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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㉔〕내 나이 스물셋, 중학교에 다니다

특수학급 장애학생활동지원 체험 수기
Written by. 강현구   입력 : 2016-09-09 오전 1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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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본 수기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명령을 받아 모 중학교 특수학급에서 장애학생을 지원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작성한 것입니다. 장애학생활동지원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에서 장애학생들을 만나고 함께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들도 있었지만, 학생들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또한 학생들로부터 배우게 되는 점도 많아 보람된 사회복무요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내 나이 스물 셋, 다시 중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예전에 중학교에 다닐 때와는 달리 지금은 더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배움을 주는 학생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빛이 아직 가시지 않은 9월 초, 새까매진 얼굴과 짧은 머리의 모습으로 사회복무요원활동 배정을 받기위해 교육청으로 갔다. 사회복무요원이었던 친구의 조언으로 교육청으로 배정받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교육청엔 자리가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제일 가까운 곳으로 지역을 고르고 있던 중 주무관님께서 “상장 받으셨네요? 그럼 특수학급보조로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생각해 보지도 않던 특수학급 지원 업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자, 걱정과 격려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학교 재학 시절 특수교육과 관련된 일은 힘들거라고 생각했고, 종종 장애학생들이 이유 없이 때린 다는 소문도 있어 첫 출근하기 전 불안한 마음을 다독거리며 마음을 추스렸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잘해주신다니까’라고 생각하며 출근한 첫날. 특수선생님들께 간단한 교육을 받고 자리에 앉았다. 십여분이나 지났을까 학생들이 한 두명 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며 들어 오는 학생은 어눌한 말투와 고정되지 않은 시선으로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어색했지만 나도 “응, 안녕”하며 미소와 함께 응대해주었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과 나의 만남의 시작이었다.

 첫날의 설렘과 걱정도 잠시, 조금 시간을 보내니 ‘얼른 이렇게 2년을 보내서 전역 해야겠다.’라는 생각만 들고 선생님께서 주신 장애학생 문제행동 관련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학생들을 만나도 형식적이고 사무적으로 일관하게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입을 여셨다. “선생님! 태준이 수업 지원 한번 해볼래요?” 선생님이라는 말에 설레었지만 귀찮은 마음이 더 컸다. ‘난 단순히 활동 보조 업무인데 수업 지원이라니...’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태준이 옆에 앉았다. 태준이는 지적1급 학생으로 한쪽 눈으로 날보고 한쪽 눈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정말 다른데, 무엇을 알려줘야 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고, 눈앞에 퍼즐이 보여 태준이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태준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퍼즐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2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보인 “쿵!쿵!쿵!”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주먹을 내리치기 시작한 태준이. 당황한 나머지 “선생님! 어떻게 해요?”라고 소리쳤다.

 선생님께서는 태준이의 장애상태와 태준이와 잘 지내려면 이해심과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해심과 천천히!를 생각하며 태준이에게 다시 다가갔다. 애써 노력하려고 상냥한 목소리로 “이렇게 하나 하나 맞추는거야.”라며 알려주려는데 갑자기 손을 입에 넣더니 나에게 침을 던지며 팔을 잡고 할퀴었다.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과 불쾌 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애로 인해 문제행동을 한 학생을 혼낼 수는 없었다.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하지 말라고 이야기 했으나 머릿속은 매우 복잡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나거나, 장애학생의 문제행동을 직접적으로 본 적이 없기에 생각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과연 이 일을 2년 동안 잘 할 수 있을까? 지금이 라도 못한다고 이야기할까?라며 잠시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뜻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자의보다는 국가의 부름이라는 타의로 인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었지만, 조금 힘들다고 포기하려는 나의 마음을 생각하니 그건 나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것도 경험이니까 열심히 해서 좋은 경험으로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 내가 먼저 천천히 퍼즐을 맞추고 그 모습을 따라하게 하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반복적으로 퍼즐을 맞추도록 하였다. 태준이에게 퍼즐을 주고 난 뒤 2주 정도 되었을 쯤 ‘내가 전역할 때 쯤이면, 태준이가 퍼즐을 스스로 맞출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업무를 하고 교실로 돌아왔는데, 책상에 앉아 퍼즐을 맞추고 있던 태준이. 나는 놀람을 금치 못하고 “선생님! 태준이 좀 보세요. 퍼즐을 맞췄어요. 태준이가요!”라고 말했다. 선생님도 약간의 놀라시며 흐뭇한 표정으로 웃으셨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두 개도 맞추지 못했었는데 갑자기 맞추다니! 기적과 같은 순간에 놀람과 흥분은 가라앉지 않고 입으로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말만 맴돌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선생님께서는 나와 태준이가 노력한 결과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장애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선생님께서는 “젊은 나이에 2년이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장애학생들을 지원하면서 사회에 있을 때와는 달리 해보지 못한 경험도 해보고 자기계발도 하면서 전역하면 좋겠어요. 다른 사회복무요원들도 2년이라는 시간을 장애학생 활동 지원도 하고 꾸준히 자기계발시간을 가지면서 향후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었고, 진로를 장애인 지원과 관련한 직업으로 바꾸어 취업한 경우도 있었어요.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지냈으면 해요. 나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줄게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처음 적응하기 힘든 나의 마음을 단비처럼 적셔주신 선생님의 말씀이 참 감사하고,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장애학생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라는 생각에 첫날 선생님께 받았던 책을 다시 열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그 책은 2주 동안 태준이와 지내면서 접했던 문제 행동들에 대한 설명과 대처 방안이 제시되어 있었다. 태준이가 그런 행동을 보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단순히 그런 행동들이 나에 대한 감정 표현인줄로만 생각했는데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서 그랬던 것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태준이의 상황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감정이 앞섰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책을 좀 더 읽었으면 태준이의 마음을 더 빨리 알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책을 읽으며 궁금한 점은 선생님께 물어보기도 하고 선생님과 함께 태준이를 지원하니 태준이의 수업 태도가 향상되었음을 눈에 띄게 알 수 있었다.

 한 학기가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학기부터는 수영수업이 개설되어 장애학생들의 수영수업도 지원하게 되었다. ‘수영장’이라는 색다른 장소와 수영에는 젬병인 내가 수영수업을 지원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 걱정 속에서 시작된 수영 수업. 내 생각과는 달리 학생 중에는 수영을 나보다 잘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처음인 학생도 있었다. 처음 수영수업을 받는 진호는 물이 무섭다며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완강한 거부로 물에 발도 담그지 못하는 진호. 그런 진호의 손을 잡고 무섭지 않다고 달래주며 천천히 들어가보자고 설득했더니 한 시간쯤 지난 후에 물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진호 용감한데? 봐봐 용기내면 할 수 있잖아. 잘 했어! 물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수영은 성공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수영전담 강사님께서 물속에 들어온 진호의 손을 잡고 물속에서 걷는 활동부터 시작하여 물과 친해지기 위한 활동을 지원해 달라고 하셨다. 강사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진호와 함께 물과 친해지기 위해 물속에서 걷기, 물장난 치기, 헬퍼를 허리에 두르고 물 속에서 점프하기 등의 활동을 하면서 놀았다. 그렇게 진호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조차도 물이 무섭고 수영이 겁이 났었는데 물속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다. 진호도 물과 친해지고, 킥판을 잡고 발장구를 치거나 헬퍼를 하고 발장구 치는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나 또한 진호가 수영을 배우는 것을 지원하고 보면서 어깨너머로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수영연습을 했다.

 진호가 물속에서 즐겁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나 또한 수영실력이 조금씩 향상되어가고 있음을 느끼자 수영수업이 너무 즐거웠다. 내가 좀 더 잘해야 진호에게도 수영하는 방법을 쉽게 알려주고 지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수영수업에 참여한 지 두어 달 된 지금, 소위 맥주병이었던 내가 자유형과 배영, 접영이라는 영법을 익혔고 요즘은 진호에게 자유형 팔돌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와 진호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진호는 신체적으로 근육이 굳은 상태의 몸이었기 때문에 수영을 배우는 데 있어 매우 어려운 학생이었다. 그런 학생이 점차 연습과 반복을 통해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주었던 것이다.

 덕산중학교 장애학생활동 지원으로 근무한 지 약 10개월. 위의 일뿐만 아니라 특수학급에서는 장애학생들을 위해 교과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활동이 실시되고 있다. 장애학생들의 진로직업 준비를 위한 제과제빵, 바리스타, 도예교육, 사회적응훈련을 위한 현장체험학습, 학생의 특기와 적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동아리활동까지. 이 많은 활동을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의심으로 시작한 장애학생활동지원 사회복무활동. 9개월이 지난 지금 그 의문과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장애학생들을 만나기 전 가지고 있었던 ‘장애’에 대한 선입견들이 탈바꿈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내 눈빛과 태도로 인해 학생들이 받게 되는 상처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약 1년 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며, 복무기간만 채우기에 급급했던 내 모습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젠 약 1년 2개월 정도 남은 복무기간이 벌써부터 아쉽다. 그리고 내가 도움을 준 것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준 우리 아이들에게 고맙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멘토로 지지해주시고 도와주신 특수학급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konas)

강현구(경기도 부천교육지원청)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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