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획/특집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⑧〕해바라기를 찍는 사진가

아이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회상하며
Written by. 박시몬   입력 : 2016-09-05 오후 1:28:22
공유:
소셜댓글 : 0
twitter facebook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더운 여름에 꽃을 피우는 해바라기도 강한 태양아래 꿋꿋이 서있다. 후덥지근했던 2년 전 여름만 해도 나에게 두 번이라는 여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이젠 나의 생활을 차차 정리해보는 시간이 온 거 같다.

 나에게 2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지난 2년간 나는 카메라를 꾸준히 들고 다니며 내가 만났던 해바라기들의 모습을 순간순간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2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해바라기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확연히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속 해바라기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근무지를 정할 때 어디서 근무를 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곳은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해바라기 지역아동센터였다. 지역아동센터는 보호, 교육, 문화, 정서지원 등 종합적으로 복지서비스를 통해 아이들의 건강한 삶과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특히, 지역의 조손·편부모가정처럼 방과 후 반드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 그리고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처음 해바라기 지역아동센터에 들어갔을 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더디더라도 함께 가는 해바라기지역아동 센터”라는 문구였다. 혼자라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갈 수 있다는 외국속담이 문득 떠올랐다. 요즘처럼 빠른 속도를 지향하는 시대에는 ‘함께’라는 배려와 존중의 가치가 점점 희미해져가지만, 느리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고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은 서서히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자각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해바라기 아이들을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센터선생님과 함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정서 캠프에 참여했다. 그 캠프에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 그 때를 회상해보면 ‘어린아이들이라고 해서 얼마나 큰 아픔과 어려움이 있겠어.’라는 무심코 지나간 생각이 미안해진 시간이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만나가면서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해 생긴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조금씩 열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 각자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무거운 아픔이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내면을 조심스럽게 들춰보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이렇게 아이들을 존중하며 대해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그저 타이름의 대상이 아니라 어른들과 똑같은 인격체로서 마땅히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 캠프에서 아이들과 만나며 부모의 부재, 가정폭력 등 깨어진 가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그 캠프를 계기로 해바라기 아이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반성해야 할 점들을 남겨주었다.

 작년 추석에 친척집에 가지 않고 집에 남아있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근처에 지미오름까지 자전거 하이킹을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덩치가 나가는 친구 한 명이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는게 보였다.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생겼다. “선생님 포기할래요.”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할 수 있어, 같이 가자!”라고 수없이 타일렀다. “이제 거의 다 왔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 것 같다. 앞서간 친구들도 조금씩 기다려주었다. 포기하겠다는 아이의 만류에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느낌을 꼭 아이에게 느끼게 도와주고 싶었다.

 마침내 그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속이 훤히 트이는 정상에 도착했다. 보통대로라면 1시간 30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를 3시간을 걸려서 다녀왔다. 우리는 그 친구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기다리며 그 친구를 응원할 수 있었다.

 한 명이 낙오되어 올라가지 못하면 다함께 기뻐할 수 없다는 걸 아이들도 느낀 것 같다. 가끔씩 축구하자고 전화 오는 친구들, 자전거를 타자고 약속을 잡는 친구들이 내미는 손이 이제는 참 고맙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과 거리낌 없이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아이들과의 만남이 나의 삶에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이처럼 2년에 가까워지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함께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몸소 배웠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알아간 사실은 주위에 상처 입은 가정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하게 드러나는 제주의 아픔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이혼처럼 가정으로부터 겪어온 아픔이 너무 당연시되다보니 아파도 아픈 줄 모르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당연한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에도 그럴 용기를 잃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다양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게 됐다. 나 또한 아이들처럼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구순구개열이라는 선천성 안면장애로 인해 초등학생 때 외모에 관한 놀림을 참 많이 받아 자존감이 낮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때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나와 같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그러한 마음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아이들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아이들 조금씩 아이들과 깊이 소통해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비교적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이 꾸준히 해온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떠올려보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부터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니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보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사진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카메라를 피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쉽게 비교당하고 알게 모르게 열등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평소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또한 이주열기로 빠르게 변해버리는 우리 마을, 우리 주위의 소중함을 카메라에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우리들의 사진이야기’ 사진반을 시작했다.

 처음엔 카메라를 거부했던 아이들조차도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의 모습, 표정은 다른 사람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을 아이들은 깨닫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마을의 아름다운 오름과 바다를 거닐면서 우리 사진반은 함께 ‘우리다운’ 작품을 만들어보았다. 잘 나온 사진은 반드시 인화해 액자에 보관할 수 있도록 선물해주었다. 지난봄에 있었던 사진반캠프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에 비해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함께 웃으며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시작했던 사진반이 우리 모두의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며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쉽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여전히 소중한 우리자신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게 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바라기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이라는 프레임 안에 그대로 옮겨놓을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또 아이들에게 큰 축복이었다.

 2년이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 ‘나는 지나온 시간들을 후회 없이 보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안에서 아이들에게 받은 것, 아이들로부터 배운 것들이 더 많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리지만 이 친구들도 똑같이 존중하고 마주해야할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아야 함을 진심으로 느꼈다. 또한 사회적 약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안목이 조금씩 넓어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입장에서 주어진 문제를 바라보는 소중한 마음이 생겼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작은 소수자이지만 이 소수의 사람들이 연대하며 목소리를 내며 함께 꿈꾸면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음을 직접 경험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자라나는 해바라기였고 나는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사였다. 사진을 찍을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대상을 향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다. 정해진 대상을 계속해서 찍다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나는 해바라기 아이들의 성장을 관찰하며 때로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여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사진 속에 담아보았다.

 기억이 희미한 나의 초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아이들이 나중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할 때 좀 더 또렷이 기억할 수 있는 사진을 선물해보았다. 이곳에 와서 한 명의 선생님으로서의 생활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선생님으로서 ‘나는 잘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에게 던져보았지만 늘 시원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려는 마음만큼은 계속해서 남아있는 것 같다.

 나중에 나의 2년을 되돌아보면 아마 참 즐겁고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또한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시간은 앞으로 사회에 나갈 때 지니고 있어야할 소중한 가치와 환대의 마음을 선물해 주었다. 이 시간의 교훈을 발판삼아 좀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앞으로 나의 진로를 생각할 때도 늘 ‘어린이’가 따라 다닌다. 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 큰 비전이 생겼다. 앞으로는 세계의 굶주려가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계속 노력해나갈 생각이다. 처음에 “선생님 똥 닦아주세요.”라고 말했던 유치원아이의 말에 당황했던 내가 어느덧 2년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있다.

 앞에서도 아이들에게 받은 게 많다고 표현했는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믿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주위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걸어가기를 자처하는 멋진 해바라기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해바라기들을 축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아가고 있는 해바라기의 사진가다.(konas)

박시몬(제주시청 해바라기지역아동센터)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19.9.23 월요일
핫클릭 뉴스
포토뉴스 더보기
깜짝뉴스 더보기
외교부, 차세대 전자여권 디자인 확정
2020년부터 발급될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의 디자인이 17일 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