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발발 54돌, 우리는 북한의 '대남(對南) 적화야욕'을 잊어가고 있다
이 달 25일로 우리는 6·25 한국전쟁 발발 54주년을 맞는다. 「그날」이후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유독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북한의 「남침 위협」이다. 남북 대치의 긴장과 불안을 담보해줄 수 있는 대안은 우리의 국가안보뿐이다.
흔히 국가안보를 '공기 중의 산소' 또는 집을 둘러싼 울타리나 '담장'에 비유한다. 안보는 결국 우리 삶을 확고하게 보장해주는 기본 틀이다. 그 '울타리'가 튼튼해야 비로소 정치 경제 문화 복지 등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요즈음 하루가 다르게 '북한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커녕, 북한을 '민족공조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편향된 시각이 팽배해 있다. 연령층으로 보자면 전후(戰後)세대인 30∼40대가 가장 자심하고, 기간별로는 6·15 공동선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년간이 범국민적 안보관이 더할 나위 없이 해이해진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3월12일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로부터 4 15총선을 거쳐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몇 달을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숨 고를 여유조차 없는 격랑(激浪)의 세월을 보냈다. 최근에 일기 시작한 이념논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보면 '혼란의 세월'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다.
위정자들은 북한이 2002년 7.1 경제관리조치 이후 시장경제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등 날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쟁 발발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정부당국은 개성공단 개발과 금강산 특구 사업의 진전을 그 예로 들기도 하지만, 대다수 보수층 인사들은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
매스컴은 언제부터인가부터 서울 북방 수십km에 중(重)무장한 적(敵)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산가족 등 인적(人的)교류와 개성공단사업 등 경제교류 등에 대해서만 보도하고 있을 뿐, 정작 우리의 안보에 직결되는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한 기획보도에는 침묵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국민 대다수는 김정일 정권의 대남 정책목표와 군사동향 및 대남 선전공세 등에 대해서는 귀가 닫혀있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과 핵 생물화학무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들 역시 범국민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이제는 어느 누가 북한의 위협과 국가안보를 이야기하려 들면 '수구' 또는 '색깔 논쟁'으로 비난받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옳은 개소리' 정도의 취급을 받다 못해 "그럼, 북한을 자극하여 전쟁하자는 것이냐"라는 억지와 반박이 되돌아오기까지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29일자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이 핵 확산금지 조약 (NPT)에서 탈퇴하고 더 많은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보지도 않는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하여 한국의 현 상황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있다. 외신도 놀라워하는 그런 '괴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어제오늘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은 예나 이제나 한반도 적화정책을 조금도 변함 없이 수십년째 유지해오고 있는 일종의 병영국가라는 점이다. 북한의 국가목표는 군사정책 목표와 일치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근본적으로 대남 적화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경제 침체로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돈벌이'를 위해 대남교류에 나선 것이고, 대미항전을 위한 남북 공동투쟁 필요성에서 외세공조와는 대칭개념인 '민족공조'를 내세운 것일 뿐, 국가목표와 대남정책이 달라진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2년 전 서해교전이 있었던 날에도 금강산 관광 돈벌이 길은 열어두었던 그들이다. 극심한 식량난에도 군(軍)만큼은 특별관리하고 있는 그들이다. 수백만의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해도 끄떡하지 않은 채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그들이다. 우리에게 '주적(主敵)개념을 바꾸도록 압박하면서도 북한 헌법에 우선하는 노동당 규약에 대남 적화야욕 명문규정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는 그들이다. 동여 맨 허리끈을 풀어 젖힌 것은 북한이 아니고 남한이었다.
요즈음 북한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서의 고전(苦戰)'과 '미(美)대선 시기 임박' 및 '한국사회의 혼란과 좌파세력 신장' 등 호재를 간과할 리 없다. 그들은 이 모두를 호기(好機)로 이용하려 들 것이다. 그들은 이같은 유리한 국면을 이용하여 '핵 억제력 강화' 의지를 굳혀가고 있다. 작년 이라크 전쟁 직후 보여주었던 북한의 협상순응 자세가 금년 6자회담 2차회의를 전후하여 고(高)자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인 것이다.
북한은 올 들어 군(軍) 위상을 더욱 높여 선군(先軍)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남한의 1/30 수준인 북한이 작년(2003년) 한해 군(軍)에 투입한 군사비는 50억 달러 상당이었다. 한국군사비의 40% 수준이지만, 일반물가와 생계지수 등을 고려한다면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금년 들어 "선군(先軍)정치"(Military First Policy) 강화를 위해 이 군사비 규모를 더욱 늘려 잡고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군과 국가는 명실공히 일체(一體)이다. 따라서 거대한 군(軍)조직은 곧 '김정일 정권의 친위대'이다. 군을 앞세워 국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야욕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오래 전에 노동자 농민 대신 군대를 혁명의 주력으로 삼는 선군혁명이론 정립을 이미 끝냈다. 노동계급은 이제 더 이상 혁명의 주체가 아니다. 북한은 노동계급 중심의 혁명이론을 "교조주의적"인 것으로 배격하고 "인민군대는 사회주의 발전을 주도하는 핵심이며, 온 사회가 따라 배워야 할 본보기"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그것이 이른바 "선군후로(先軍後勞)" 개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 젊은이들은 1년 남짓 '반미(反美)'를 외치며 촛불시위로 지새웠고, 친북세력의 국가보안법 폐기 주장이 요란하며,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조중동(朝中東) 때리기'를 위한 정간법(定刊法) 제정 등이 집권여당의 최대관심사가 되어있다. 자충수(自充手)를 두다 못해 블랙홀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대남 유화 제스처를 두고 정책당국은 '그들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올바른 판단일 수가 없다. 북한의 거의 모든 시설이 지하화(地下化)되어있어 미국의 첨단 위성정찰로도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대남전략 요지경 속을 지레 짐작한다는 것은 더더욱 그들의 야욕을 간과하는 것이 된다.
북한이 '체제생존 전략'이나 '외부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전략' 등으로 대남전략 개념을 수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관점은 북한체제에 대한 성찰과 북한의 대남전략에 대한 새로운 개념설정 시도가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있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유로 북한의 동태를 더더욱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konas)
정 준 (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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