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이상재는 없는가?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을 향해 도산 안창호는 “너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고 늙어서 그런 꿈을 가져 봤자 별 수가 없는 노인은 어쩔 수 없이 젊은이들을 향해 그런 부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큰 인물이 되라!”고
인물난이 심한 때라 나는 ‘거인’ 이상재를 생각합니다. 그는 1850년 충청도 한산에서 몰락한 양반의 후예로 태어나 어지러운 한말과 고통스런 일제하에서 그래도 웃으며 살다가 1927년 77세의 노인이 되어 가난하게 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사회장은 국장 못지않았다고 전해집니다. 민심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종로를 가시다가 조선말을 잘 하는 일본인 형사 미와(三輪)를 만났습니다. 이 자가 유창한 우리말로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했답니다. 월남이 반말로, “그래 잘 있다. 그런데 자네는?”하고 물으셨답니다. 일본 형사가 “저는 감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월남이 대뜸, “그래?” 하시더니, “야, 감기는 대포로 못 쏘냐”라고 하셔 일본인 미와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하였답니다.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이렇게도 적절한 비판이 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대담하고 통쾌한 지도자들이 좀 나타나면 국민의 고달픈 삶이 큰 위로를 받게 될 것입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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