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 테러사건에 대하여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5일 아침 서울에서 한국인 괴한으로부터 테러를 당했다. 한·미 수교 133년 만에 최악의 사건이다.
리퍼트(42) 대사는 미국 대사관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세종문화회관(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홍사덕) 주최로 열린 강연회의 초청강연을 앞두고 아침식사를 하던 중 25㎝ 과도를 휴대한 김기종(55)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대표의 공격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가 테러를 당한 뒤 선혈이 낭자한 채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외신을 통해 全 세계 실시간으로 타전됐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의 대사가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반(反)인륜적 범죄의 표적이 된 데 대해 국민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사는 오른쪽 얼굴 광대뼈에서 아래턱까지 길이 11cm에 깊이 3cm나 되는 부상을 입어 80여 바늘을 꿰매야 했다. 신촌세브란스 병원 의료진이 “1~2cm 차이를 두고 경동맥을 비껴갔다. 생명이 위독할 뻔했다”고 발표할 만큼 치명적인 테러였다. 손에도 심한 자상을 입었다.
리퍼트 대사는 수술을 받은 뒤 트위터에 “(한국민의) 관심과 성원에 감동했다. 한·미동맹의 진전을 위해 최대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이라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인 리퍼트 대사는 지난해 말 부임한 이래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 왔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 발생 30분 만에 보고를 받고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 중인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몇 년 前 비슷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된다”며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위로했다.
미국은 경악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사와 부인 로빈을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특명전권대사(特命全權大使)는 국가를 대표한다. 그래서 대사에 대한 공격은 그 나라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 특히 ‘외교 관계에 대한 빈 협약’(1961년 채택)에선 대사의 안전을 파견된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사건의 파장은 간단치 않다.
우리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었고, 이완구 총리는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가장 시급한 건 이번 사건이 한·미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미국 측에 사건 경위와 대책 등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NSC 회의 뒤 “이번 사건을 자행한 범인의 반미, 종북 행적 여부 및 활동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추호의 흔들림이 없음을 재확인하고 미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동맹이 이번 사건으로 흔들리거나 손상될 만큼 허약한 관계가 아니라는 데 두 나라가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김의 리퍼트 대사 테러 공격에 대해서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며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는 논평을 냈다.
북한이 제정신이라면 이런 주장을 펼 수 없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어떠한 경우도 외교관의 신변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인류가 외교(外交) 행위를 시작한 이래 지켜온 규범이고 관습이기도 하다.
북한도 많은 나라에 외교사절을 파견하고 있고 평양에도 외국 대사관이 있다. 북한이 이런 국제협약까지 무시해가면서 테러범 ‘김’을 두둔하고 반미 선전에 열을 올렸다. 세계에서 비무장 외교관을 공격하는 테러에 대해 박수를 치는 나라는 북한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김기종 테러 전날 “전쟁미치광이들을 단매에 묵사발 내려야 함(2015년 3월 4일)”이라고 밝혔고 “(북한인권 언급 관련) 리퍼트는 죽어 묻힐 곳도 없는 가련한 운명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2015년 2월 10일)”이라며 리퍼트 대사의 실명을 직접 밝혀 ‘종말’을 선동했다.
지난 2월 8일에는 리퍼트 대사에 대해 “세상 물정도 모르고 헤덤비는 얼간망둥이, 쑥대우에 올라선 민충이와 같은 존재, 오바마와 일맥상통한 정치무능아”등의 비방을 했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김기종은 범행 직후 “오늘 테러(를) 했다”며 ‘한·미(韓·美) 훈련 중단’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은 2010년 7월 주한 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던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의 주한 일본대사 공격을 “찬양받아 마땅하다”고 했고, 김이 구속되자 ‘부당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민족화합운동연합’이라는 단체의 일원으로 8차례 방북(訪北)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범 김씨는 북한을 다녀온 이후 활발한 반미활동을 해온 점도 이번 테러를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의 하나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 현장에서 ‘전쟁 훈련 중단’과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요구하는 유인물이 나온 것은 오랜 기간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증거로 배후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했다. 그리고 평소 친북성향을 보여 온데다 범행 동기가 ‘한미연합 훈련 반대’로 파악되면서 국내 종북(從北)세력과의 연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경(檢警)은 김씨의 단독 범행 여부는 물론 종북 세력을 배후로 한 조직적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방침이다. 한·미 훈련 기간에 타이밍을 맞춘 종북 세력의 ‘기획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한미 양국이 성숙한 자세로 동맹을 관리하는 모습에 안도감을 갖는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즉각 테러범을 옹호하는 행태를 볼 때 북한의 사주에 따라 추가적인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 김정은은 금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정해 놓고 전쟁 준비에 광분하고 있다. 따라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병행하여 주한 외교사절과 주한미군에 대한 철저한 보호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리퍼트 대사의 각별한 한국 사랑에 감사하면서 국민과 함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Konas)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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