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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㉗ <입선> 선의 의미

선(線:줄) - 선(善:착할) - 선(先:먼저) - 선(禪:선)
Written by. 이성수   입력 : 2018-10-16 오후 4: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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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학교인 서광학교는 신체, 지능에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특수교육을 하는 학교로써, 교과 학습뿐만 아니라 기능적 교육을 통해 일상생활의 자립과 한 인격체로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線:줄) - 학생과 나 사이에 선을 그어 경계하다.

"이제부터 우리 반을 도와주실 이성수 선생님이에요.ˮ주로 지원을 들어갈 반의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선생이라는 단어에 머쓱한 기분이 들기도 전, ○○라는 이름의 남학생이 물었다. "󰋪󰋪형은 어디 있어요? 그 형이 더 좋은데ˮ 구겨지는 인상을 숨기려 더 활짝 웃어야 했다. 한 학기 동안 잘 지내보자는 나의 말에 ○○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나 또한 질 수 없단 듯이 다른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반년 동안 쉬지 않고 부딪혔던 ○○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줄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은 많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교실 외의 공간으로 이동시 선생님을 도와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 그리고 원활한 수업을 위해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수업을 듣기 싫어했던 ○○이는 온갖 핑계를 대며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는데,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따끔하게 혼을 내시며 ○○이를 막고는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이는 내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 말고도 4명의 아이가 교실에 있기에 따라나설 수 없었다. 막무가내로 나가려는 ○○이를 말릴 수 없어 일단 교실 문 앞을 몸으로 가로막았다. 버티던 와중, 사물함 위에 있던 휴지 곽이 내 얼굴 쪽으로 날아왔다. ○○이는 여러 물건, 심지어 의자까지도 던지기를 서슴지 않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교실로 뛰어 들어오셨다.

 "형이 절 때렸어요.ˮ ○○이가 선생님을 보자마자 한 첫마디였다. 선생님께서는 교실 밖으로 나를 불러내 자초지종을 물었다. 차근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격앙된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선생님께서는 일단 사회복무요원실에 돌아가 있으라 하셨다. CCTV도 없고, 지나다니던 사람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증거 없는 호소뿐이었다. 일이 더 커질 것만 같은 불안감에 일과 내내 업무지원에 집중할 수 없었다. "죄송해요. 형.ˮ선생님께서는 시간이 지나 ○○이의 마음이 추슬러질 때 즈음, 조심스럽게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하셨다.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별일 없이 상황이 정리되어 기뻤다. 하지만 그의 사과가 개운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가 만만해 보여서 그가 그러한 행동을 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원하는 데에 있어 선을 긋는 것의 필요성을 느꼈다.

 다음 날, 수업에서는 아무 일 없단 듯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인사를 등지고, 곧바로 다른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용변 지원을 갈 때면 항상 따라오던 ○○이를 떼어냈고, 그가 질문하면 말투에 시큰둥함이 묻어나게 답했다. ○○이와의 사건 이후로 선생님께서는 내가 ○○이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선생님께서는 무리하게 ○○이를 맡아 부딪히는 일이 없게 주로 ◇◇라는 여학생의 이동지원을 부탁하셨다.

선(善:착할) - 아이들에게 선한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다.

 말로 의사를 표출할 수 없는 장애인의 욕구는 참을 수 없이 커져 남의 몸을 상하게 하거나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한다. ◇◇는 자신의 손을 물며 자신의 욕구를 표현한다. 손등은 물지 않아도 부어있었고, 침이 묻어있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의 이동지원을 하면서 복무하고 있는 나의 태도에 큰 반성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특수학교에 배정받으며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것은 침 냄새였다. 침 냄새는 양치나 청결에 신경 쓴다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학생들의 손보다 손목이나 팔을 잡고 이동지원을 인솔했다. 손에 있는 물기가 침인지 땀인지 냄새를 맡지 않고는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침 냄새 하나의 이유만은 아니었다. 손보다는 손목이 힘을 주기에 편해서 도망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 대다수가 손목을 잡는 것을 답답해했다.

 ◇◇는 손목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떼어내려고 힘을 쓰다 안 되자,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을 물어버렸다. ◇◇가 제 손을 답답하게 여긴 것 같다고,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선생님께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자신에게 미안해할 게 아니라고 하셨다. "특수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 남는 건 부모님뿐이에요. 당장 밖에 나가더라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죠? 근데,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감정이 어떤지 아이들은 정확히 알고 있어요. 타인이 무조건 차갑지는 않다는 것을 학교 안에서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성수씨가 더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어요.ˮ 나조차도 불편한 시선을 받으면 만나는 내내 신경 쓰이는데, 온종일 그러한 시선을 받았던 아이들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알고 있었지만 부정해왔던 것 같다. 냄새로 인한 애로사항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취했던 실용적 태도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쉬는 시간에 교실로 올라왔다. ○○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슬쩍 옆자리에 앉았다. ○○이는 형이 너무 바쁜 바람에 심심했다고 내게 말했다. 그동안 ○○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며 내가 널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날 대하는 모습에 아이들을 돌보는 입장이지만 어리게 행동했고 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손을 잡는 것으로 교감을 시작해 지금은 ◇◇가 내게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의 기호가 무엇인지 문제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생긴 요령은 교과지원이나 인솔을 더 능률적이게 만들어 주었다. 학생과 인솔자란 관계를 벗어나 얻은 교감은 직무로 매어있던 따분한 시간 대신에 친구와 함께하는 기분 좋은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동정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다가가기보다는, 인격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면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긍정적이게 변화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先:먼저) - 교육에 관한 우선순위를 고민하다.

 깨달음과 반성을 거쳐 나름 스스로 아이들을 잘 보고 있다 여기고 있었다. 우유팩이나 간식을 대신 열어준다거나, 흘린 것을 대신 주워주는 등 적극적으로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고 했다. 그러나 나의 사소한 행동이 학생에게는 큰 도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 도움이 학생들의 도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일이 있었다. 일반학교 학생들이 중간, 기말고사를 통하여 그동안의 성취를 가늠할 수 있듯이, 특수학교에는 학생들의 생활능력을 가늠하는 기능 시험이 있다. 기능 시험의 과목에는 스스로 손톱을 깎을 수 있는지, 양말을 갤 수 있는지 머리를 감을 수 있는지 등이 있다. 일반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하다 여길만한 것들이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동안은 사소한 도움을 주는 것이 능률적인 시간 사용에 도움을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소한 기능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교할 시간이 되어 △△이라는 학생의 인솔을 맡았다. △△은 당연하다는 듯이 매고 있던 가방을 내게 들어달라며 건넸다. 셔틀버스에 타는 시간이 좀 늦더라도 스스로 가방을 가져가게끔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 내가 가방을 받아주지 않자 바닥에 가방을 떨어뜨렸다. 버스 앞에 도착하기까지 한참이나 가방을 주워야 했다. 한동안 △△의 하교에 걸리는 시간은 평소 시간의 두 배가 걸렸다. 기능 시험이 학생의 잠재 능력까지 표현해주지는 못한다. 분명 노력하면 발전할 아이들이 많지만 선생님의 수는 적고, 시간은 한정적이다.

 내가 비록 선생님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자립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무리 자그마한 일이라도 학생이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지켜보았다. 싫다고 떼를 쓰기도 하고, 화를 내는 학생도 있었지만 방관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단호하게 행동해야 했다.

 아이들과 서광학교 뒷산으로 등산을 간 적이 있었다.(등산은 남의 손을 잡고 가더라도 주체적으로 힘을 주어 올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학생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는 내리막길을 무서워했는데, 공포를 참고 내려가 보지만 이내 멈춰 울음을 터뜨렸다. 평소에 누구보다 밝고 장난기가 많은 ▽▽라 두려워하는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가 용기를 가지고 내려갈 수 있도록 양손을 꼭 잡았다. 좋아하는 동요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같이 노래를 부르며 산을 내려갔다. "▽▽야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내려가니 하나도 안 무섭지ˮ▽▽는 쾌활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산을 넘어 목표한 공원에 도착하고, 학교에 돌아갈 때에는 기분 탓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올 때보다 수월하게 산을 내려갔던 것 같다.

선(禪:선) - 선들을 한곳에 모아 미래를 바라보다.

 복무하면서 많은 심적 변화가 있었다. ○○이와 선을 긋고 지내기도 했었고, 무작정 선한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먼저 노력하자는 취지의 먼저 선이라는 한자를 마음에 품고 복무하고 있다. 선의 의미가 변화했다고 해서 꼭 발전이라고 하거나,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와중에도 내가 오만하지 않았는지, 옳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이기적인 욕심이 아니었는지 끊임없이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

 복무 초에는 2년이 아깝다거나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해 버릇했다. 내 힘듦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에 더 비관적인 태도로 대화했던 것 같다. 못 이겨 출근하는 내 모습에 보람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지금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아이들의 행동이 얼마나 귀여운지, 아이들이 평소에 어땠는데, 지금은 어떻게 나아졌는지 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적이다. 학생들을 돕는 것에 대한 보람과 희열, 그리고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내 모습을 보며 2년을 투자해도 전혀 아까울 것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은 복무기간 동안 올바른 선을 바탕으로 올바른 사회복무요원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이란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행동함과 동시에, 교육을 넘어 학생들을 이끌 수 있는 사회복무요원 스승님이 되어 줄 것이다.(konas)

서광학교 이성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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