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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제76주년 유엔의 날을 맞이하며

Written by. konas   입력 : 2021-10-20 오전 9: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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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에 가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유엔본부. 이 건물 입구에는 리볼버 총열 끝부분을 매듭지어 묶어놓은 조형물이 있다. 

 ▲ 유엔본부 앞에 있는 Carl Fredrik Reutersward 作, Non Violence. ⓒkonas.net


 누가 보더라도 평화를 기원하는 것임을 그 자리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한다는 유엔의 설립목적을 잘 드러내고 있는 이 설치물은 룩셈부르크에서 기증한 것으로 뒷면에는 작품의 주제인 ‘Non Violence(비폭력)’라는 말과 작가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조형물이 웅변하는 것처럼 유엔은 국제분쟁, 평화유지활동, 북한 핵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제적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해 등장한 범세계적인 국제기구 유엔은 한국의 정부수립, 6.25전쟁 등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 우리나라와도 긴밀한 관계 속에 있다. 10월 24일은 유엔의 창설기념일이다. 세계평화를 선도하고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기구인 유엔의 의미와 역할을 살펴보며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은 우리의 안보현실을 되새겨보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많은 국가들이 황폐해지면서 또다른 세계전쟁을 막고자 했고 평화를 갈구하게 되었다. 국제평화와 질서를 지키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1945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제기구에 관한 연합국 회의가 열린다. 50개국 대표들이 이 회의에 참석해 장장 2개월 동안 미국, 영국, 소련 등이 주도하는 가운데 유엔헌장을 작성하고 서명한 뒤, 그 해 10월 24일 공식적으로 유엔이 출범했다. 이후 76년 이상이 지난 지금 유엔은 193개의 회원국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기구가 되었다. 

 유엔이 지금까지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해 수행해 온 역할들은 유엔창설 초기의 이념과 기대 이상으로 범세계적인 통치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낙관적이라는게 학자들의 전망이다. 유엔산하기구인 유엔난민 고등판무관실이 1954년과 1981년 두차례, 또 유엔 아동기금(1965년)과, 유엔평화유지군(1988년)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2001년에 유엔과 코피아난 사무총장이, 2020년에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등 유엔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이 강화되고 있고,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의 문제, 인류의 문제를 공동으로 인식해 나가는 세계사의 발전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유엔역할이 평가받을 또다른 시험대가 되었다는 시대적 상황에서 유엔이 회원국들에게 지속적인 협의와 대화, 집단적 행동을 위한 최소한의 조정, 접촉, 네트워크, 아이디어 교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역할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의 배경이기도 하다.

 유엔 회원국은 규정에 따른 의무사항과 권리행사를 하며 국제정의에 입각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보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 공조라는 정언(定言)에도 불구하고 분명 제한요소는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 말은 지난 5월 미얀마 사태가 터졌을 때, 또 8월 30일부로 미군이 아프간전쟁을 공식 종료했을 때 공통적으로 많이 들었던 문장이다. 특정국가의 문제를 그 국가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먼 나라 이웃나라의 처참한 현실에 참담해 하면서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쳐다봤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열린 유엔총회 연설장에 이 두 나라 대표는 나타나지 못했다. 연설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혼란 속의 자국현실과 강대국간 영향력 등에 따른 결과였다. 모두가 국제사회 개입을 얘기하지만 이에 준하는 행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엔에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국제사법재판소 등 여러 기관들이 있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총회와 안보리다. 유엔총회는 매년 9월에 열리는데 각 회원국은 한 개의 투표권을 가진다. 평등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엔분담금을 많이 내는 강대국들의 영향력 행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유엔이 일종의 세계정부로서 범세계적인 통치를 할 수 있는 권능을 갖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상주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유엔 안보리는 가장 큰 힘을 가진 기구로 작동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조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결의, 의장성명, 언론성명이 있는데 가장 강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결의다. 안보리 결의가 통과되기 위해서는 15개(상임이사국5+비상임이사국10) 회원국 중  9개국이 찬성해야 하고 상임이사국 5개국은 모두 찬성해야 한다.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 결의안은 통과되기 어렵다. 이렇듯이 총회는 가장 상징적이고 규모가 크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안보리는 구속력이 있으나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사안의 진행이 어렵다는 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유엔은 국제평화를 담보해 주는 주요한 기구로 존재하고 있다. 물론 강대국의 갈등과 개별 국가의 국익에 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인 집단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하지만 여전히 세계 평화를 확보하고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중심기구인 것은 틀림없다. 

 올해 우리나라는 유엔 가입 30돌을 맞았다. 유엔과 한국의 인연은 광복 직후 첫 선거와 뒤이은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엔의 단일깃발 아래 평화회복을 위해 수행된 최초의 전쟁이라는 6.25전쟁에 전투부대 파병 및 의료지원국가들은 전쟁 이재민 구호와 전후복구를 지원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세계 제13위권의 선진국으로 발전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전후에도 정전체제의 유지관리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유엔군의 참전은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유엔의 집단안전보장원칙을 점검하는 시금석이 되었다. 유엔의 지원으로 생활안정과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한국은 분단국의 한계를 넘어 1991년 9월, 161번째로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사회 기여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이후 유엔의 요청으로 전쟁 등으로 인한 정전감시 및 치안 유지 등이 필요한 지역에 파병하는 평화유지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처에서 활동 중인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은 12개 임무단에 약9만여명인데, 그 중 우리나라는 6개 임무단에 536명이 참여 중이다. 이렇게 우리는 유엔의 인도적 지원이나 평화유지 노력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지역 혹은 세계평화유지, 빈곤퇴치, 경제발전 등을 위한 유엔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오는 12월 7일∼8일에는 서울에서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가 개최된다. 70여년 전 전쟁으로 국가의 모든 인프라가 무너졌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관한 국제적 담론을 선도하는 나라로 성장한 것이다. 유엔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피흘려 자유를 수호한 참전국 장병들의 희생,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주요 전투지, 활동지에 기념비를 세우고, 매년 11월 11일에는 부산 유엔묘지를 향해 참전국 각각의 현지시간에 맞춰 동시 묵념과 추모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참전 유엔장병의 중요성과 그들을 기리기 위해 유엔군 참전의 날(7월 27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여 기억하고 있다. 모두 유엔과의 소중한 인연을 잊지 않고 세계평화유지를 위한 유엔의 노력에 동참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여 모범국가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유엔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강한 안보역량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가다듬어야 할 때다. 우리의 동참과 성장 속에 유엔의 역사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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