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은 ‘UN 평화유지군의 날(UN Peacekeeper's Day)’이다. 이 날은 세계평화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평화유지 요원들을 기념함과 동시에,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UN 평화유지활동(PKO)에 전념하고 있는 요원들의 현신과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UN에서 제정했다. UN평화유지군은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UN이 파견하는 다국적군대로, 'UN군'이라고도 하며, PKO(평화유지활동)의 하나이다. PKO는 UN이 민간인이나 군사요원으로 활동단을 구성, 무력의 사용 없이 분쟁지역의 평화 유지 또는 회복을 돕기 위해 펼치는 활동을 말한다.

 UN 평화유지군은 1948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 간의 1차 중동전쟁 후 휴전협정 이행ㆍ감시를 위해 결성한 UN 예루살렘 정전감시단이 시작이 됐다. 분쟁 당사국들이 원할 때 UN 안전보장이사회와 UN 총회의 의결을 거쳐 파견되며, 각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파병한다. 푸른색의 헬멧이 특징이기에 ‘블루 헬멧’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UN 가입후 1993년 소말리아에 상록수부대 공병건설단 252명을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동티모르, 앙골라 등에 평화유지군으로 참여했으며, 2000년 'UN 평화유지군(UN PKF)'으로 전환되어 임무를 수행 중이다. 현재는 레바논의 동명부대와 남수단의 한빛부대가 UN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되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7년 7월 파병된 동명부대는 베트남 파병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파병된 전투부대로, 레바논 주민들에게는 '신이 내린 선물'로, UNIFIL(레바논 평화유지군)로부터는 'UN 평화유지군의 롤 모델'로 불리며 우리군 파병 역사상 최장기 UN PKO 파병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신이 내린 축복’이란 명예로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한빛부대는 남수단의 자발적인 재건활동 참여를 위해 2013년 3월 파병되어 현지 주민들로부터 ‘코리아 넘버원’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UN 평화유지활동 참여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UN이 처음 평화유지군을 결성해 파견한 사례가 바로 6.25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국 등 16개국은 전투병력을, 덴마크 등 6개국은 의료지원을 위해 195만 7,733명의 용사들이 이름조차 생소한 ‘한국’이란 나라에 파병됐다. 구호물자를 보낸 나라까지 포함하면 63개국이 한국을 지원해, 연합군으로 참전한 최다 국가 수로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올랐다. 참전자 중 3만 7,902명이 전사하고, 10만 3,460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산의 유엔국립묘지에는 11개국 2300여 명의 한국전 전사자가 잠들어 있다. 우리나라의 UN 평화유지활동 참여는 전후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전세계 유일의 모범사례로 세계 곳곳에 희망을 주고 있다.

 2010년 당시 워싱턴타임스 한국 특파원이었던 앤드루 새먼 기자가 쓴 「마지막 한 발」이란 책은 1951년 4월 임진강 설마리전투에서 중공군 63군 예하 3개사단과 싸운 영국군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는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한쪽 다리와 한쪽 눈을 잃고, 북한의 악명 높은 포로수용소에서 처참한 2년을 보낸 샘 머서(당시 22세, 사병으로 참전)가 의족과 의안에 의지한 채 한국을 다시 방문해 당시의 격전지를 둘러보면서 “한 순간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오”라며 한국이 이룬 번영에 감동하는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당시 임진강 하류를 방어하던 영국군 29보병여단 글로스터대대 770여 명은 4만여 명의 중공군에 나흘간 맞서 싸워 중공군의 서울 점령 시도를 좌절시켰으나 탈출한 대대원은 49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660여 명의 장병은 전사·실종하고 포로가 돼 사실상 글로스터 대대는 전멸했다. 그럼에도 한국을 재방문한 영국군 참전용사들은 “한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더군요. 그런 말을 해 주는 사람들이, 영국군이 싸운 그 어떤 나라보다 많았습니다”라며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 준 건 오늘날의 한국의 번영”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보훈처가 매년 시행하는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는 대부분 80대 후반의 참전용사들이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고서도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찾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젊음과 희생이 일구어낸 한국의 오늘을 확인하고는 주름 가득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보인다. 얼굴도 모르는 나라의 국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발전했다.

 올해 정부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아 고령의 6.25 참전 해외용사들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마스크 지원에 나섰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22개 참전국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다, 평균 88세로 고령인 한국군 참전용사들을 위해 지난 11일 미국에 마스크 200만장을 지원했고, 나머지 21개국에도 참전인원과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등을 고려해 배분하기로 했다.

 향군도 6.25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자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 있는 한국전참전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 건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추모의 벽’은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미군 3만 6천명과 배속되어 함께 싸우다 전사한 카투사 8천 명 등, 약 4만 4천여 명의 이름을 새겨 넣는 사업이다. 향군은 ‘추모의 벽 건립 성금 모으기 범국민운동’을 추진해 모금한 6억 3천만원을 한국전참전용사 추모재단에 전달했다. 모금에는 89개 단체와 22개 기업, 2만 8,577명이 참여했다.

 이제 지구상의 평화는 어느 한 국가만의 책임이 아닌 공통의 의무가 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120개 나라의 12만여 명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헌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우리나라의 UN 평화유지활동도 후일 어느 나라가 새로운 기적을 이뤄 제2의 대한민국이 되는 작은 씨앗이 되지 않을까?(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