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2023년 을지연습이 실시될 예정이다. 을지연습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비상대비계획을 검토‧보완하고 전시 업무수행절차를 숙달하기 위해 연 1회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비상대비훈련이다. 을지연습은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 31명의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1968년 7월에 도상연습인 태극연습으로 최초로 실시되었으며, 1969년부터 을지연습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2023년 을지연습은 중앙‧지방행정기관과 공공기관‧단체, 중점관리대상업체 등 4천여 개 기관에서 58만여 명이 참여하며, 민‧관‧군‧경‧소방의 국가총력전 대응역량 강화와 비상대비계획의 실효성 검증에 중점을 두고 북한의 핵사용 위협, 드론 테러 등 실제 전쟁상황을 가정한 통합상황조치 연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기간중 기관장 중심의 전시 현안과제 토의 및 역량 강화, 서해 5도 주민 출도(出島)훈련, 읍‧면‧동 생활밀착형 훈련, 전국민 민방위 훈련 등 국민참여 실제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을지연습은 한‧미 연합군사령부(CFC)가 주관하는 군사연습(UFS)과 연계해서 실시될 예정이다. 

 2023년 을지연습은 비상사태 시 기관별 통합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비상대비계획의 실효성을 검증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을지연습 이전인 15일부터 18일까지 전쟁 이전 위기대응과 국지도발, 사이버 테러 대응연습을 실시한다. 본격적인 을지연습이 시작되면 정부연습으로 전시전환 및 국가총력전 대응, 전쟁지속능력 보장을 실시하고, 군사연습으로 위기관리와 억제, 거부와 방어연습을 실시한다. 본 연습 이후인 28일부터 31일까지는 자유화 통합본부를 운영하는 정부연습과 안정화작전을 수행하는 군사연습으로 진행된다. 

 을지연습 첫째날인 21일에는 불시 공무원 비상소집 훈련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을지 2종사태 선포, 국가 총동원령 선포, 정부기관 소산 및 이동훈련 등 전시전환전환절차를 숙달한다. 3일차인 23일은 을지 1종사태 선포, 계엄 선포, 전쟁선포 등의 연습이 진행되고 4일차인 24일은 핵관련 상황을 중앙계획통제단에서 부여하여 국가총력전 수행을 통해 후방지역 안정을 도모한다.

 특히 올해 을지연습 간에는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능력과 무인기‧드론‧사이버테러 등 현재의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기관별로 현안과제를 선정하고 기관장 토의도 실시한다. 이는 지난 2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북핵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또한 지난 5월 윤 대통령은 국가전쟁지도지침 보고 시 북핵 상황을 상정한 메시지와 시나리오를 적용하고 군(軍) 이외 방산기업 등 민간조직의 적극 참여와 연습 이전에 국민과 공무원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실시토록 지시한 바 있다.

 무인기와 드론, 사이버 테러 대응 등 현재의 안보상황을 적용하고, 공항이나 항만시설의 대량 피해복구훈련과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통합대응훈련은 중요하다. 그리고 군과 정부‧공공기관의 협업이 요구되는 복합적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국가전쟁지속능력 보장을 위한 민‧관‧군‧경‧소방의 통합 을지연습을 실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과 여건을 고려한다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피격 시 심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북한의 핵(核) 사용 위협 및 사용 상황을 상정한 실질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체계적인 핵민방위 훈련이 필요하다.

 올해 을지연습 간에는 도상연습 및 전시현안과제 토의로 북한의 핵사용 위협에 따른 대응책 논의와 실제훈련으로 전국단위 민방위 훈련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훈련 시나리오도 점차 실질적으로 정교화, 고도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을지연습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현재의 위급한 상황을 고려하여 북핵 위협 및 공격상황을 가정하여 국가적으로 실질적인 북핵 위협에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16년에 추진하다가 중단된 ｢북한 핵 위협 대비 정부종합대책｣(관계부처 합동)을 제로 베이스(Zero-Base)에서 재검토하고 다시 추진해야 한다. 기존에 추진되었던 ｢북한 핵 공격 대비 비상대비태세 발전방안 연구｣(2016년, 행안부), ｢북한 비대칭 군사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연구｣(2020년, 행안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비책 연구가 있지만 실질적인 대비태세는 미흡한 실정이다. 

 우선 북한의 핵 위협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현실적인 핵 공격 및 피해양상을 바탕으로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민방위기본법과 충무계획의 근간이 되는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등 관계법령부터 정비해야 한다. 충무계획(기본지침-기본계획-집행계획-시행계획-실시계획)과 민방위계획 등 매뉴얼도 정비되어야 한다. 아울러 대비 및 대응 차원에서 핵미사일 조기경보체계 및 핵방호시설 구축, 핵 방사능 방호, 의료, 급수 등 국민보호대책이 강구되어야 하고, 북한의 핵공격으로 인한 대량피해 발생 시 구호 및 복구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원활하게 피해 최소화 및 복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력과 의료약품 및 물자, 복구장비 등이 적정수준으로 비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을지연습이나 충무훈련, 안전한국훈련 등 교육훈련이나 연습 등을 통해 숙달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군(軍), 국민의 3위일체적인 국가총력전 대비, 민‧관‧군‧경‧소방의 총력안보 대비태세 유지가 필요하다.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고, 이와 더불어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 일체형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군(軍)도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통해 억제와 방어(3축체계+방호) 역량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국민도 각종 연습과 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북핵 대비에 대한 공감대 형성뿐만 아니라 비상시 행동요령을 행동으로 숙달토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 을지연습과 핵민방위태세 훈련이 되어야 한다.

박재완(화생방방재연구소장, 국민대 안보전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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