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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⑲ <입선> 쓸모없지 않습니다

"소중한 20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며 더 나은 사람으로 도약"
Written by. 김성현   입력 : 2018-10-16 오전 9: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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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의 길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4대 의무가 있습니다.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가 이에 해당하는데 그 중에서도 국방의 의무에 속하는 병역의 의무는 특히 10~20대 남자들에게 큰 관심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겐 두려움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술안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환점으로 떠오르는 신기한 단어입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한 손을 들고 좌우를 살피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 시절,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히 이 단어를 듣거나 군인 아저씨들을 볼 때마다 친구들과 "우리가 크면 통일이 될 거니까 군대 갈 필요 없겠지ˮ라며 먼 후일을 상상하고 웃고 떠들었던 그 시절이 밑거름이 되어 어느덧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말씀이 아닌 내 의지로 행동을 하며 내가 내 삶의 주체로서 성장하게 되었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늘어난 만큼 지켜야 할 의무와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날의 상상과는 달리 결국 군대'라는 단어도 지켜야 할 의무로 천천히 묵직하게 다가왔고 친구 2명과 함께 날짜를 정해 함께 병역판정검사를 받았습니다.

 병무청에는 병역판정검사를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검사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올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돌아갈 때에는 등급판정 결과를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친구들과 저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친구들에겐 1급이 저에겐 4급이 주어졌을 뿐이었습니다.

 친구들은 1급이 적힌 종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며 제게 부럽다고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친구들의 말대로 다행인건가 하는 생각과 동시에 현역으로 훈련받기에 부적합할 정도로 내 몸 상태가 건강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인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사회복무요원'이라는 단어 대신 바뀌기 전 명칭인 공익근무요원'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사람들은 사회복무요원은 매일매일 휴대폰이나 만진다. 정말 하는 것 없고 군 생활 날로 먹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사회복무요원에 대해 모르던 저 또한 비슷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이미지가 조금 안 좋으면 어떠냐며 군복무를 쉽게 해결하게 되었으니 잘 된 것이라고 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로 저울질을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훈련소에 입소하며 복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겨울

 저의 첫 근무지는 같은 아파트 옆 동의 1층에 있는 천사나래노인공동생활가정(이하 천사나래)'이라는 긴 이름의 노인생활시설이었습니다. 첫 근무지라는 말에서 눈치를 채셨을 지도 모르지만 저의 현재 근무지는 이곳과 다른 곳입니다. 비록 긴 기간 동안 있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곳이라고 생각하여 현재 근무지에 앞서 첫 근무지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12월 본인선택으로 근무지를 선택할 때, 작년탈락자 우선순위, 나이 우선에 그 이외의 나머지는 랜덤이라고 하여 첫 지원으로는 사실상 가기가 힘들다는 말이 많이 나올 때였습니다. 어디든 일단은 넣어보자 하고 근무지 목록을 훑어보다가 주소가 저희 집 주소와 도로명 주소가 일치하는 곳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경로당 이름인가 싶어서 잘 알아보지도 않고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그 곳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한 번에 붙어버렸고 그렇게 확정되었습니다. 근무 첫 날, 한 달간의 훈련을 끝내고 이제 힘든 것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사회복무요원이 힘들어봐야 얼마나 힘들까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천사나래로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던 곳이 아닌 아파트 1층에 있는 일반 가정집처럼 생긴 곳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 아파트 1층에는 아동시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근무하니 이러한 시설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주변에도 생각보다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사나래에 들어가서 본 첫 인상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상상하던 요양시설과는 다른 모습이었고 제가 보며 자란 저희 할머니, 외할머니와는 어딘가 다른 어르신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출입문은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르신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잠금이 되어 있었고, 어르신 두 분은 문 앞에서 앉은 채로 손으로 바닥을 끌며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안 쪽 방에 계신 어르신들도 소개시켜 주셨는데 처음 보게 된 아파서 미동도 없이 누워계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겁이 났고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따듯한 봄인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비교되게 이 안은 아직 차디 찬 겨울이었습니다. 총 9명의 어르신들이 있었는데 모두 어딘가 아픈 것 같아 보였고 활기라곤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겨우 사회복무요원인 저는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2년을 보내야 할지 생각할 수 없어 너무 막막했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기계처럼 담당 선생님이 제게 부탁하신 아침 청소 도와주는 것, 점심에 휠체어 끌어주는 것, 매주 짜여 있는 프로그램에 맞춰 도와주는 것만 매일매일 그곳의 어르신들과 비슷하게 반복하며 생활하였고 그 영향인지 저 또한 점차 무기력하게 바뀌어 갔습니다. 그렇게 제 무기력한 모습은 집에 가서도 유지되었고 살면서 처음 보이는 그런 제 모습에 부모님까지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밖에서 일 하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드셨을 텐데 집에 와서는 제 걱정을 하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편히 있을 수 있어야 할 집이라는 공간까지 겨울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저는 많은 고민을 하였고 결국 제가 봄이 되어보자고 결심하였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의 봄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공익근무요원'에 대해 알아보던 중 굳이 왜 사회복무요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하며 제가 알아낸 것은 관심을 가지지 않아 몰랐을 뿐이지 노인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 노인 시설은 물론 노인 말고도 아동, 장애인 등 복지 시설이 굉장히 많이 있고 앞으로도 늘어갈 것이며 이에 따라 복지시설은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도움을 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복지는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하지만 주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관심을 가지고 복지 분야를 목표로 하는 젊은 친구들은 비교적 소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많은 시설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복지시설에 젊은 층의 도움을 주기 위해 사회복무요원'이라는 명칭에 의미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인 제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건강이 안 좋으신 어르신들의 생명과 연결되었기 때문에 보호사 선생님들이 하시는 업무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 대신에 저는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어르신들이 하시는 것을 함께 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프로그램 중 넓은 상에 노란 콩, 붉은 콩, 검은 콩을 다 쏟아서 섞은 뒤 종류에 맞게 분류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보통 어르신 3~4명이 둘러 앉아 하시는데 그 사이에 제가 껴서 같이 해보았습니다. 별 기대 없이 했던 제 생각과는 다르게 어르신 한 분이 "너도 같이 하는 거야? 허허ˮ하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어르신들의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고 한 분이 웃으시니 다른 어르신들도 같이 웃으시며 웃음이 번져나갔습니다. 그 일을 시작으로 매일매일 아이클레이, 고리 던지기, 색칠 공부, 미니 볼링 등을 같이 하며 웃음꽃을 채워나갔습니다. 어르신만을 찍던 사진에는 제가 함께 하게 되었고, 벽면 한 구석은 제가 그린 그림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르신들 중에서는 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퍼즐을 권하며 함께 맞추자고 하시던 ○○어르신, 제일 잘 그려진 그림이라며 저에게 선물하신 ○○어르신이 거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사회복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을 즈음 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 후 머지않아 근무지 사정으로 그곳을 떠나게 되었고, 어르신들과 힘들게 가까워진 만큼 아쉬움이 컸지만 어르신들에게도 제게도 좋은 경험이 됐으리라고 생각했고 또 다른 곳에도 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힘차게 한걸음 나아갔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이기에

 현재 저의 근무지는 속초시니어클럽입니다. 이름의 시니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곳 또한 노인과 관련된 기관입니다. 다만 첫 근무지와 차이점이 있다면 시니어클럽은 특이하게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관리하는 기관이었고, 일자리 기관이다 보니 주로 방문하시는 어르신들의 연령층이 낮아서 젊으신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처음 근무지에서는 평균연령이 무려 90세에 가까웠고 70세 어르신은 우스갯소리로 아가(아기)'라고 불리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이곳에서도 똑같이 어르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르신'이라는 호칭도 사용하지만 어머님'이나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의 선생님들은 저의 부모님 세대이지만 어르신들은 선생님들의 부모님세대와 비슷하고 아닌 분들도 계시겠지만 거의 다 누군가의 아버지나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을 모두 누군가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니 더 소중하게 대하게 되는 것 같아 저에게는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에는 저 말고도 사회복무요원이 한 명 더 있는데, 신기하게도 훈련소 동기인 형과 같은 근무지에서 근무를 합니다.

 제가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곳에서 근무해 왔던 형은 제게 시니어클럽에 관한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고 같은 사회복무요원이라는 것 하나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니어클럽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나누어 주고, 그 일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사업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관련 일을 하시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저의 업무는 주로 선생님들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시니어클럽은 관리하는 어르신들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하게 되는 일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선생님들도 함께 바빠지시곤 합니다. 바빠지는 기간이 되면 사회복무요원인 저희들도 쉴 새 없이 바빠지지만 "정말 수고했어ˮ또는 "도와줘서 고마워ˮ라는 선생님들의 따듯한 말 한마디가 제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이곳에 있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본 것도,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 행사, 일일 찻집, 단체 김장 등 여러 일을 해보는 것도, 선생님들이 먼저 경험하시고 저에게 해주시는 아낌없는 조언을 듣는 것도 모두 사회복무요원이기에 가능했고, 저를 성장하게 했습니다.

쓸모없지 않습니다.

 군인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이라는 대다수와 다른 방식으로 복무하게 되어 결코 짧지 않을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얻어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고 소중한 20대를 그리는 스케치북이 2년이나 찢겨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내린 답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입니다. 스케치북에 자신의 모습이 원치 않는 모습으로 기록되었을 때 그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 찢어서 버리겠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그린 과정을 추억이라고 생각하여 소중히 간직할 것입니다. 저는 복무하는 동안 사회복무요원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고 내일의 저를 오늘의 저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방황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간 낭비가 아니라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쓸모없지 않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인 저는 서툴지만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를 그려 나갑니다.(konas)

속초시니어클럽 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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