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군(減軍)- 미국의 신(新)세계전략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1만2000명 규모의 주한미군 철수가 이제 우리 눈앞의 일이 되었다. 이처럼 전례 없던 대규모 감축은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충격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도전이 요구되는 중대사안(事案)이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 감군(減軍)규모 1만2천명은 미 제2사단 전체병력 1만3천명과 맞먹는 인원이다. 우리의 3개 기계화사단과 맞먹는 병력과 화력이 뒤따라주어야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한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도 '최대한의 속도조절'을 협조받아 한반도 안보의 새로운 틀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로서는 정예병력의 보강과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재원(財源)확보가 우선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과제이다. 또한 미군 철수로 인해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도 있는 경제적 사회적 악영향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정책당국은 미군 감군(減軍) 이후로도 '안보에 이상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주한미군의 감군(減軍)은 그 공백을 한국군이 대신하는 것을 뜻한다. 주한미군은 지난 반세기 북한의 '공격표적 선정전략'(Targeting Strategy)에 대해 억지전략(Strategy of Deterrence)으로 맞서왔고 실제로 우리는 그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었다.
바로 이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반도의 전쟁 재발을 억지 해왔던 미군의 배치 구조가 완전히 바뀌기 직전이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실로 엄청난 한반도 전략상황의 변화를 맞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에 이 감축계획이 최초 통보된 시기가 작년 6월이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자주국방' 구호 외에 별다른 대책을 제시한 적이 없고, 이 땅의 젊은이들은 오히려 두 여중생의 사고사(事故死)를 계기로 친북세력의 부추김에 놀아나 전국을 반미(反美)정서로 물들이며 촛불시위로 지새우고 있었다.
그 시기에 북한은 미 CIA에 버금가는 수준의 해킹능력을 키워가며 사이버테러를 획책하는 등 대남 적화야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도 우리 젊은이들은 저들이 내세운 날조된 '민족공조' 슬로건에 취해 미국을 한반도 위기 조성의 주범(主犯)으로 몰아가는 친북세력의 조종에 놀아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국제정치를 냉혹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보는데 미숙하다 못해 국제정치를 오히려 이상주의적으로 또는 서정적인 관점에서 보는 우(愚)를 경향이 농후하다.
이런 성향은 용산 미군부대의 한강이남 이전문제에서 잘 드러난다. 미군이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한반도에서의 군사안보환경과 '경제환경'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서울에서 외국군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에 '민족주의적인 자존심'을 들어 환호했다.
당시 KBS등 공영방송을 비롯한 매스컴은 "1882년 임오군란 이후 계속 되어온 외국군 주둔사(史)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에 바빴다. 이 보도내용은 역사적 사실과는 크게 다르다. 이야말로 국제정치를 감상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6월 29일 군사고문단 5백명 정도를 남겨둔 채 완전 철수했었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은 서울 수복 후 종로구 동숭동의 구(舊) 서울 문리대 교사를 사령부로 사용했을 뿐이었다. 현 주둔지인 용산으로 옮긴 것은 휴전협정 직후인 1953년 8월 15일이었다.
일본의 수도 동경에는 미군기지가 요코다 공군기지 등 8곳이나 된다. 동경만(東京灣 Tokyo Bay)의 요코하마와 요코스카항은 미 7함대의 보금자리이다. 동경에 있는 미군기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3,959에이커(약 485만평)으로 용산 기지의 6배나 된다. 더욱이 이들 동경의 기지들은 일본제국 당시의 육군과 해군의 군사시설들을 징발한 것들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Yankee- Go Home" 구호가 나온 적도 없고, 주일미군을 철수한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럼스펠드가 '주일미군을 동경에 배치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배려의 말을 언급할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일본인들이 '바보'라서 일까.
주한미군의 감군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군사전략의 패러다임 변화와 대(對)세계전략 변화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지만, 한미동맹의 지렛대의 한쪽은 우리가 가지고 있음에 비추어 감군(減軍)시기를 최대한 늦추어가며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 대안(代案)은 유사시 엄청난 보복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자주외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며, 낙관론에 근거하기보다 비관론에 근거하여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 이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음을 반성하고서 미국 내의 혐한(嫌韓)분위기를 일신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konas)
정 준 (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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