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은 1945년 일본으로부터 광복(光復)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우리 민족은 1910년 8월 29일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주권을 잃은지 35년만인 1945년 8월 15일 일제 식민지로부터 벗어나 해방을 맞이했다. 일본의 국권 침탈은 조선이 당시 국제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대내외 위기 상황에서 국론을 합의하지 못한 채 강제로 문호를 개방한 이후, 우리 민족 스스로 국가운영과 발전방향의 힘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제 치하에서 창씨개명과 문화말살, 강제징용, 한국어 사용 금지 등 억압과 학대를 겪어야 했던 우리 국민들은 광복이 되자 전국 각지에서 계층, 빈부, 지역을 넘어 얼싸안고 거리에서 춤을 추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몸 불태워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 가신 호국영령들 덕분에 우리 민족은 영광스럽게(光) 국권을 되찾았다(復). 역사적인 대한민국의 첫 지하철인 서울 지하철 1호선(종로선) 개통식을 1974년 8월 15일 한 것도 이 날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날인지를 말해 준다.

 광복절 제정 당시 이 날은 일제(日帝)로부터 해방을 맞은 1945년 8월15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건국된 1948년 8월15일을 기리는 날이었다. 당시 정부는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 날을 ‘독립기념일’이라 일컫고 제1회 독립기념일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그리고 1949년에는 ‘독립 1주년’이라는 말을, 1950년 8월15일에는 ‘제2회 광복절’, 그 다음 해에는 ‘제3회 광복절’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였다. ‘광복절’이란 용어는 1949년 6월 정부가 ‘국경일 제정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하고(당시 4대 국경일은 삼일절·헌법공포기념일·독립기념일·개천절이었다.) 9월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때 삼일절이나 개천절처럼 독립기념일도 ‘○○절’이라는 이름으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나와 ‘광복절’로 이름이 바뀌었고, 헌법공포기념일도 이때 ‘제헌절’로 바뀌었다.

 지구상에는 한때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지만 지금은 사라진 제국이나 문명이 많다.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이었던 잉카제국, 사회와 경제 제도·천문학·수학·조각·의학 그리고 예술적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라틴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야제국, 한때 인도차이나 반도를 호령했던 크메르 제국, 세계 최초로 철제 무기를 가지고 오리엔트 세계를 호령했던 히타이트 제국, 지중해 각 지역과의 교류에 지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키프로스 섬의 미케네 문명, 세계 4대문명의 하나였던 이집트 문명 등은 지금 박물관이나 유적으로만 찾아볼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이란 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선생의 소원대로 지금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지와 6·25전쟁의 참극을 이겨내고 짧은 기간에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우뚝 섰고, K-문화의 힘이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富力이 강해졌으니 지하의 독립 투사들이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그러나 현대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사회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국익을 지키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과도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 강제징용피해자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식민지 미청산 문제 외에도 지소미아(한일정보보호협정) 파기 논란, 수출규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 등으로 얼어붙어 있지만, 한국의 안보전략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달 29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유도 100kg급 결승전에서 한국의 조구함 선수가 패한뒤 상대인 일본선수 울프 아론의 손을 들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일관계의 미래도 이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게 한 흐뭇한 순간이었다. 2021년 제76주년 광복절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어록을 되새겨 한국과 일본은 과거를 인정하고 정리하려는 노력과, 미래를 향한 국익의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실용적으로 풀어 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