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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EEZ 경계획정 차관급 회담 결과

Written by. 김성만   입력 : 2015-12-24 오후 4: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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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중국 간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획정(劃定)하기 위한 차관급 회담이 22일 서울에서 열렸다. 양국이 해양 경계 획정을 위해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7년 만이다.

 이번 회담은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해를 ‘평화 협력 우호의 바다’로 만들기로 합의했고, 작년 7월엔 EEZ 협상을 올해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개최된 것이다. 과거 국장급 협의가 차관급으로 격상된 것도 처음이다.

 우리 정부 수석대표인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회담 직후 “오늘 양국은 기본 입장을 서로 교환했다”며 “한두 번의 협상으로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회담이 ‘탐색전’으로 끝났다는 얘기다. 중국 측 수석대표인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도 “올해 회담을 가동시킨 게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우리 측에서는 김인철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외교부 동북아국, 해양수산부, 국방부, 국민안전처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이, 중국 측에서는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와 육지와 해양의 영토 분쟁을 전담하는 변계해양사무사(邊界海洋事務司), 외교부 아주국 및 조약국, 국토자원부, 국방부 등 관계자들이 각각 참석했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연안국은 영해기선(領海基線)으로부터 200해리(370km) 내의 EEZ에서 자원의 탐사·개발·보존에 관해 주권적 권리를 갖고, 인공 도서 구조물의 설치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서해는 가장 좁은 곳이 184해리(340km), 최대 수역도 280해리(518km)에 불과해 양국 EEZ가 상당 부분 겹친다. 이런 경우 양국이 국제법(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입각해 합의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지금까지 300여 건의 국제 해양경계 획정 가운데 90% 이상이 등거리 원칙을 적용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EEZ 획정 때 대륙붕과 경제적 요소는 기준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해안선 길이 때문에 등거리선을 조정할 필요는 별로 없다는 결정도 내렸다. 2012년 국제해양법재판소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간 분쟁 때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삼았다.

 양국은 2시간 30분간의 회담에서 이번에도 기본 입장만 확인하고 끝냈다. 한국은 양측 해안에서 등거리에 EEZ를 긋는 ‘중간선 원칙’을, 중국은 인구와 영토, 해안선 길이, 대륙붕을 고려하자는 ‘형평성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자기들 EEZ를 중간선보다 훨씬 더 넓게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4차례 진행된 EEZ 협상이 진척되지 못한 이유다.

 양국은 앞으로 매년 차관급 회담을 한 차례 열고 국장급 협의를 병행해 속도를 내기로 했지만 갈 길이 험난하다.

 한·중 EEZ는 이어도의 관할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어도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유인도) 남서쪽 149km 지점에 있는 수중 암초다. 가장 가까운 중국 유인도 서산다오(蛇山島) 섬은 287km, 무인도인 퉁다오(童島) 섬은 247km 떨어진 곳에 있다. 국제법상 암초는 영토가 될 수 없지만 한·중은 관할권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어도는 주변해역에 매장된 자원이 풍부하고 전략적 해상교통로여서 중국의 야심이 지대하다. 중국은 2006년부터 이어도 주변해역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2012년 3월 해양감시선과 항공기로 정기 순찰하겠다고 선언하고 2013년 11월에는 제주도와 이어도 근해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우리는 2003년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해 실질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다.

 EEZ 협상에서 어느 한쪽이 양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중관계가 비교적 우호적이고, 남중국해, 동중국해와는 달리 한·중 간 영유권 분쟁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의 EEZ 주장은 국제법 원칙과 판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잘 지도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들어 국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우리 측에 압력을 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중 간 해양관련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중국 측(정부, 군, 학자)은 우리 측의 양보를 언급하고 있다. 이런 경우 주장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장차 중국이 무력을 동원한 시위, 해양과학기지 점령에 대비하여 해군력 증강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한-미-일 해상훈련을 통해 주변해역에 대한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Konas)

김성만 (예 해군중장 / 재향군인회자문위원 / 안보칼럼니스트 / 前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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