섰다. 특히 우리 측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으며,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단은 또 언론을 포함한 우리 측의 비방중상 중지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을 통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북측은 지난 11일 남북 군사회담 수석대표 앞으로 보내온 전통문에서 밝혔던 것처럼 “대북전단에 대해 ‘기구(풍선) 소멸 작전’에 돌입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측 류제승 수석대표 등은 “우리 지역에 북의 대공 기관총탄이 떨어진 것은 명백한 도발”이라고 항의했다.
③ 5·24조치 문제
북측은 5·24조치 해제도 요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대변인은 회담 결과를 설명한 자리에서 “우리 측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북측 책임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고위급 접촉이 열릴 경우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5·24조치 해제를 우리 측에 요구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북측이 요구하는 5·24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우리 측은 김영철 대표 등에게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북측 책임”이라며 도발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영철 등은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부인하면서 사과를 할 수 없다는 거부의 뜻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이날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 차를 확인한 만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도 5·24 조치 해제문제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
북측 의도에 대한 분석
북측이 이번 달 30일에 있을 예정인 남북 고위급접촉에 대비하여 회담전략 수립을 위한 사전 탐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상경비계선 문제와 남북 공동어로수역을 들고 나온 것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가 NLL을 포기했다는 것을 주장하여 NLL 무효화를 관철하기 위함이다.
지난 7일 북한 경비정이 NLL 남쪽으로 900m 월선한 것은 북한 경비계선 내로의 기동이란 주장이다. 그리고 천안함 폭침은 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북한과 무관한 일이다. 남한정부의 모략극, 자작극이다”를, 연평도 포격은 우리 연평부대가 해상사격훈련을 북측이 설정한 해상경비계선을 침범했기 때문에 자위권을 발동한 것이란 주장을 하겠다는 의도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총격을 합리화하기 위함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① 군사회담 대표 구성에 문제가 있다
북측 단장 김영철 정찰총국장(대장)은 인민군 소장이던 1989년부터 남북회담에 등장하였다. 그는 2006~2007년 열린 3~7차 장성급 군사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를 지냈다. 2009년 2월 대남(對南) 공작 총책인 정찰총국장에 올랐다. 이후 5년 8개월 동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대남 사이버 및 전자전(GPS교란) 공격, 대남전단 살포 등 크고 작은 대남 도발과 위협을 기획·집행한 책임자다. 특히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爆沈) 도발의 주범이다. 앞으로 우리 군사법정에 세워 전쟁도발범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측 대표에 해상분야에 전문가가 없다. 이번 회담의 성격상 해상NLL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남북함정 간 포격전이 모두 NLL과 해상작전과 연관이 있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남북장성급 회담 우리 측 단장은 해군준장(합참작전차장)이 맡아왔다. 그런데 육군소장(합참작전부장, 국방부정책기획관)이 맡은 이후 북한의 NLL무효화 전략에 말려들어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기 회담에는 수석대표를 해군(합참 부장 또는 본부장급)으로 교체해야 할 것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도 해군이 포함되어야 한다.
② 우리가 군사회담을 주도하고 정례화해야 한다
이날 접촉은 지난 2011년 2월 군사실무회담 이후 3년 8개월 만의 군사당국간 공식 접촉이다. 장성급 회담으로는 2007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사안이 발생하면 주도적으로 회담을 제의해 온다. 지난 7일 해상 포격전이 발생하자 당일 우리 청와대에 전통문을 보내 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회담제의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금년 들어 북한의 무인정찰기 영공침투(2회), 서해NLL 우리수역에 대한 포격(2회), 우리 유도탄고속함에 대한 해안포 공격(1회), 함정 포격전, 전단살포 휴전선 포격이 있었으나 우리는 군사회담을 제의하지 않았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이를 마무리하려는 북측으로 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회담 제의에 소극적임은 전문가가 없는 것과 연관이 있다. 우리도 북한과 같이 남북군사회담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주1회, 장성급 회담을 분기1회하는 방안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남북은 아직 휴전중이다. 잘못된 판단은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그래서 정기적인 군사회담은 더욱 필요하다. (Konas)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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