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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사회복무요원 체험 수기①] 이겨내는 법

Written by. 김승기   입력 : 2017-09-14 오전 9: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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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7 사회복무요원 체험 수기」 최우수 당선작임. (편집자 주)
 
 저는 일산소방서 119 구조대에서 구급차를 타며 구급 보조로 근무를 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입니다. 구급차를 타고 여러 출동을 다니면서 많은 응급환자들을 직접 보곤 하는데 때로는 정말 끔찍한 사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를 볼 때면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조금이라도 잔인한 영화도 못 보는 피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왜 소방서에 지원을 했느냐. 저에겐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힘든 20살, 생명의 은인에게 빚을 지다

 모든 청소년들이 기다려왔던 20살. 2015년 설레었던 20살의 시작은 저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1월 1일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사촌 형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같은 해 여름, 아버지는 사고로 넘어지며 많은 출혈과 함께 한쪽 눈 시력을 잃으셨습니다. 가족 모두가 힘들었고 저는 살면서 평생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눈물을 그 해 여름 매일매일 보며 지냈습니다. 자칫하면 출혈 때문에 아버지의 생명도 위태로웠던 순간 119 구급차가 출동하지 않았더라면 전 아버지의 얼굴을 영영 보지 못 할 뻔했습니다. 신고해주신 시민 분에게 감사하고 출동해서 신속한 응급처치 후 병원에 이송해줬던 119 구급대원들에게 무척 감사했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할 무렵, 저는 복무하게 될 근무지를 선택하는 시간이 다가왔고 많은 근무지들 중에서 제 눈에 띄는 건 ‘119 일산 소방서’ 이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가 119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내 아버지를 도와줬던 119구급 대원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의 생명의 은인들을 도우면서 일하고 싶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119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구급대원들과 함께 구급차를 타면서 현장 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피 공포증이 있는 저에게는 두려웠지만 살면서 한 번뿐인 병역의무를 하면서 피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지원을 했고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공포증을 이겨내다

 훈련소를 거치고 일산소방서 119 구조대에 배치되어 처음 온 날, 상상 속의 무서운 소방관들은 없었고 가족처럼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피 공포증이 있다는 제 이력사항을 아시고 구급차를 타지 않고 행정업무를 하라는 배려가 고마워서 1개월 가까이 구급출동에 투입되지 않았지만 얼마 안가 구급출동을 나가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투입시켜 주셨습니다. 저의 첫 출동은 쇠약해져서 거동이 불가능한 할아버지를 병원 응급실에 이송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 갔을 때 이런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정성스럽게 구급대원들의 지도 아래 병원에 이송을 마쳤습니다. 걱정과는 다르게 구급출동은 피 튀기는 현장 활동의 연속이 아니라 허리 통증, 탈진으로 인한 거동 불가 같은 출동이 많았기에 안심했던 저였지만 승강기 사고로 다리가 절단된 환자부터 목을 줄에 매달아서 자살한 사망자 등 힘든 출동을 갈 때면 무섭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출동을 마치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 가족이 피를 흘리고 쓰러질 때 지금 난 뭘 할 수 있지?’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 소방직원들은 구급차를 타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지만 저는 이겨내고 싶은 마음에 정중하게 거절하고 스스로 인터넷에 있는 잔인한 현장 활동사진들을 찾아보면서 구급대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단련했습니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피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지게 되었고 구급 출동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구급 대원들도 대견하다며 칭찬해주셨고 덕분에 전 자신감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구급 보조 역할을 해냈고 이제는 구급대원들이 “승기야 이제 네가 없으면 힘들구나” 라고 말할 정도로 일에 능숙해졌습니다.

도시의 영웅들과 함께

 일산 소방서 119 구조대는 제 생각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구급차는 응급환자들을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합니다. 그리고 자살, 타살 등 사망자들의 사망 확인을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화재 현장에도 출동해서 화재로 인한 환자들을 병원에 이송합니다.

 구급차 이외에도 흔히 우리가 소방차라고 알고 있는 구조 공작차는 구조대의 이름에 걸맞게 산악구조, 감금된 문을 개방하기도 하고 자살 시도자 구조, 여름철 벌집과 겨울의 고드름 제거, 동물 구조, 수상구조, 실종자 수색, 물론 화재현장에서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누구보다 먼저 불길로 용감하게 들어가서 시민들을 구조합니다. 구조대 이분들이 없다면 일산이라는 도시는 과연 안전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해냅니다. 또 이분들과 한 지붕 아래서 일을 한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은인은 가까이 있었다

 정신없이 배우고 근무한 결과 어느덧 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소방서 생활이 몸에 익숙해졌을 무렵 저는 당시 저의 아버지를 이송해주셨던 구급대원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당연히 사건 장소에 가까운 구급대가 출동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우연의 일치로 저와 함께 구급출동을 나가면서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신 119 일산소방서 구조대 직원과 저의 선임이었던 다른 사회복무요원이었습니다.

 모든 구급활동 기록이 적혀있는 구급 일지들을 뒤지며 아버지가 다치셨던 당일 구급일지를 발견했던 저는 환자면 옆에 있는 아버지의 이름과 출동대원 옆에 있는 직원 이름을 보고는 차고 뒤편에서 몰래 눈물을 흘렸습니다. 9개월 동안 찾아다녔던 사람이 바로 나와 함께 지냈고 나와 함께 응급환자들을 도왔다는 걸 생각했던 저는 미묘한 감정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친누나에게 전화로 사실을 알리면서 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누군가의 은인이 된다는 것

20살 시절 저의 아버지와 비슷하게 사고로 다치신 환자의 자녀를 구급 현장에서 볼 때마다 당시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 자녀들도 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니 자부심이 생기곤 합니다. 무척 힘든 출동 후에도 환자분들과 그 환자의 보호자분들의 진심 어린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 면 보람을 느끼고 힘든 몸도 다시 힘이 나게 됩니다.

 복무한지 현재 13개월이 지나는 지금 저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의 은인들 중 한 명이 되었고 수많은 감사의 표현을 받았습니다. 누군가의 은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 그때 저를 기억하며 고마운 분들이라고 다른 이들에게 얘기할 것이며 누군가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은인인 저를 찾아서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정식 구급대원은 아니지만 구급대원만큼의 보람을 느끼면서 산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서 2년간 복무할 근무지를 선택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당당하게 소방서에서 근무할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겨내는 법

 20대 청춘, 대부분의 현역 군 복무자들과 사회복무요원들이 억지로 2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을 반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듯이 2년 동안 원하던 원치 않던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서 복무를 하게 되는 거라면 짧지 않은 2년이란 시간 속에서 저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얻어 가는 것이 있으면 합니다.

 2년 동안 저는 119 구조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공포증을 이겨내고 응급처치에 대한 지식들과 더불어 많은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합니다. 피를 못 보던 소년에서 구급현장에서 구급대원을 보조해 응급환자를 살리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2년 동안 복무한다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주위에 응급환자가 생긴다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심폐소생술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남은 복무기간동안 지금의 저도 감당하기 힘든 출동이 분명 저를 기다릴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구급 출동 벨이 울리면 구급차에 뛰어 오를 자신이 있습니다. 많은 복무자들이 저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지식을 얻고 그에 따른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현재 복무 중인, 복무 예정 중인 사회복무요원들이 이 글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konas)

김승기 / 경기도 일산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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