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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⑩〕날아라 병아리

Written by. 강민우   입력 : 2016-09-06 오전 9: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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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이 있다. 그 선생님은 우리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래를 틀어 주셨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가 바로 ‘날아라 병아리’이다. 이 노래와 열정적인 선생님과의 추억으로 인해 나는 초등교사의 꿈을 갖게 되었다. 이 시절의 기억을 잊지 않고 공부를 계속하여 나는 초등음악교육을 전공하였고 2014년 초등 임용고시에 합격을 했다. 그리고 그해 5월 발령이 났다.

 도시와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학교라서 내가 기대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미술 시간에 재즈 음악을 틀어주었고, 하교 시간에는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곡을 같이 부르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마치 병아리 같아 보였다.

 하지만 모든 학교생활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를 힘들게 만드는 학생이 있었다. ADHD 판정을 받은 아이 A. 이 아이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을 힘들어 했다. 처음에는 혼을 냈지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A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닌다고 했다. 지역아동센터. A와 대화를 나누며 처음 들어보았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너무 궁금해 했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이 아이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국방의 의무를 시작해야 하는 2015년이 되었다.

 모집 기관 목록을 살펴보던 중 ‘빛과소금 지역아동센터’를 보게 되었다. A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생각이 났고 나는 바로 지역아동센터에 신청을 하였다. 도대체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지역 아동 센터에서 근무해보니 A가 왜 학교보다 센터에서 행복한지 알 수 있었다.

 학교에 근무했을 때 작은 학교라 업무가 많아서 아이들에게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줄 수 있었다. 학습에서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으면 1:1로 도와 주었고, 아이들과 같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뛰어놀았다. 수요일에는 나가서 아이들과 티볼을 했다. 아이들과 팝콘을 먹으며 영화도 보았다. 방학에는 아이들과 전통놀이를 배우기도 했다. 이런 일을 교사도 많이 해주어야 하는데 일이 많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더 가까이 지내지 못한 내가 한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발표회를 준비했을 때다. 우리 센터에서는 매해 12월 센터에서 배웠던 곡이나 아동들이 따로 연습을 해서 발표회를 연다.

 어느 날 센터장님이 발표회 회의를 하시다 한숨을 쉬셨다. 매해 발표회를 보면 음악을 잘 하는 아동들은 곡을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를 하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거나 음악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은 발표회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걱정이라고 하셨다. 모두 고민하고 있던 차에 센터에서 같이 근무하던 요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찾았다.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서 핸드벨을 하는 것은 어떨까? 바로 계획을 만들어서 몇 명을 뽑았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아이들과 핸드벨을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힘들어 했다. 계이름이 써진 악보를 나누어 주었으나 어려워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던 차에 좋은 생각이 났다! 계이름에 색을 입혀 아이들이 알기 쉽게 하는 것은 어떨까? 센터에 있는 핸드벨은 도는 빨간색, 레는 초록색 이런 식으로 계이름마다 색이 다르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악보에 표기된 계이름을 여러 가지 색으로 써서 보여주었다. 도는 빨간색으로 칠해서 주었고 레는 초록색으로 칠해서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훨씬 이해를 잘했다.

 피아노 반주도 연습을 했는데 피아노 반주하는 학생이 없을 때에는 내가 피아노 반주를 해주었다. 피아노 반주를 하며 아이들과 곡을 맞추어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내가 꿈에 그리던 생활이었다. 내가 5학년 시절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음악을 하는 일.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악기를 하지 않는 모든 학생을 핸드벨을 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아이들과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북극곰아’라는 곡을 정해서 아이들과 동영상을 만들었다. 노래 가사에 맞는 그림을 아이들이 그리면 그 그림으로 동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유튜브에 많은 예시가 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했고 센터에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여 영상을 만들었다.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아이들은 쉬운 가사를 주어 그리게 했다.

 그렇게 발표회가 다가왔다. 발표회에 악기 연주로 참가하지 못한 아동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은 달랐다. 아이들이 만든 동영상이 발표회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음악을 못해도 아름다운 발표회를 만드는데 기여를 한 것이다! 아이들이 만든 동영상을 발표회 마지막에 틀어주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자신들이 만든 그림이 들어간 영상을 보니 너무 좋아했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 2016년 발표회는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겨울방학에 센터장님이 제주 지역에 다른 지역아동센터와 연합을 하여 사업 하나를 진행하셨다. 탐라에서 고려를 보다. 바로 우리 지역의 역사를 통해 아이들이 역사 교육을 할 수 있는 캠프이다. 제주에는 삼별초와 관련된 장소가 많이 있다. 이곳에서 아동들이 탐라에서 고려를 보는 것이 이 캠프의 목적이었다. 나도 아이들에게 방학동안 고려사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아동들도 있지만 역사에 관심이 없는 아동들이 더 많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그림을 통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고려에 관한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정말 좋아했다. 역사에 관심이 없었지만 스토리텔링이라 좋아하는 아동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역사를 재미없어 하는 아동이 많았다. 이번 교육을 통해서 역사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스토리텔링도 좋지만 다른 활동도 생각을 해야겠다. 정적인 역사수업이 아닌 동적인 역사 수업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프로그램 진행 방식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겨울이었다.

 센터에 익숙해질 때 쯤 중학생 B를 알게 되었다. 중학생이라 그런지 센터에 자주 나오지 않았다. 중학생이라 센터에 오기 싫은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B는 12월 초부터 센터에 나와 기타연습을 했다. 도대체 B는 어떤 아이일까?

 B는 동생 4명과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게임에 빠져서 살았다고 한다.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늦게 자서 학교에 가다보니 센터에 올 시간에는 거의 눈이 풀려있었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피곤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센터에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B의 눈이 반짝일 때가 있다. 바로 기타를 연주할 때이다.

 발표회 이후 B와 이야기를 해 보았다. 2016년 올해. B는 중학교 3학년이다. 중학교 3학년이 되니 공부도 조금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의욕을 보일 때는 공부가 아니라 기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였다. B의 꿈이 궁금했다. B의 꿈은 무엇일까? B는 꿈이 없다고 했다.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타였다. 기타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했다. 확실한 꿈은 없었지만 기타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했다. 대견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닌데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말이 너무 대견했다. 도와주고 싶었다. 밴드를 하고 있기에 나는 이 아이에게 기타를 가르쳐 줄 수 있다.

 이 대화를 계기로 B를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이 아이가 진짜로 연주하고 싶은 것은 일렉트릭 기타이다. 하지만 센터에 있는 것은 어쿠스틱 기타였다. 저번 발표회도 어쿠스틱 기타로 했다. 센터장님이 이곳저곳 찾아보시다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이라는 곳을 알아오셨다.

 다음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개인의 꿈을 이루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후원을 해주는 곳이다. 이곳에 나는 B의 상황과 함께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써서 올렸다. 그리고 2016년 4월.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으로부터 기타와 앰프를 받게 되었다. B는 요즘 공부도 하고 기타도 연습하기 위해 센터에 자주 나오고 있다. 작년에는 일주일에 1번 나오던 아이가 이제는 일주일에 1번 정도 빼고 다 나오고 있다. 아직 B의 눈이 초롱초롱하지는 않지만 곧 눈에서 생기가 돌기를 기대한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을 했다면 A도 지역아동센터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행복했을 것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기 전 나는 아이들을 내 입장에서만 바라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무엇이 힘든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교사의 입장에서 교실의 규칙을 어기는 아이들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지역 아동센터에서 근무를 하며 이런 아동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말이 없게 만들었을까? 왜 이 아이는 선생님에게 반항할까? 왜 이 아이는 다른 친구들을 못살게 굴까?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지금 나는 대학을 다닐 때 보다 더 생각을 많이 한다. 대학에서의 4년보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있는 지금이 나의 교육 철학과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날아라 병아리’ 곡에서 병아리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것은 죽은 뒤의 일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못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꿈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나와 함께한 병아리들이 살아있을 때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내 병아리들이 커서 꿈을 펼치며 하늘을 날 수 있게.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이 체험 수기를 쓰고 있다. 아이들이 빨리 학교를 마치고 센터에 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konas)

강민우(제주시청 빛과소금 지역아동센터)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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