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하는 愛國(?)보다 태극기 게양부터라도!
보수시민단체의 기자회견장이나 대소규모 집회장을 취재하다보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있다. 태극기(太極旗)다. 때에 따라 성조기와 유엔기도 나부낀다. 좌파 내지 종북세력들이 주최하는 행사와 다른 점이 바로 손에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사회자의 유도나 발표자의 논리적이고 심장에 비수처럼 파고드는 격정적인 발언이 이어질 때면 진동하는 함성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어 분위기를 달군다.
모두가 하나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태극기의 힘이고 위력이다. 하지만 이전 좌파 ․ 종북세력들이 주(主)가 되는 집회현장에선 태극기가 거의 보이지 않기도 했다. 태극기가 있어도 국기에 대한 경례나 애국가 제창이 없기도 했다. 아니 있더라도 어떤 이들은 애써 회피하거나 눈을 감고 외면하는 현상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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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8일 서울광장에서 5.18 민주화운동 서울기념식이 열렸다. 언론에 보도된 한 장의 사진과 동영상이 관심을 모았다. 행사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애국가가 4절까지 제창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면이었다. 국기에 대한 예의 표시와 애국가 제창이 없는 기자회견 등 일련의 현상들이 한 때 우리사회 논란거리로 비화된 적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보수진영의 집회현장에서 애국물결을 이루며 모두의 심정을 뭉클하게 자아내던 태극기가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애물단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수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기용 태극 깃발은 의자 아래 버려지거나 바람에 나뒹굴며 잡동사니 쓰레기더미에 파묻히는 말 그대로 쓰레기 화 되고 마는 것이다.
태극기는 한나라의 상징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 나라의 국기(國旗)가 위치한다. 외교관이 탄 차량에도, 그가 묵는 숙소에도, 국가대표 간 축구시합 전에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을 때에도 선수의 머리 위로 해당 국가의 국기가 올라가게 된다. 그럴 때면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국가(國家)에 대해, 태극기에 대한 자긍심과 자랑스러움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태극기를 들었을 때, 또 태극기를 지녀야 할 때는 외면하려 하고 있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2016년 6월6일은 61회째 맞는 현충일. 거룩한 희생으로 대한의 독립과 나라를 구한 호국선열을 추념하며 거리마다 집집마다 반기(半旗)를 게양하고 오전 10시 전국 동시에 1분 동안 묵념에 잠기기도 했다.
이 날 아침 8시30〜9시40분 어간 서울 강동구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동네 일대를 돌아보며 태극기 게양 실태를 확인해 봤다. 거의 매번 거르지 않고 해온 일이기에 올해는 어떨까 조금의 기대감도 있었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방송을 한 탓도 있었음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이었다. 애초부터 예상을 초월하는 커다란 기대는 없었다 해도 그럼에도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나버린 때문이다.
전체 16개동 2938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중 9개동(洞)을 일일이 확인했다. 1개동에 많은 곳은 188세대가 거주하고 작아도 160세대는 거주하는데, 이 중 태극기를 게양한 아파트는 서른여덟 집에 지나지 않았다. 1개 동(洞) 중 단 한 집만 게양한 곳도 있었다. 2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동에서도 가장 많이 게양한 집이 아홉 집이었다. 물론 이 중 절반이 넘는 27세대는 조기(弔旗)를 게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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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이상한 것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내걸린 태극기는 조기가 아니었다. 또 아파트 내 도로 양쪽으로 설치한 태극기도 마찬가지로 경축기념일에 게양하는 식 그대로였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하나된 마음으로 일체감을 형성할 수도 있을 텐데, 어쩌면 이런 일련의 작은 관심이나 성의 부족이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잊어선 안 될 줄 안다.
우리는 특정한 일부 세력들을 제외하고 국민 대부분이 ‘나라사랑’과 ‘애국(심)’을 얘기하고 마음을 다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꼭 해야 할 필요한 시기엔 무엇이, 어떻게 하는 게 나라사랑이고 애국심인지 잊어버리고 마는 경우도 있는가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2월 지난해 4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집회 당시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로 기소된 김 00씨가 “국기모독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청구 신청을 “국기 또는 국장이 상징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려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그러면서도 국기를 불태운 김 씨에 대해선 국기모독죄가 아니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현충일 저녁, TV 방송 종합뉴스는 전국의 고속도로가 연휴를 보내고 귀경하는 차량들로 꽉 막히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꼬리를 문 차량행렬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1년 중 단 하루 음주가무가 금지돼 있는 날이 현충일이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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